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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이러한 나의 기록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은 깨지게 되어 있다고 그 기록을 초월하는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지난 6월 6일 현충일은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참석하신 가운데 이곳 대전현충원에서 제63회 중앙추념식이 거행되었다. 지난 1999년 제54회 추념식을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주관하신 이후 처음이었다. 추념식은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자체는 서울이든 대전이든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이번 추념식은 여러모로 의미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념식 개식 이전에 무연고 묘소인 김기억 유공장님 묘소를 대통령님 내외분께서 먼저 참배하였다. 국가가 기억해 준다는 소중한 의미이다. 그리고 추념식 이후에 순직소방관 추모식을 비롯해서 독도의용수비대, 순직공무원, 의사상자 묘역을 참배하고, 서해수호 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천안함 묘역,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에도 참배하였다.
이 모든 참배에 대통령님 내외분께서 지극정성으로 하시는 모습이었는데, 나로서는 지근거리에서 뵌 대통령님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 그 자체였다. 단순한 형식과 절차를 넘어서 대통령님께서 진정성 넘치게 가슴으로 유공자께 예를 표하는 마음에서 모든 국민들도 감동을 받았다.
내게 보람은 그런 행사 가운데 바로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이었다.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난 뒤에 약 5분 후에 이어진 행사로 대통령님 내외분께서 참석하시고 전국에 생방송되는 가운데 내가 직접 사회를 보게 되었다. 소방공무원 묘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연단에 사회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오로지 마이크 하나 있는게 전부였다. 지난 3월 30일에 순직한 김신형, 김은영, 문새미 소방관님 묘소를 보면서 바로 진행하였다. 사회를 진행하면 일반적으로 누구 말씀이나 공연 등으로 3, 5 분 정도의 간격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한 틈이 없이 계속 진행을 했음에도 천만다행으로 실수 하나 없이 마무리하였다. 조그만 에피소드라면 행사가 지연되어 방송 시간상 추모식 행사를 줄여야 한다는 시그널이 내게 전해오다가 잠시 후에는 다시 원래대로 된다고 하여서 자칫 혼선을 일으킬 소지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넘겼다. 그런데 우리가 행사를 하면서 흔히 리허설이라고 하는 연습을 하는데 주빈은 그러한 연습이 없다. 그러기에 주빈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진행해야 한다. 그간에 문재인 대통령님을 모시고 여러 참배 집례를 하면서 느낀 것은 대통령님께서는 행사의 의미를 충분히 아시면서, 진행자를 아주 편하게 배려해 주시는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 주셨다. 그러기에 나로서는 덜 긴장한 가운데 편안한 마음으로 진행하여 지난 번 순직소방관 추모식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세 번째 의미 있는 공직생활은 매일 합동안장식을 주관하는 점이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하여 더 큰 희생과 공헌을 하신 분들이 영면에 들어가기 전에 국가가 마지막으로 예우를 표하는 의식을 공휴일 포함하여 주관할 수 있는 점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안장식은 일종의 제2의 장례식인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매일 주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안장식을 통해서 역사를 배우면서 더 좋은 우리 대한민국의 길을 발견한다. 평소에 안장식 주관은 원장 직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강조해 왔다. 안장식 주관을 하면서 다른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얻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이곳 현충원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보훈둘레길" 완결이다. 11년 전에 지금의 빨강길을 이용원 원장님께서 혜안적 안목으로 열어 놓은 길을 잘 이어받아서 나머지 길을 순차적으로 개설하였다. 많은 성실한 직원들의 정성이 결합되어 만든 명품이다.
이 모든 일들이 현충원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나의 현충원에 대한 감사와 애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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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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