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코로나가 일깨워준 자전거의 가치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코로나가 일깨워준 자전거의 가치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영

  • 승인 2020-05-13 10:38
  • 수정 2020-05-18 19:59
  • 신문게재 2020-05-14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영
희망은 때로 역경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코로나19로 암울한 뉴스가 사방천지 시공간을 도배했고 개인들은 일상을 저당 잡힌 신세가 됐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우리는 하나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다름 아닌 '작고 창백한 푸른 점' 지구가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가 어느 날 가까이에 와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대비 40~60% 감소했다고 한다. 자동차 매연과 교통혼잡으로 유명한 로스앤젤레스에도 푸른 하늘이 SNS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봄이면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이동을 줄이고 통행방식을 바꾼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우리나라나 할 것 없이 요즘 자전거는 없어서 못 파는 물건이 되었다. 대전시도 마찬가지다. 공공자전거 타슈 이용자가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던 3월과 4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가 증가했다. 그동안 자전거 이용률이 낮은 이유가 자전거도로의 부재만은 아니었다. 실상 지자체와 개인의 관심 부재가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는 '자동차이용을 줄이고 자전거를 이용하면 맑은 공기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인데,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교통정책의 핵심이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지 종잡기 어렵다. 그러나, 결국은 종식되리라 본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에도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잠시 '멈춤'으로 맑은 공기를 경험한 이상 그 가능성을 지켜낼 필요가 있다.

이참에 지자체는 대안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시민들은 한 번쯤 이용해보면 좋겠다. 일상을 유지하고 동시에 맑은 공기를 지켜낼 수 있는 교통수단 중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수치를 꺼내서 자전거의 친환경성, 정책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자. 우선, 자전거는 에너지를 매우 적게 필요로 한다. 자전거를 타는데 필요한 열량은 ㎞당 22㎉이면 된다. 동일한 거리를 승용자동차는 1,163㎉를 소모한다. 자전거의 53배다. 열량은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연료를 소비해야 나오는 것이니 결국 유한한 자원을 축내는 것이고, 어딘가에 오염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승용차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먹는 (적어도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인 물건이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자동차는 ㎞당 271g을 내뿜지만, 자전거는 21g을 발생시킨다. 도시공간은 또 어떤가? 자전거 1대를 주차하는 데는 자동차의 1/20의 면적이면 충분하다. 주차장 1면의 조성비용이 약 7000만 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 재정을 축내는 물건이 자동차인 것이다.

이쯤 되면, 자전거는 '지구를 살리는 기특한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그저 그런 자전거가 아니다. 자동차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불평할 자전거가 아니란 말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이제부터라도 자전거를 존중해 주기 바란다. 나(승용차)보다 에너지를 훨씬 적게 쓰면서 같은 일을 해내고, 도시재정에도 이바지하며, 공기도 맑게 지켜주고 있다. 자전거 덕분에_내가 자동차를 사용해도_ 도시의 자원, 공기, 공간이 유지되고 있으니 고마운 이웃이다. 그러니, 자전거가 지나가면 위협하지 말고 멈춰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적어도 자동차보다는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니 말이다.

자전거가 교통정책대안이 될 수 있음은 코로나가 증명해 주었다. 이제 자전거를 정책대안으로 선택하고, 시행하는 실천만 남은 것이다. 다만, 이전처럼은 안된다. 말로 하는 자전거정책은 그동안 충분히 해 왔다. 정책의지가 있다면 예산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전체 대전시 교통예산 중 2% 자전거예산으로는 그 의지를 믿어주지도 효과가 나타나기도 어렵다.

코로나가 전에 없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친환경 교통정책으로 전환하는 발화점이 되기를 바란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신년호] AI가 풀어준 2026년 새해운세와 띠별 운세는 어떨까?
  3.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4.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2025년 가장 많이 찾은 세종시 '관광지와 맛집'은
  4. '일자리 적은' 충청권 대졸자 구직난 극심…취업률 전국 평균보다 낮아
  5. 중구 파크골프協, '맹꽁이 서식지' 지킨다

헤드라인 뉴스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31일 저녁은 대체로 맑아 대전과 충남 대부분 지역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고, 1월 1일 아침까지 해돋이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전기상청은 '해넘이·해돋이 전망'을 통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야외활동 시 보온과 빙판길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전을 포함해 천안, 공주, 논산, 금산, 청양, 계룡, 세종에 한파주의보가 발표됐다. 낮 최고기온도 대전 0도, 세종 -1도, 홍성 -2도 등 -2~0℃로 어..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