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 오후 2시경-허수경

  • 문화
  • 문화/출판

[시 읽는 여자] 오후 2시경-허수경

  • 승인 2019-09-15 09:41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870477994
게티이미지 제공
오후 2시경

허수경







영상 15도

바람은 서북, 구름



아침에 잠깐 안개구름이 지나가고 난 뒤

맑은 하늘

오후 2시경

문앞에 하얀 병원차가 서고 들것을 들고

하얀 남자들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배달한 음식의 빈 식기를 가져나오듯 무념한

얼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거미줄, 정원, 그림같은 꽃, 구두 한짝, 그리고

반쯤 열린 문







지금 오전 10시 38분. 지금 누가 태어나는가. 누가 죽어가는가. 장마가 지난 뒤의 쾌청한 하늘.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한가롭게 노닌다. 나뭇잎의 물방울이 소멸된다. 쨍쨍하게 우는 매미의 생은 내일까지일까. 찻길에서 먹이를 주워먹는 비둘기가 소스라치게 놀라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쏜살같이 달려오던 차가 멈칫, 그리고 다시 달린다. 오전 일찍 휴대폰에 부고 문자가 뜬다. 전날 화사한 웃음의 잔영이 사라지지 않은 아침이다. 병원 크레졸 냄새가 가시기 전이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국의 시인은 안녕한가. 그대의 숨결, 파리한 손, 그리고 낯선 언어, 익숙한 모국어. 무덤의 잔디는 푸를까. 시인의 무덤에 술 한잔 부어야겠다. 안녕한가요 허수경씨?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4.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5.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1.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2.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5.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당진에 2조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꿈돌이 협업상품 6개월 만에 23억 매출 달성

대전시는 지역 대표 캐릭터 '꿈돌이'를 활용한 지역기업 협업 상품 7종이 출시 6개월 만에 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꿈돌이 라면'과 '꿈돌이 컵라면'은 각각 6월과 9월 출시 이후 누적 110만 개가 판매되며 대표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첫 협업 상품으로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1월 말 기준 '꿈돌이 막걸리'는 6만 병이 팔렸으며, '꿈돌이 호두과자'는 2억 11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청년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꿈돌이 명품김', '꿈돌이 누룽지',..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5년 세종시 '4기 성과' 토대, 행정수도 원년 간다

2022년 7월 민선 4기 세종시 출범 이후 3년 5개월 간 어떤 성과가 수면 위에 올라왔을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4일 오전 10시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수도로 나아가는 '시정 4기 성과'를 설명했다. 여기에 2026년 1조 7000억 원 규모로 확정된 정부 예산안 항목들도 함께 담았다. ▲2026년 행정수도 원년, 지난 4년간 어떤 흐름이 이어지고 있나=시정 4기 들어 행정수도는 2022년 국회 세종의사당 기본계획 확정 및 대통령 제2집무실 법안, 2023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 급식 차질로 도시락 먹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