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만나려고 떠난다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만나려고 떠난다

박종국

  • 승인 2020-07-30 11:20
  • 수정 2020-07-30 11:2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130036730
여름 휴가철이다. 일찍 서둘러서 그런지 도로가 아주 한산하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도로가 곳곳에서 막히면서 짜증나게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완전 빗나갔다. 거침없이 내달리니 오히려 어색하고 멋쩍다. 음식점도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너무 썰렁하여 잘못 찾아왔나 싶다. 시끌벅적해야 여행의 분위기를 살릴 텐데, 아니다. 편안한 것이 편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하다. 뭔가 이상하며 헛다리짚은 기분이 든다. 음식솜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 잘못 찾아왔나 싶다. 이런저런 엉뚱한 생각까지 겹쳐진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사람 속에서 서로 복작거리면서 보람을 느끼고 은연중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사람 속에 사람의 축제가 일품이다.

가파른 산길을 뚜벅뚜벅 올라간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지나쳤던 욕심이나 헛된 잡념이 뚝뚝 떨어진다. 노폐물이 떨어진다. 그 땀은 단순한 땀을 넘어 여러 의미를 지녔다. 떨어지는 무게 이상의 무거움이 담겨있다. 쿵쿵, 쾅쾅 떨어진다. 물론 실체의 무게보다는 마음의 무게이고 상징의 무게다. 그 무거운 땀이 떨어진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이다. 그 헛된 것들이 땀방울로 고스란히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으로 부족해 어느새 등허리까지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억지로 생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버려져야 할 것들이 짭짜름하면서도 미끌미끌하고 느끼한 땀으로 버려지는 동안 아주 홀가분해진다.

너무 시끄러운 것이 싫어 산에 오르기도 한다. 보다 한적한 길을 걸으면서 사색에 잠겨보기도 한다. 감미로운 새소리를 듣는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마음을 털고 개울 물소리에 마음을 씻어내기도 한다. 길가에 갓 피어난 야생화의 앙증스러운 모습에 눈길을 주며 그 해맑은 얼굴에 푹 빠져들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며 곱게 분장하고 살짝 드러낸 듯 상기되어 부끄러움이 스며있기까지 하다. 살짝 나누는 눈인사에 배시시 미소가 번진다. 산길에 웅크린 바위라고 무뚝뚝한 것만은 아니다. 변화가 없어도 나름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마음이 열리면 숨은 그림 찾듯 단순함 속에 여러 모습을 볼 수 있고 읽어낼 수도 있어 정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떠나는 것은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고 만나기 위한 여정이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잠시 떠난다. 떠난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할수록 떠나보아야 안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막힌 곳이 뚫리듯 새삼스러움이 용솟음치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기도 하고 밑바닥에서 올려다보기도 한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들어오기도 한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한다. 한 곳에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길은 많음도 알아야 한다. 내가 이곳에 꼭 있어야 하지만 내가 없으면 오히려 더 잘될 수도 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자연스런 분위기로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 찾으면서 마음에 담으면 된다. 어디를 가든지 토끼풀은 흔히 볼 수 있다. 그 속에는 행운이라고 여기는 네 잎 토끼풀이 들어 있다. 잠시 싱그러움을 들여다보면서 즐거운 마음을 지닐 수 있다. 자주 보아도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있다.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보고 있어도 보질 못하고 느끼질 못했을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은 새로움으로 다가오고 신바람에 휩싸이기도 한다.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들어있듯 그 평범함 속에 반짝이는 구슬이 숨어있어 어느 순간 그 모습을 보는 것이다. 직접 찾아나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보람이 있고 가치가 있는 찾음의 미학이다.

사람 속에 뒤섞여 본다. 자연 속에 깊숙이 들어가 본다. 그 분위기나 전해오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하지만 어느 것이 좋으며 못하다고 꼬집어 말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까지 곁들어져 있다. 바다는 어떠한가. 텅 빈 백사장에서 바람에 실린 요란스런 파도소리가 좋을 때가 있고 너무 외로움에 돌아서기도 한다. 북적거리는 한여름 해수욕장의 인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주인공으로 또는 관객으로 즐기기도 한다. 어디나 볼거리는 있고 그 나름대로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 다만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건성이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보고 싶어 하는 만큼 볼 수 있으면 좋다. 만나려고 떠난다. 만남의 미학이 있다.

박종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인구감소지역 15곳 그대로… 대전 원도심 3곳 ‘인구활력+지역’ 전환
  2. "우리 위성이다,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진 사출 지켜보며 환호
  3.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한 달…“국립대 통합 재추진 필요” 민병권 대표 제언
  4. [한글날 제정 100주년]AI 시대, 한글의 힘을 기르자
  5. 누리호 5차 발사 성공…대전 한국형 뉴스페이스 도약 가속도
  1. ‘가갸날’에서 한글날까지 100년…대전·세종에서 즐기는 한글날
  2. 대전대학교 대전광역시아이돌봄광역지원센터, 가족·돌봄 지원 협력체계 구축 공동협약
  3.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4. 오석진 대전교육감 “AI활용 기초학력 보장하고 학업성취도 높일 것”.
  5. 건양대, 로고스AI와 손잡고 ‘데이터 주권 AI’ 인재 양성

헤드라인 뉴스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 무임교통 3만원 제한… 어르신 3명중 1명 한도초과

대전시가 내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을 월 3만원 한도로 축소하기로 한 가운데 현재 이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지원 한도를 넘겨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방식도 현재 사실상 무료 이용에서 본인이 교통비를 먼저 결제한 뒤 이용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고령층의 체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7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어르신 무임교통카드 이용자는 모두 11만 1997명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교통비 이용액은 2만 858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월 3만 원을 초..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축구대표팀 ‘병역 논란’ 후폭풍…53년 병역특례 폐지 수순 밟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시 불붙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가 5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일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 획득 후 병역 혜택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궁극적 폐지'를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까지 나오면서다. 선수들의 경솔한 행동이 그동안 누적돼 온 형평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는..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지역화폐 몸집 키우는 정부·지자체… 소비 쏠림에 실효성 물음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가 일부 상권에 집중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는 만큼 발행 규모뿐 아니라 지역 내 소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까지 정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기본계획(2026~2030)'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31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국비도 올해 1조 1500억 원에서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확 앞둔 황금 들녘 수확 앞둔 황금 들녘

  •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와! 성공이다’ 대전샛 개발자들 누리호 발사 성공에 환호

  • ‘은행 열매를 피해라’ ‘은행 열매를 피해라’

  • ‘한글, 예술이 되다’ ‘한글, 예술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