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국의 오지랖(?)

  • 오피니언
  • 기자수첩

[편집국에서] 한국의 오지랖(?)

  • 승인 2019-02-21 09:05
  • 신문게재 2019-02-21 22면
  • 최고은 기자최고은 기자

 

GettyImages-85729354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려 10년만의 해후였다. 지난 주말 대학교 1학년 때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2학기가 끝날 즈음 갑작스런 해외 유학이 결정 나 아쉽게 헤어졌는데,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호주에서 사는 그 친구와는 그간의 세월도 느끼지 못할 만큼 어색함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로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다며 깔깔대며 웃기도 했지만 기자도 놀랄 만큼 폭 넓은 주제가 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여운이 남을 정도였다.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뇌리에 남았던 것은 한국과 서양의 문화 차이는 확실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설날에 겪었던 일을 들려준 친구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선을 넘는 질문들을 수없이 받았다고 했다. 얼굴, 옷차림부터 결혼까지 친구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친하다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적 받으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도 늘 생각했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남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많다. 물론, 어느 나라든 개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서양에선 기본적으로 통상 프라이버시라고 생각되는 질문을 하는 것은 실례기 때문에 묻지 않는다. 친구가 처음 호주로 갔을 때 만난 사람들은 첫 만남에 애인이나 직업 등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무엇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고 한다. 유교 문화가 깊이 자리한 한국에서도 적정선을 지켜 물어보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통성명을 하며 나이를 묻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면 내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생활을 알려줘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불쾌해하거나 곤혹스러운 기색을 보여도 끝까지 대답을 들으려고 하고, 알려주지 않으면 되레 본인이 기분 나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에선 유교 문화를 맹렬히 비판한다. 엘리트주의, 사농공상적 신분질서 관념, 논리보다 힘을 우선하는 토론 부재의 사회 분위기는 가부장적 의식과 군사독재 권위주의가 혼합된 현재의 한국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로 인해 혈연, 학연, 지연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폐쇄성, 분파주의의 결과를 낳았으며 한강의 기적은 이뤄냈으나 의식의 성장은 이뤄내지 못했다.

요즘 한국은 무한 경쟁주의에 찌들어 타인에 대한 존중을 아예 잃어버린 듯하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안 된다는 조바심과 초조함에 이타심을 지킬 여유조차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지만,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도 변해야 할 때다. 내가 사적인 질문에 민감하고 밝히고 싶지 않은 것처럼 타인도 같다는 것을 인지하자.  

 

최고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예산사과농장 한관수 대표, 10㎏ 사과 500박스 후원, 나눔과 지원 활동 지속
  2. 대전 서대전육교서 오토바이 교명주 충돌… 40대 운전자 숨져
  3.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된다?... 지역 유통업계 '술렁'
  4. 더블유렌트카, '2026 예당호 모터 페스티벌' 성료
  5.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1.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2. 조합이냐 신탁이냐… 정비사업 어떤 방식이 좋을까?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김 원초 광천산 아니어도 '광천김'" 대법, 지역서 쌓은 명성 인정
  5. [사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

헤드라인 뉴스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대청호는 550만 충청권 주민이 함께 마시는 물이자, 상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깨끗한 물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상류와 하류가 감당하는 몫과 이해관계는 달랐다. 이런 차이를 넘어 대청호를 함께 지키기 위해 2002년 주민과 시민사회, 지방정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중도일보는 대청호를 둘러싼 상·하류의 갈등 속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떤 한계와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나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물관리 환경 속에서 550만 충청의 공동 식수원인 대..

위성 15기 싣고 우주 향하는 누리호 5차… 대전 기술력 `시험대`
위성 15기 싣고 우주 향하는 누리호 5차… 대전 기술력 '시험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021년 첫 발사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위성 15기를 품고 10월 7일 다섯 번째 발사에 나선다. 주탑재위성과 부탑재위성은 물론 발사체에도 대전의 우주기술이 녹아 있고 지역 우주 인력의 땀이 배어 있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15일 서울에서 '누리호 5차 발사 탑재위성 언론 간담회'를 열고 탑재위성의 주요 임무와 발사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이번 발사에서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5기(2~6호)와 부탑재 큐브위성 10기가 우주에 오를 예정이다. 먼저, 누리호 5차 발사의 주목적인 초..

대전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 어디가 높나
대전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 어디가 높나

대전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자치구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유성구는 4억 원을 웃돈 반면, 대덕구는 2억 원대에 머물면서 두 지역 간 평균가격 격차가 2배가량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대전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억 3492만 5000원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유성구가 4억 3588만 5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전 전체 평균보다 1억 96만 원 높은 수준이다. 이어 서구 3억 6915만 4000원, 중구 3억 786만 4000원, 동구 2억 5009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