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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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길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 승인 2018-11-14 08:38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수경 교수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우리들이 알고 있는 길은 의외로 다양하다. 산속에 나있는 오솔길(폭이 좁은 호젓한 길), 돌담을 따라 꾸불꾸불 이어진 마을의 고샅길(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들길, 돌멩이가 자작자작 깔려있는 강변의 자갈길,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도로, 철길, 뱃길, 하늘길 등 길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 있어왔고 오늘날에는 무선통신의 발달로 수많은 글과 말이 허공의 길을 따라 무한히 날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길을 철학적으로 풀어보면 길은 때론 사람들의 삶이고 죽음이고 인생 전부로 묘사되곤 한다. 서양에서는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고 세상을 무대로, 사람은 그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로 얘기하곤 한다. 그래서 문호 세익스피어도 죽기전에 '연극은 이미 끝났다'라고 말한 것은 그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동양에서의 길은 어떤가? 동양에서는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고 세상은 여관으로 사람은 나그네로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나그네의 여정으로 표현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제는 천국의 길을 걷고 계실 故 최희준 선생님의 '하숙생'이라는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보듯 인생은 나그네 길이요,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없이 흘러서 가는 정도로까지 비유하고 있지 않은가?

요즘 각 지자체마다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길에 대한 명명을 하고 그 길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또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길이 소개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한때 나의 감수성을 자극했던 영화 '건축학 개론'의 배경으로 유명세를 탄 서울 종로구 누하동의 한옥골목길이 좋은 사례다. 이 일대는 18세기 조선 영조시대에 만들어져 200년 역사가 살아있는 곳으로, 옛길과 필지 등 오래된 도시조직이 잘 남아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길에 대한 이러한 사례도 있다.

2015년 배우 원빈과 이나영은 강원도의 어느 이름 없는 밀밭 작은 오솔길에서 평생을 함께 할 사람과의 첫 발을 내딛었다. 그들이 결혼식을 올린 곳도 길 위에서다. 그들의 혼인서약의 전문에서도 길은 등장한다.

"태어나고 자란 그 길 위에 뿌리내린 경건한 약속을 기억하며 삶의 고비가 찾아와도 쉬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나무처럼 한결같이 살아가겠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푸른 밀밭길 위에서 가마솥을 걸고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국수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어느새 그들의 결혼식이 치러진 장소는 관광명소로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삼시세끼의 촬영지로 대촌마을은 더욱 유명세를 탔다. 그들이 결혼식을 올린 장소는 원빈의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정선의 덕산기 계곡 인근이며, 덕우리에서도 가장 깊숙한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고, 결혼식이 진행된 밀밭 뒤로는 절벽산이, 앞으로는 계곡이 흘러 배산임수가 주는 평온함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길은 때론 우리 인간들의 삶이고 여정이기도 하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길을 만나고,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 가기도 하고, 때론 미로처럼 어지러운 길 위에서 헤매다 헤쳐나가기도 한다. 결국 우리들의 길은 사람냄새가 나는 다양한 길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대전에도 다양한 길이 있다. 2012년에 지정한 네가지의 길인데 첫 번째 길이 도심속 숲길 및 꽃길 등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인 식장산 숲길, 계족산 황톳길, 유성 족욕 체험길이 포함된 「웰빙길」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 길이 공원과 낙엽을 접하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길인 추동 호반길, 원도심 어울림길, 보문산 산책 길, 시청앞 가로수길이 있는 「낭만길」이 그 길이다. 세 번째 길은 역사유적지와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길인 뿌리공원 둘레길, 현충원 산책길이 있는 「역사문화길」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길이 반딧불이·생태습지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는 「생태환경길」인데 흑석 노루벌길, 월평공원 습지길, 로하스 해피로드가 그 길이다. 이제 '2019년 대전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대전 사람들의 길은 대전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그동안 품었던 스토리 곡간을 하나 둘 풀어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길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길이 마음의 길이건 인생길이건 물리적 길이건 너무 고달프게 가지 말고 쉬엄쉬엄 가더라도 손잡을 친구나 가족이나 사람이 있다면 손 내밀어 함께 어깨동무하고 걸으면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여정의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에는 대전의 대표 웰빙길인 계족산 황톳길에서 물든 낙엽을 밟으며 나의 길을 걸어갈까 한다. 나의 손을 잡고 함께 묵묵히 걸어줄 좋은 사람(조화로운 사람)과 함께...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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