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72화. 쌀 없었다면 우리 건강은 누가 지켜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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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72화. 쌀 없었다면 우리 건강은 누가 지켜주었을까

장녹수는 연산군을 망쳤지만 장 누수는 당신을 망치게 한다

  • 승인 2018-10-08 10:2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술만 마셨다 하면 이튿날 배가 아프거나 설사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무래도 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인가봐."

이런 사람들은 그래서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반면 자타공인의 주당인 나는 그러한 증상이 없다. 어제도 나는 소주 3병에 그도 모자라 캔 맥주도 하나를 '짬뽕'으로 마셨으니까. 그렇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란 무엇일까?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불규칙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사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로 말미암은 다양한 소화기 장애 질환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중에서 3대 위장질환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최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불량 증상의 반복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불편증상이 나타남으로 인해 질환을 겪게 될 경우 일상생활에 정말 큰 불편함을 겪게 되는 것이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통상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과 평소 음식을 급하게 먹으며 야식과 폭식 등의 잘못된 식습관의 반복이 원인이라고 한다. 아울러 바쁜 일상으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운동부족, 과도한 업무와 학업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외에도 잦은 음주와 흡연 등이 위장관의 기능 저하를 야기시키는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위장관의 기능 저하가 발생하게 되면 각 장부가 정상적인 소화기능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들이 노폐물로 남게 되어 체내 독소를 증가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소의 증가로 인해 신체 전반의 건강이 악화됨은 물론이고 소화기관의 정상적인 기능 또한 발휘되지 못하게 되어 다양한 소화기 장애 증상을 나타내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발병으로 연결되게 된다는 것이다.

[장 누수가 당신을 망친다, 소장에 구멍이?!]는 이러한 불편함을 예리하게 파고든 역작(力作)이다. 저자는 일본인 후지타 고이치로이며, 역자는 임순모,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발간했다.

먼저 '장 누수(漏水)'의 심각성부터 살펴보자. 장 누수가 일으키는 문제 증상은 다음과 같다.

'설사 변비', '소화불량', '속쓰림', '구토', '구역질', '코 막힘', '피로감', '숨이 참', '원인불명의 미열', '피부가 거칠어짐', '탈모', '짜증유발', '침울', '불안감', '의욕저하', '집중력저하', '잦은 감기' ... 한 마디로 안 좋은 건 모두 다 모아놓은 모양새다.

다음으론 장 누수가 일으키는 질병의 종류다. '음식 알레르기를 비롯한 질환',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동맥경화', '당뇨병', '간 기능 장애', '갑상선 기능 저하증', '과민성 장 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우울증', '정신병', '자폐증', '치매'…….

이 또한 모조리 암울한 것들만 집합시켰다. 저자는 우리가 병에 걸리지 않고 마음이나 몸의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힘은 장(腸)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는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의학적 지식이라곤 전무한 무지렁이긴 하되 그 말이 맞는다는 선 어떤 상식으로 알고 있어서다.

지난여름은 정말이지 무지하게 더웠다! 그래서 '전기료 폭탄' 이전에 우선 살고보자는 본능에 연일 에어컨을 가동했다. 에어컨은 금세 냉방으로 치환시켜 주는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자주 접하면 아랫배부터 살살 아파온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한 증상은 영락없이 설사로 이어진다. 선풍기는 밤새도록 틀어놓고 나신(裸身)으로 잡을 자도 멀쩡하거늘 에어컨은 예외다. [장 누수가 당신을 망친다]는 장의 문제와 장 누수를 진단하는 리스트를 첫 장에서부터 소개한다.

이어 장 누수의 근본은 아기일 적부터 발생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아기는 엄마의 배 안에 있는 동안은 완전 무균 상태에서 자란다. 그런데 출생하여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주위에 있는 것을 손에 잡히는 대로 날름날름 핥아댄다.

즉 주위의 균을 장에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경우를 본 엄마(아빠 또는 가족구성원 모두 역시도)는 어떻게 할까? 반드시(!) 더럽다면서 아기의 손부터 깨끗이 물로 씻어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저자는 이 방식부터 잘못됐다고 일침을 놓는다. 면역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아기가 잡세균 투성이의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균을 몸에 끌어들여 면역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아기는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그리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좋은 균뿐만 아니라 조금 나쁜 균까지 포함하여 아기 때 가능한 한 다양한 종류의 균을 몸에 넣는 것은 오히려 튼튼하고 면역력까지 높이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깜놀했다'.

숲에서 키운 아이가 더 크게 자란다는 말이 있듯 필자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려서부터 흙과 더불어 성장했다. 밥을 먹다가 흘리면 주워서 먹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르신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장 누수는 소장(小腸)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소장은 우리 몸에서 다음과 같이 유익한 일을 한다.

1. 먹은 것을 분해하고 소화하며 영양을 흡수한다

2. 노폐물을 제거하고 변(건강한)을 만든다

3. 해로운 물질이 침입하지 않도록 몸을 지킨다

4. 면역 시스템의 약 7할을 담당한다

5. 각종 비타민과 호르몬을 합성한다

6.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행복물질'을 만든다.

저자는 그러면서 장이 안 좋다고 느끼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밀가루로 된 음식을 기본적으로 2주만 끊어보라고 알려준다. 빵과 파스타는 물론이요 라면과 우동, 만두도 포함된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쌀은 어떨까?

천만다행으로 우리가 늘 먹는 쌀(밥)에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단백질은 이상 증상을 일으키거나 장의 점막을 거칠게 하는 밀가루와 같은 성질은 없다고 알려준다.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지난 2015년 11월 12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쌀농사>를 통해 우리의 쌀농사가 중국보다 앞서 시작됐다는 주장을 폈다.

더불어 쌀농사가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크다고 정의했다. 왜냐면 농경을 위한 마을 공동체가 빨리 정착되었을 뿐 아니라 한반도가 쌀농사에 적합한 곡창지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데 밀농사와 달리 쌀농사는 까다롭다. 기후, 수량 등 천혜의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하는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란 말까지 있을까. 여하간 올여름의 지독한 폭염까지 이겨낸 황금벌판은 보기만 해도 듬직하고 풍성하여 참 좋았다.

더욱이 우리가 늘 주식으로 삼는 쌀은 밀가루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품종이라고 하니 더더욱 미쁘다(믿음성이 있다)는 건 구태여 사족의 강조가 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만약에 쌀이 없었다면 우리 건강은 과연 누가 지켜주었을까?

결론적으로 장녹수는 연산군을 망쳤지만 '장 누수는 당신을 망치게 한다'. 폭군이었던 연산군의 마음까지 훔친 여인이었던 장녹수(張綠水)는 가난해서 시집도 여러 번 가고 자식까지 둔 여인이 왕에게 발탁되어 궁궐에 들어간 케이스다.

장녹수는 흥청(興淸)이라는 기생 출신에서 일약 후궁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연산군 시대의 신데렐라였던 셈이다. 30세의 나이에도 16살 꽃다운 여인으로 보였다는 동안(童顔)의 장녹수는 자식을 둔 후에도 춤과 노래를 배워 기생의 길로 나섰다.

궁중으로 뽑혀 들어와서는 연산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후궁이 되었다. 후궁이 된 장녹수는 연산군의 음탕한 삶과 비뚤어진 욕망을 부추기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그녀는 무수한 금은보화와 전택(田宅) 등을 하사받았고, 연산군의 총애를 발판 삼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모든 상과 벌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1506년 중종반정 후 장녹수는 반정 세력에 의해 제거 대상 1호로 떠올랐고, 참형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연산군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였던 장녹수는 반정이 일어나면서 그 처지가 몰락으로 이어졌다.

인과응보로 장녹수는 길거리에서 돌무더기에 깔려 온갖 비난을 받으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고 하니 말이다. 드라마 <장녹수>의 주제가처럼 '부귀와 영화도 한 편의 꿈이 되었던' 장녹수의 삶은 후대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기왕지사 신토불이 우리 쌀을 '예찬'하는 김에 쌀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상식 배양이 될 듯 싶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에너지원인 쌀은 식이섬유이며 단백질과 지방.비타민이 풍부해 건강을 지켜준다.

혈액 내 중성 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향상시켜 성인병까지 예방해 주니 금상첨화다. 쌀겨에 많은 물질은 대장암 예방에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밥의 성질은 화평하고 달고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살을 오르게 하며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기운을 북돋워주고 마음을 안정시킨다"라고 기술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새삼 우리 쌀이 더욱 기특했다. "장이 건강해야 장수한다"는 어떤 광고가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인물-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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