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 오후 2시경-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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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오후 2시경-허수경

  • 승인 2019-09-15 09:4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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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오후 2시경

허수경







영상 15도

바람은 서북, 구름



아침에 잠깐 안개구름이 지나가고 난 뒤

맑은 하늘

오후 2시경

문앞에 하얀 병원차가 서고 들것을 들고

하얀 남자들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배달한 음식의 빈 식기를 가져나오듯 무념한

얼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거미줄, 정원, 그림같은 꽃, 구두 한짝, 그리고

반쯤 열린 문







지금 오전 10시 38분. 지금 누가 태어나는가. 누가 죽어가는가. 장마가 지난 뒤의 쾌청한 하늘.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한가롭게 노닌다. 나뭇잎의 물방울이 소멸된다. 쨍쨍하게 우는 매미의 생은 내일까지일까. 찻길에서 먹이를 주워먹는 비둘기가 소스라치게 놀라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쏜살같이 달려오던 차가 멈칫, 그리고 다시 달린다. 오전 일찍 휴대폰에 부고 문자가 뜬다. 전날 화사한 웃음의 잔영이 사라지지 않은 아침이다. 병원 크레졸 냄새가 가시기 전이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국의 시인은 안녕한가. 그대의 숨결, 파리한 손, 그리고 낯선 언어, 익숙한 모국어. 무덤의 잔디는 푸를까. 시인의 무덤에 술 한잔 부어야겠다. 안녕한가요 허수경씨?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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