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대전도시철도 2호선, 진짜 전략이 필요한 때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대전도시철도 2호선, 진짜 전략이 필요한 때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4-09 08:19
  • 신문게재 2020-04-09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사업계획이 곧 승인될 전망이다. 사업이 확정되면 공은 대전시로 넘어온다. 대전시만의 전략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전략의 내용도 바뀐다. 도시철도사업이 확정되기 전에는 건설방식이나 노선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면, 이제부터는 차량시스템의 선정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서 차량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차량시스템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간선 대중교통 노선으로 국내 최초로 추진되는 트램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그간 도시철도 차량 결정이 기술적 측면에 국한됐다면 2호선 사업은 전략적 활용성까지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은 어떤 방식으로 구동할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된다. 구동 방식에 따라 가격, 도시 가로환경, 운영 및 유지관리 비용 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무가선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전시의 트램에 적용 가능한 방식은 지상 전기공급 방식과 차량 내전기공급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두 레일 사이에 제3의 전기공급 레일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유지관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우리와 같은 혹한기 기후에 설치된 사례가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차량 내전기공급방식은 좀 더 복잡하다. 최근에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한 여러 종류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배터리(Batteries) 방식과 슈퍼캐퍼시터(Super Capacitors)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배터리 방식은 설비가 간편한 장점이 있으나 차량 무게 때문에 고출력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배터리의 수명이 제한적이다. 슈퍼캐퍼시터 방식은 정류장에서 충전하는 방식인데 충전시간은 수 초에 불과하다. 배터리방식과 달리 주요 차량제작사들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03년부터 상용화된 방식이라 기술적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차량시스템 결정이 갖는 중요성은 그것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트램은 국외 차량제작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전시 때문이 아니다. 시장의 확장성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20여 개 도시에서 트램 도입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였거나 계획 중이다. 어림잡아 2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대전시의 결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전시 입장에서는 구매와 기술이전, 관련 산업의 육성을 동시에 노려볼 기회가 되는 것이다. 과거 KTX를 도입할 때와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다.

다만, 협상 주체가 국가에서 대전시로 바뀐 것이 다를 뿐이다. 대전시의 전략에 따라 국내 트램 시장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선, 차량시스템의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의 마련이 중요하다. 전문가가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에는 트램 전문가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해외전문가를 포함한 전문가 그룹을 만들고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또 오픈된 환경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IT 기술을 이용해 시민참여가 가능해졌고, 향후 사업추진에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트램의 산업화 전략과 디자인 프로토콜도 선행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제작사가 제안한 것을 수동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전시가 직접 전략과 디자인 프로토콜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요컨대, 도시철도 2호선의 차량시스템의 결정은 기술성과 전략성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의사결정시스템, 산업화전략, 디자인프로토콜은 전략을 가능케 하는 필요조건이자 선결 조건이다. 물론,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만만치 않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KTX를 성공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던가?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노희준 전 충남도정무보좌관,'이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한 뼘 갤러리 상반기 정기대관 접수
  3. 천안시농업기술센터, 2026년 1~2월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
  4. 천안법원, 토지매매 동의서 확보한 것처럼 기망해 편취한 50대 남성 '징역 3년'
  5. 천안중앙도서관, '1318채움 청소년 놀이터' 운영
  1.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2.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3.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4. 백석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성장기 아동 척추 건강 선제적 관리 나서
  5. [날씨]28일까지 충남 1~3㎝ 눈 쌓이고 최저기온 -3~1도 안팎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강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시작점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도 24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에서 '주민 의견 부족' 등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