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큰 울림으로 다가온 절덕(節德)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큰 울림으로 다가온 절덕(節德)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 승인 2020-01-27 15:36
  • 신문게재 2020-01-28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누구나 주말이 되면 빼먹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어쩌면 습관처럼 굳어져 생활화됐는지도 모른다. 주로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찾아 건강을 지키기도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가족 외식도 그렇고 하다못해 하루 종일 집안에 박혀 밀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푹 쉬면서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풀기도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발마사지 관리를 받고 있다. 꽤 센 악력(握力)으로 관리를 받고 걸어서 돌아올 때는 마치 길 위를 붕붕 떠가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종교를 가진 신자라면 주일을 빠지지 않고 지키는 것도 의무다. 필자에겐 주일 새벽미사가 그렇다. 하지만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이 되면, 새벽 5시에 일어날 때마다 달콤한 유혹이 찾아왔다. "지금 밖에 눈보라가 치고 엄청 추운데 뭐 하러 일어나?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금 더 자" 지금은 악마도 아예 포기했는지 전날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이렇게 늘상 미사 반주하는 아내와 함께 나선 지도 20년이 훨씬 넘었다.



주님 세례축일 새벽미사에서 들은 신부님의 강론 말씀 중 한 단어가 머리를 강타했다. 전례력으로는 세례축일 다음날부터 새해를 시작하는데 '절덕(節德)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절덕은 사람의 소원과 욕망을 조절하고 쾌락을 절제하는 덕을 이른다. 배부를 때까지 다 먹지 말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지 말고, 무엇보다도 할 말을 절제하자는 거다.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할 말은 삼가자는 거다. 하지만 너도나도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데 익숙해진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리스도교 윤리신학에서는 덕을 인간의 노력으로 이룩할 수 있는 자연덕과 신의 선물로 주어지는 초자연덕으로 나눈다. 사추덕(四樞德)은 자연덕에 속하며 지(智)덕, 의(義)덕, 용(勇)덕, 절(節)덕을 의미한다. 절덕을 실천하자면 '형제애(愛)'가 동반돼야 한다.

2014년 1월 1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제47차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형제애는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며 국가 간의 '형제애'를 강조한 바 있다. 형제애가 없으면 정의로운 사회를 이룰 수도 없고, 확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룩할 수도 없다. 나아가 가정은 모든 형제애의 원천이며 평화의 바탕이자 평화로 가는 중요한 길로서, 가정은 그 소명에 따라 사랑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



세계화는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형제로 만들어 주진 않는다. 그러므로 개인들만이 아니라 국가들 또한 형제애의 정신으로 서로 만나야 한다. 이것이 부족하거나 결여돼 국가 간에 불협화음이 종종 발생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특히 그렇다. 또한 빈곤 극복을 위해선 형제애의 원칙을 증진하는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동등한 인간 존엄과 기본권을 지닌 사람들이 누구나 자기 인생 계획을 세워 실현할 기회를 갖고 인간으로서 온전한 발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소득의 지나친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재화를 소유할 수는 있으나 소유자는 그 재화를 자기만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한다. 그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도록 그 재화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공동체가 가능해진다.

교황은 현대 금융과 경제의 심각한 위기 원인은 대인 관계와 공동체 관계가 약해진 데에 있다고 꿰뚫어봤다. 연이은 경제위기에서 경제개발 모델을 제때에 재고하고 생활양식을 바꿔야 하며, 특히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사회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면 사추덕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교황은 "형제애는 발견하고 사랑하고 경험하고 선포하고 증언할 필요가 있으며, 봉사는 평화를 이룩하는 형제애의 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에 떨어져 사는 가족친지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 하셨는지. 이때는 사실상 조금 먹기가 불가능하다. 이제 우리 모두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와, 절덕을 통해 섬김과 나눔의 정신이 충만한 지역사회 공동체로 가꿔나가길 소망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신년호] AI가 풀어준 2026년 새해운세와 띠별 운세는 어떨까?
  3.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4.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일자리 적은' 충청권 대졸자 구직난 극심…취업률 전국 평균보다 낮아
  4. 중구 파크골프協, '맹꽁이 서식지' 지킨다
  5. 불수능 직격탄에 충청권 의대도 수시 미충원… 충남대 11명 이월

헤드라인 뉴스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31일 저녁은 대체로 맑아 대전과 충남 대부분 지역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고, 1월 1일 아침까지 해돋이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전기상청은 '해넘이·해돋이 전망'을 통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야외활동 시 보온과 빙판길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전을 포함해 천안, 공주, 논산, 금산, 청양, 계룡, 세종에 한파주의보가 발표됐다. 낮 최고기온도 대전 0도, 세종 -1도, 홍성 -2도 등 -2~0℃로 어..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