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소년 여정… '내가 말하고 있잖아'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소년 여정…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지음│민음사

  • 승인 2020-07-10 07:15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ㅻ뒛?섏젇?€?묎?28_?닿? 留먰븯怨??덉옏??梨낅벑14.5.in
 민음사 제공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지음│민음사



"말을 잘하게 해 주는 곳이 아니야. 말을 하게 해 주는 곳이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고 할 순 없는 법이거든. 용기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용기를 내라고 할 수 있지만 용기란 게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에겐 그렇게 말해선 안 돼. 당연하지. 낼 용기가 없으니까. 힘없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도 이상해. 힘이 있었으면 힘냈겠지. 안 그래?" -본문 중에서



열네 살, 1급 말더듬이인 '나'는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 말고도 골치 아픈 일투성이다. 학교에서 외톨이인데 국어 선생이라는 자는 걸핏하면 일어나서 책을 읽으라고 시킨다.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엄마는 집에 오면 술을 마신다. 엄마는 전 애인과 다시 만나는 중인데, 심지어 그 애인과 한 집에서 살게 됐다. '나'는 걸핏하면 '나'를 무시하는 그 애인이라는 작자를 죽이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등단 이후 10여 년의 시간 동안 황순원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굴지의 문학상을 석권하며 고유한 시선과 자리를 만들어 온 정용준 작가가 오랫동안 구상, 집필, 퇴고한 이야기다.

말을 더듬는 인물을 자주 보여줬던 작가는 열네 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언어적 결핍으로 인해 겪는 고통과 고투의 과정을 한층 핍진하게 보여준다. 소년 '나'는 언어를 입 밖으로 원활하게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재난에 마음의 문을 닫고 유령처럼 겉돈다.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온 언어교정원에서 얼굴이 빨간 남자 어른, 인상이 차가운 여자 어른, 항상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왜소한 남학생, 허공에 타자를 치듯 쉴 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불안하게 앉아 있는 청년, 까만 뿔테 안경 너머 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더벅머리 아저씨 등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관계를 통해 마음속에 길을 내게 된다.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는 자신만의 문을 만든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걸 넘어 진짜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소년 '나'의 모습은 한편의 성장소설이자 문학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소설은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일의 지난함에 대해. 언어 장애를 불러일으키게 된 정서적 방임 혹은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대해. 어리고 유약한 존재들에게 가해지는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부주의함에 대해서도 새삼 숙고하게(이제니 시인)"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자신의 삶을 긍정해 나가려 하는, 모든 '나'의 여정을 응원하게 하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