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사례에는 대면 상담 허용해달라

  • 사람들
  • 뉴스

위급한 사례에는 대면 상담 허용해달라

위기청소년 긴급사례회의
여가부에 촉구
경찰서, 대학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내담자, 학교 담임교사, 성매매 여성단체, 지자체, 상담복지센터 관계자 참석

  • 승인 2020-04-08 22:56
  • 수정 2021-05-03 11:05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열여섯 살 소녀 B 양은 성매매에 노출된 이력이 있고,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위기청소년이다. 고등학교 1학년 여고생이지만 편모 슬하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면서 가출을 일삼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다. 경찰은 2019년부터 도입된 청소년안전망 운영사업에 따라 공갈 협박 사건에 연루된 B 양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연계시켜 상담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내방 상담을 중단시켰고, 전화를 활용한 비대면 상담만을 허용했다. 현장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위급한 사례에 대해서 대면상담을 허용해달라는 지속적인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 양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먹다가 갑작스럽게 자해를 시도했고, 어머니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에게 연락해 A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상담사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B 양은 화장실에서 2차 자해를 시도했다. 팔과 다리, 정강이 등의 상처에 대한 봉합 수술은 끝냈지만 남아있는 숙제가 있다. 보호자인 어머니는 B 양의 수술비용을 부담할 능력도 없고, 집으로 복귀한다 해도 아이를 잘 돌 볼 수 있는 상황도 안된다. 무엇보다도 B 양이 자살과 자해 시도를 다시 할 우려가 남아있는 게 문제다. 이러한 위기속에서도 대면상담은 막혀 있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위기청소년에 대한 가족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가동되어야 하는 것이 '청소년안전망' 인데 여성가족부는 코로나19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안되니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와 '대면상담 불가' 원칙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센터 관계자는 “8일 지자체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경찰서와 대학병원, 정신건강증신센터, 내담자, 학교 담임교사, 성매매 여성단체, 지역사회로 구성된 청소년안전망 회의가 긴급 소집돼 B 양에 대한 지원방안과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했다”며 “병원비는 병원에서 지원해주시기로 했는데, B 양이 퇴원을 하더라도 대면상담을 하지 못하고 혼자 방치되어 또다시 자해를 하게 될 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여가부는 한마디로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책임져야 할 수 있으니 규정대로만 하겠다는 태도”라며 “이러한 태도는 지자체 공무원에도,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에게도 전가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센터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분명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만 위기청소년의 생명을 구하는 일도 동일하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가출청소년과 성매매 청소년 등 평소에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청소년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에 대해 정부 행정기관이 단지 '부수적인 피해' 정도로만 간주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의 눈에는 부수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당사자는 생명이 걸려있는 중대한 일임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한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B 양이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3.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4. [2025 국감] IITP 매점 특혜? 과기연전 노조 "최수진 의원 허위사실, 규탄"
  5. 7-1로 PO 주도권 챙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할까
  1. 충남도-나라현, 교류·협력 강화한다… 공동선언
  2.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는 오늘도 '만원 관중'
  3. [2025 국감] 대전경찰 전세사기·관계성 범죄대응 집중…"교재폭력 대처 메뉴얼 부재"지적
  4. 대전사랑메세나, 대신증권 박귀현 이사와 함께한 '주식 기초 세미나' 및 기부 나눔
  5. 배움의 즐거움, 꽃길 위에서 피어나다

헤드라인 뉴스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폭력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자 경찰관을 폭행하고 인치된 후 대소변을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46)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 25일 동남구 신부동에서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때려도 돼요?"라고 말하며 발등을 밟고 복부를 수회 가격하는 등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동남경찰서 형사과 인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중 경찰관을 향해 신발을 던지거나 소파 위에서 대변을 본 뒤..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경찰서(서장 송해영)는 최근 성착취 목적 대화죄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에 따라 아동·청소년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 달 간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경찰관이 아동으로 위장해 피의자에게 접근·대화 시 '아동 성착취 결과' 발생 가능성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미수범 처벌이 가능해 현장에서 위장 수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온라인상 행위에 제한되었던 처벌 범위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직접 만나 성착취 목적으로 대화하는 오..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억대의 '짝퉁 명품'을 판매해 상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4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위조상품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아미(AMI) 등 위조상품 총 933개를 판매하면서 1억1754만원(정품가액 합계 32억17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봉근 부장판사는 "판시 범행은 정당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상표권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