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시민에게 ‘대전.세종’은 하나의 생활권, 서로 필요한 것 주고받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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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시민에게 ‘대전.세종’은 하나의 생활권, 서로 필요한 것 주고받는 사이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승인 2019-01-02 08:42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주혜진_증명사진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얼마 전 접한 가장 '웃픈(웃기면서 슬픈)'뉴스는 전남 순천시와 광양시 사이에 일어난 '위장전입사건'이었다. '사건'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광양시는 인구가 계속 줄어들자 전입 실적에 따라 공무원에게 가점을 부여하다가 중단했다는데, 여전히 위장전입을 유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말이 되면 순천시의 인구가 갑자기 줄었다가 연초에 회복되는 일이 반복됐는데, 인접한 광양시는 그 반대의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순천시가 조사해본 결과, 올 연말에도 1000명 가량의 순천시 인구가 광양으로 전입신고를 했고, 광양시 한 아파트에는 무려 9명이 한 집에 전입하는 등 위장전입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상당했다고 한다. 광양시 측에서는 광양시에서 일은 하지만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입을 권유한 것일 뿐, 공무원이 나서서 위장전입을 유도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지만, 인접한 순천시나 여수시 등은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인구가 출생을 통해 자연증가 하길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인구 총량 증가가 정책 계획과 수립 그리고 각종 사업 지원금을 받기 위한 근거가 되는 정책 환경에서 발생한, '옆 지자체 인구 빼내, 우리 지자체 인구에 괸'사건이라, 같은 고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남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 대전시 총인구가 150만 명 보다 줄었을 때, 언론뿐 아니라 시민들도 대전시가 가진 중요한 자산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졌다며, 한숨을 크게 쉬었었다. 한숨만 크게 쉰 것이 아니라, 최근 5년 간 가장 큰 폭의 인구 증가를 보인 세종시를 곁눈질하며, '빼앗긴 우리 시민을 어떻게 다시 빼앗아 올까'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최근 5년 간 인접 시도 간 전출입 통계를 살펴보면 대전세종 간 인구이동은 무척 빈번했다. 세종시 인구 증가에 대전시 젊은층, 특히 30대가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전시가 인구정책의 목표를 '빼앗긴 우리 시민 되찾아 오기'로 설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구정책의 방향을 인구 총량 증가로만 한계지운다면, 광양, 순천시와 같은 '웃픈' 사례가 우리에게 생기지 말란 보장이 없다. 우선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인구를 각종 정책사업 지원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대전시와 세종시는 실제 대전세종을 빈번히 오가는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두 도시가 함께 활력을 만들어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더 생산적이다.



최근 우리 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주한 사람들, 특히 대전에서 이주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전세종 간 교류는 이주뿐 아니라, 교통 통행, 업무, 의료와 여가, 교육과 쇼핑 등에서 무척이나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주한 이유로 약 30%의 응답자들은 "주택분양당첨 등 주택 구입"이라 말했다. 주택 구입과 함께 많은 응답자들은 지역과 주택·토지가 지닌 미래 투자가치를 이주사유로 꼽았는데, 새로운 도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큰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종시는 새로운 계획도시답게 안전하고 쾌적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한 사람들은 세종시의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에 큰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다. '낮은 범죄율'이나 '잘 가꾸어진 산책로나 공원' 등의 주거 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만족감도 컸다. 하지만, 세종으로의 이주 결과가 모두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특히 젊은 20·30대는 생활 물가와 전·월세 및 주택가격의 적정성에 불만이 컸다. 또한 규모를 갖춘 의료와 문화, 쇼핑 시설 부족과 대중교통 이용이 여전히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세종이 아직 갖추지 못한 것들을 대전에서 채우고 있었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다양한 쇼핑과 여가를 즐기기 위해 대전을 한 달 평균 이 삼일은 꼬박꼬박 방문하고 있었고, 한번 머무르면 평균 네다섯 시간은 대전에서 보내고 있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이런 의료나 교육서비스, 혹은 여가문화 등을 즐기기 위해 여전히 수도권으로 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전과 세종을 오가는 사람들은 마치 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익숙하고 잘 아는 곳, 내가 이미 좋아하는 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하나의 생활권, 하나의 도시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두 도시를 활발하게 오가며 오늘의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도시의 인구가 줄고 느는 것이 '심리적 저지선 무너지는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시의 인구 총량 증가'담론을 거두어야 할 때인지 모른다. 두 도시의 특성을 반영한 경제 발전 모델, 교통과 문화, 보다 깨끗한 환경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 이미 하나의 생활권인 대전세종이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계획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가 아닐까.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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