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겹겹으로 칠해진 삶의 불가사의함… '운명의 그림'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겹겹으로 칠해진 삶의 불가사의함… '운명의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최재혁 옮김│세미콜론

  • 승인 2020-04-21 18:39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운명의그림
 세미콜론 제공
운명의 그림

나카노 교코 지음│최재혁 옮김│세미콜론





운명의 결전, 운명의 만남, 운명의 사랑, 운명의 선택, 운명의 사건…. 운명은 인간의 다양한 인생사를 포괄할 수 있는 말인 동시에, 무엇이든 극적인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수식어다. 그림에 얽힌 역사·문화적 사실과 화가의 삶까지 엮어내는 작가 나카노 교코가 『운명의 그림』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이러한 운명의 다양한 본질, 그리고 인간이 운명과 어떻게 싸워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운명의 그림』은 장 레옹 제롬(Jean-Leon Gerome)의 「아래로 내린 엄지(Pollice Verso)」를 으로 문을 연다. 로마 제국 검투사의 숨 막히는 결투에서 황제의 손가락 하나로 검투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연상시키는 그림은 실제로도 영화와 운명적인 인연이 있다. 영화의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감독 리들리 스콧이 이 그림을 보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던 것.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의 상을 휩쓸며 대성공을 거둔 영화의 운명적 탄생에, 검투사의 운명을 가르는 장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절묘하다.



저자는 영웅의 선택, 국가의 장래, 역사의 갈림길, 자연 재해의 결과 등 운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23점의 주요 그림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사랑, 갈등, 성공을 둘러싼 개인의 운명에 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가 그림과 버무려 놓은 운명에 관한 이야기는 그림 속 등장인물에서부터 붓을 들었던 화가 장본인까지 여러 겹을 이루며 흥미롭게 교차한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흑과 같아서, 인생을 예상하는 것은 일기예보처럼 종종 빗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운명이 지난 불가사의에 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철학이나 종교에서, 역사에서, 오페라와 문학, 그리고 미술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장면의 구석구석까지 놓치지 않은 상세한 설명은, 운명만큼이나 캄캄한 암흑같던 그림 속 이야기에 눈을 뜨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2.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3.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4. 애터미 '사랑의 김장 나눔'… "3300kg에 정성 듬뿍 담았어요"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2.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3.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4.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5.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헤드라인 뉴스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일본 와카사철도, 대전서 희망찾기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鳥取)현의 철도회사 전무가 폐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을 찾아왔다. 인구가 감소 중으로 철도마저 폐지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그는 윤희일 전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을 '관광대사'로 임명하고, 돗토리현 주민들에게 철도는 무척 소중하다며 지역 교류를 희망했다. 24일 오후 5시 30분 대전시 중구 베니키아호텔 대림 회의실에서는 야베 마사히코(矢部雅彦) 와카사철도 전무가 참석한 가운데 관광대사 위촉식이 개최됐다. 윤희일 전 경향신문 기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철도마니아이면서, 일본 특..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기업 10곳 중 7곳 이상 "처벌·제재로는 중대재해 못줄여"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정부의 노동 안전대책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과 제재 중심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기업 26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인식과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73%(222곳)가 정부 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대전시청에 뜬 무인파괴방수차와 험지펌프차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