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20-07-06 10:51
  • 신문게재 2020-07-07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7월은 검푸르게 생명의 절정을 치닫는 녹음의 세상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우리는 벌써 세 번째 계절을 맞고 한 해의 절반이 후딱 지나고 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이 되면 경험이나 과학적 근거도 없이 코로나가 소강상태가 보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국은 다시 기세등등하게 사실상 2차 유행에 돌입했다는 평가 속에 대전도 매일 확진자가 늘어 그 숫자가 130명을 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학교까지 덮친 코로나 공포 때문에 대전시는 비상방역 체계를 가동하면서 사회적 거리를 두자는 현수막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교차로나 도시의 공원 입구까지 선거철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던 장맛비가 그친 뒤 계족산에 올랐습니다.

여느 때와 달리 계곡물이 불어나 어룽거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다정스럽고 새들의 울음소리는 도시의 소음을 뒤로하며 평화로웠지만 그것도 잠시 내 동공을 확장시킨 것은 생경(生硬)한 풍경 때문이었지요. 계족 쉼터와 임도 삼거리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벤치마다 사고 현장을 보존하기 위한 저지선처럼 붉은 띠들이 둘러쳐있지만 기어이 몇몇 사람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체 저 사람들의 심사는 무엇일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참 대책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불쾌감을 한참동안 지울 수 없었습니다. 후덥지근한 장마철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바깥 활동을 할 수 없는 노릇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하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올 장마는 예년과는 달리 7월 하순까지 2~3일에 걸쳐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다가 폭염이 지속되는 이우삼열(二雨三熱)이라지요.



내려오는 길, 지구가 생긴 이래 여름철이면 해마다 겪어야하는 장마의 어원은 한글일까, 한자어일까, 그리고 언제부터 장마란 단어를 사용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장마란 어원은 모호하지만 이전에는 '여러 날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오란비'라 하였으며 '오랜'의 한자어인 '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로 15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사용된 것으로 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長+맣'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은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라 하여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 일본은 바이우(梅雨)라 부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산스크리트어 사전'에서는 '장(Jhan)'은 'noise of falling rain, rain in large drops'로 '마(ma)'는 '장'을 명사화하는 어미로 이 둘을 합치면 장마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올여름은 코로나가 겹친 장마가 길다고 해서 미리 짜증을 낼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폭염 대책에 상충되는 일이라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더위 쉼터나 카페 학교 교회 등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은 코로나 감염의 측면에서는 집단 감염이 생길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880년 기후관측 이래 금년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74.7%이며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다섯 손가락에 꼽힐 확률은 99.9%라고 예측하였습니다. 벌써 펄펄 끓는 시베리아는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며, 이제 곧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와 함께 일본의 기상학자인 구라시마 아쓰시가 1966년 그의 책 『일본의 기후』에서 처음 사용한 열대야가 찾아오겠지만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1819~1900)은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큼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따름이다"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계절이나 날씨에 변화 또한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한다면 황금소나기의 아들 페르세우스(BC.212~165) 영웅처럼 현명한 여름나기를 해야겠습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대 30만 원 환급' 상생페이백,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2. 화성시, 거점도시 도약 ‘2040년 도시기본계획’ 최종 승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5.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1. 코레일, 겨울철 한파.폭설 대비 안전대책 본격 가동
  2. "르네상스 완성도 높인다"… 대전 동구,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3.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7대 광역시 중 두번째
  4. 대전권 14개 대학 '늘봄학교' 강사 육성 지원한다
  5.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헤드라인 뉴스


갑천에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국회의원 전원, ‘2027 충청U대회 성공법’ 공동 발의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27명 전원이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국민의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은 25일 국제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회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품을 직접 접수·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직위원회가 기부금품을 접수할 때 절차가 복잡해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가 제한되고, 국제경기대회 재정 운영에 있어 유연성이 낮다..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 충남서 ASF 첫 발생… 도, 긴급 차단방역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역인 충남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충남도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도내 양돈농가 등에 상황을 전파하고, 이동 제한 등 긴급 차단 방역에 돌입했다. 25일 도에 따르면, 총 463두의 돼지를 사육 중인 당진시 송산 돼지농가에서는 지난 17∼18일 2마리가 폐사하고, 23∼24일 4마리가 폐사했다.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고를 받아 폐사축에 대한 검사를 도에 의뢰했다. 도 동물위생시험소는 폐사축에 대한 ASF검사를 진행, 이날 오전8시 양성 판정을 내렸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