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5강 어목혼주(魚目混珠)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5강 어목혼주(魚目混珠)

장상현 /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06-3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5강 어목혼주(魚目混珠) : 물고기 눈알이 구슬과 섞이다.

본 고사성어는 魚(물고기 어), 目(눈 목), 混(섞을 혼), 珠(구슬 주)의 네 글자로 구성 되었다, 출전은 한시외전(漢詩外傳)에 보이며, 한시외전에 "백골(白骨)은 상아(象牙)와 비슷하며, 물고기 눈알은 구슬과 흡사하다(白骨類象 魚目似珠백골유상 어목사주)"는 구절을 인용하였다.



따라서 '어목혼주(魚目混珠)'는 가짜(물고기 눈)가 진짜(진주)와 뒤섞여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물고기 눈알이 어찌 구슬이 되겠는가. 쑥은 가차(?茶)가 될 수 없다.(魚目豈爲珠. 蓬蒿不成?.어목기위주 봉호불성가)」(가차는 고차(苦茶)의 일종으로 일반 차보다 쓴맛이 난다)고 했다.

남송(南宋)시대 마음씨 착한 만의(滿意)라는 상인(商人)이 있었다.



어느 날 만의는 커다란 진주(珍珠)를 사게 되었는데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품는 것이 한눈에 보아도 값비싼 보물이었다. 만의는 붉은색 비단주머니에 진주를 곱게 싸서 장롱 깊숙이 감추어두었다. 그 진주를 가보로 삼아 자손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한편 만의의 이웃에 수량(壽量)이라는 게으른 가난뱅이가 살고 있었는데, 수량은 자신의 가난한 처지가 남에게 들킬까 늘 불안에 떠는 허영심 많은 사람이었다. 돈만 생겼다 하면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써 버렸으며 늘 부자인양 행세를 하고 다녔다. 그러는가 하면 때때로 이웃에 사는 만의와 부(富)를 비교하기도 했다.

하루는 쌀독이 바닥나 며칠을 굶어 지냈던 수량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그만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행인이 그를 불쌍히 여겨 은자 몇 냥을 손에 쥐어주고 떠났다. 수량은 허기부터 달래려고 마을의 만두가게에 들렸다. 이때 마침 옆자리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만의네 집에 글쎄 찾아드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더라. 차(茶)도 내주며 후하게 대접한다던데 우리도 한번 가보지 않겠나?" 그의 말에 수량은 귀가 솔깃해졌다.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고픔도 잊은 채 곧장 마을의 옷 가게로 달려갔다.

만의네 집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는데 번듯한 옷 한 벌은 있어야지, 그는 주머니에 든 은자를 전부 털어 옷가게에서 가장 비싼 옷을 샀다. 이처럼 수량은 겉만 따지는 사람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밖에서 빈둥대던 수량은 어쩌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고기 눈알을 하나 발견했다. 그 물고기 눈알은 햇빛을 받아 진주처럼 반짝였다. 수량은 지난번 만의네 집에서 보았던 진주를 떠 올렸다.

"나에게도 이제는 진주가 생겼구나!"

수량은 누가 보기라고 할까봐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 때부터 수량은 그 물고기눈알을 진짜 진주를 다루듯 애지중지했다.

훗날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이 병들어 곧 죽게 되었다. 의원은 진주를 갈아 약에 넣어 먹어야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알게 된 만의가 그 사람을 가엽게 여겨 자신이 아껴온 진주를 내어주겠다고 말했다.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고 수량도 이를 전해 듣게 되었다. 이 기회에 영웅으로 칭송받고 싶었던 수량은 애지중지하던 물고기 눈알을 가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자리에서 만의와 수량은 나란히 앉았다. 만의가 먼저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자 뽀얀 진주가 눈부신 광채를 뿜으며 귀한 자태를 드러냈다.

이에 뒤질 새라 수량도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나 광채는 커녕 거무스름한 빛만 보일 뿐 누가보아도 썩은 물고기 눈알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수량은 줄곧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진짜와 가짜는 처음에는 분간 할 수 없으나 결국 진위(眞僞)가 가려지기 마련이다. 진짜는 언제나 그 광채가 항상 빛나고 고귀하다. 그러나 가짜는 시간이 갈수록 광채를 잃어버리고 몹쓸 물건으로 변한다.

요즈음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정치인들에게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모두가 가짜 같다. 왜? 권력이나 힘으로 진짜를 가짜로 만들고 가짜를 진짜로 만들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장유(張維)의 계곡집(谿谷集)의 글귀도 보자.

겉모습만 보고서 속마음을 믿기 때문에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어도 뉘우쳐 바꾸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視其外而信其中 故有奸人亂國而不可悔者也(시기외이신기중 고유간인난국이불가회자야)

정의사회(正義社會)란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代價)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는 자들이 요행(僥倖)이나 권세(權勢)에 힘입어 노력하는 사람보다 더 큰 대가를 받는다면 누가 힘든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무임승차(無賃乘車)가 오히려 당당한 대우받는 희한(稀罕)한 세상이 될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던가! 정책을 태동시키고 추진하고 있는 청(靑)과 여당만이 혼란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권력자에게 아부하여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간신은 단호히 이 사회에서 분리시켜 정의로움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5-장상현-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1.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2.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3.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4.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