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저력있는 대전미술, 세계로"

[중도초대석]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저력있는 대전미술, 세계로"

  • 승인 2019-08-06 22:00
  • 신문게재 2019-08-07 9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우리의 것, 전통을 좋아합니다. 신와유기 전은 그런 본능적 결핍을 채워주는 전시가 될 겁니다. 또 이 전시가 한국화의 맥이 살아 있는 충청권의 중심인 대전에서 열리게 된 것 또한 의미가 남다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한국화 기획전 '신와유기'가 지난 7월 개막해 10월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거장부터 차세대 스타까지 만나 볼 수 있다. 한국화에는 불가능이 없음을, 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기획전이다. '시대와의 악수', '한계로의 도전' 한국화의 전통과 미래가 바로 이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신와유기 전시를 위해 내가 대전에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번 전시에는 애정이 깊어요.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미술사에서도 한국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시점에 대전에 왔고, 이번 전시를 선보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취임 7개월 차,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과 진경산수화가 즐비한 그림의 정원을 거닐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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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 신와유기전 전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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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7개월 차다. 기획전과 DMA 대담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임기 초반을 돌아본다면.

▲대전에 와보니 대전 충남은 지역적 중심지일 뿐 아니라 백제의 우아한 전통이 면면히 흐르고 있고, 조선 유학의 중심지며, 현대한국의 심장과 같은 곳에 위치해 있다. 전통이 있는 도시 대전과 잘 맞는다. 대한민국 도시들은 자신의 문화브랜드를 만들고, 가꾸고 나누면서 문화로 행복감을 성취하는 시대다. 바로 지금이 대전과 충청의 문화가치를 발견하고 배양할 때라고 본다. 관장으로 부임하고 7개월 동안 분석한 결과 대전시립미술관은 20년 동안 일궈 놓은 성과를 더욱 살리고 반면 부족했던 점은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는 적극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대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문화긍정력'을 키우는 일이다. 대전을 비롯한 충청은 문화력이 매우 큰 도시다. 검색창에 대전을 검색하면 풍부한 문화콘텐츠가 나와서 나도 가보고 싶다고 느끼도록 문화중심지가 되는 데 일조하기 위한 고민을 해오고 있다.

-취임사에서 '대전을 그리다'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바 있다. 어떤 형태로 추진되고 있나.

▲대전을 그리다는 대전의 문화력을 미술로 풀어내는 것이다. 목표는 한국미술사로서 대전충남의 미술사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 방식은 백년대계와 같이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첫 번째로는 대전충남 지역미술사의 기록 시스템이다. 올해는 그 시작으로 대전충남미술의 체계적인 기록을 위해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국미술관 네트워크 협력망 사업으로 협력을 이끌어 내 현재 전문적인 미술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아키비스트가 미술관에 파견돼 작업을 시작했다.

두번째는 원로와 중견, 신진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일이다. 작품 활동에 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자 한다. 신진작가 때부터 자신의 작업과 작품을 아카이빙하는 방식을 염두하고 꼼꼼히 기록하면 한국미술사의 중심은 대전충남이 될 것으로 전망하다.

세번째는 지역미술사 전시다. 올해 상반기는 지역미술사를 연대별로 정리하는 대전미술 다시쓰기, 청년작가를 위한 넥스트코드를 실시했다. 앞으로도 매년 상반기는 지역미술의 핵심을 연구하고 전시, 교육하는 기간으로 할애할 예정이다.

-대전창작센터에서 대전여지도가 전시 중이다. 이 또한 대전 그리다와 연계성이 있기 때문에 대전미술에 이어 원도심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원도심은 살아있는 역사다.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는 원도심에 위치해 있는 만큼 대전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곳은 앞으로도 대전문화를 하나씩 소개하는 전시를 시민참여형으로 기획해 시민예술사랑방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대전여지도다. 9월에는 대흥동성당 100년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를 기획 중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역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터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작가 한 분 한 분을 만날 때마다 감동한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궈낸 진지한 작품세계 앞에서 저절로 겸허한 마음이 든다.

지난 7월 대전에 위치한 주요 대학의 예술대학과 미술대학 교수들을 운영위원으로 위촉했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미술관운영에 반영할 기반을 갖췄다. 여기에 청년작가 발굴과 지원에도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 청년작가들이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청년작가지원 전인 넥스트코드를 주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미술관의 역할을 재고하고자 한다. 대전의 연구단지와 협업해 청년작가와 전시를 뜻 있는 분들과 시작할 예정이다. 대전에는 많은 문화그룹이 활성화돼 있지만 그룹 간의 소통은 부족하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세대 간의 예술소통 기회를 만들어서 세대와 세대가 예술로 어우러지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대전미술의 강점은?

▲대전미술은 강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다. 강점은 문화저력이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국제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계 속에서 대전을 꿈꿔야 할 시기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좋은 국제전시를 유치하기 위해 3~5년 전부터 국제전시유치를 계획하고 협상해야 한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기획하고 전시한 대전 등 지역으로 순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대전시립미술관이 국제전시를 직접 가장 먼저 유치하고 전국민이 찾도록 하고 싶다. 동시에 대전미술이 국제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대전 방문의 해, 시립미술관이 보여줄 전시는 무엇이 있을까.

▲대전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대전시립미술은 과학과 예술로 전국에서 관람객이 찾는 전시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수의 도시들이 과학과 예술로 미래형 도시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올해 하반기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몰입형전시를 준비 중이다. 2020년에는 대전비엔날레는 AI가 주제다.

과학과 예술로 도시를 재탄생시킨 오스트리아 린츠를 예로 들수 있다. 린츠는 비엔나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다. 이미 40년 전 과학과 예술로 도시를 특화했고, 9월엔 일주일 동안 개최되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축제는 60개국 1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핵심도시가 됐다.

대전예술계가 자라나는 차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과학과 예술의 대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큐레이터에서 관장까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큐레이터는 예술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전시를 보고 사람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볼 때 무한 감동을 느낀다. 내 앞 세대는 집안에서 기업미술관을 가지고 있는 큐레이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 않은 나는 입시를 해서 학교를 다니고 막내부터 시작한 큐레이터 시대의 사람이다. 조언이 될지 모르겠지만 활동하면서 장애물도 많고 힘든 일도 분명 있지만, 멀리 길게 봐야 한다. 지금을 집중하되, 예술과 함께 해서 얼마나 행복한가, 보람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면 좋겠다. 큐레이터는 행정력과 경영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큐레이터들도 미술사, 이론, 예술행정, 해석 전문가 등 전문화 되고, 세분화 될 것이기 때문에 전공은 크게 상관이 없다.

-공감미술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계획인지.

▲대전시립미술관의 주인은 바로 시민 여러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술로 마음이 정화된다고 믿는다. 예술로 정화된 마음과 마음이 만났을 때 진정한 공감이 이뤄지고 예술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로 공감하고 행복해지는 대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특별한 날 미술관이 오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에 오는 일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대담=고미선 교육문화부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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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서울대 미학과 ▲도쿄대 대학원 ▲미국 하버드대 엔칭연구소 초빙 펠로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도쿄국립박물관 외국인연구원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겸임교수 ▲외교부 문화교류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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