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마스크와 젠더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마스크와 젠더

김명주 충남대 교수

  • 승인 2020-08-10 11:13
  • 신문게재 2020-08-11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명주-충남대-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지금까지 코비드-19 치료제는 13건, 백신은 2건이 임상 시험 중이라고 한다. 어느 치료제나 백신도 임상 시험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모두 사용 불가다. 따라서 마스크 착용만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인 셈이다.

그런데도 마스크 미착용 때문에 생기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미국 미시건주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다음날, 편의점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상점 주인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동체 정신이 비교적 투철한 우리나라에서도 마스크 시비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5월부터 두 달 동안 마스크 미착용 신고 건수는 16,631건이었고, 역직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도 5건,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이나 승객 간의 다툼도 162건 발생했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나와 공동체를 위한 길인데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의외도 많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대통령의 마스크 착용과 코비드-19 사망자 수의 상관관계"라는 멕시코발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영국 정상들은 팬데믹 초반부터 마스크 착용을 꺼리던 사람들인데, 이들 나라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현재 전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과연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 기사를 쓴 기자가 인정하듯이 지도자의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 사망자 수의 직접적 연관성은 좀 무리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도자들은 모두가 "포퓰리스트"이며, 모두가 팬데믹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쳤으며, 전문가 대신 "비과학적인 믿음"에 의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불어 그들은 모두 남성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반면, 방역에 성공한 나라의 정상들 중엔 여성이 꽤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독일의 메르켈, 대만의 차이잉원, 뉴질랜드의 재신다 아던,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는 모두 여성들이다. 그들은 모두 마스크 착용에 솔선수범했고, 진즉 마스크 착용을 강조했다. 어쨌든 그들의 나라는 방역의 모범 국가들이다. 단순한 우연은 아닌듯하다.

모든 남성이 트럼프, 보우소나루, 존슨, 로페스 오브라도르처럼 우매하지는 않다. 모든 여성이 위에 열거한 총리들처럼 현명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마스크 착용과 젠더에 약간의 상관성이 직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스크와 젠더 차이에 대한 미들섹스대학 연구자들의 한 논문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마스크를 덜 착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며, 코로나 전체 사망자의 60%가 남성이라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그 연구의 함축성은 다름 아니라, 남성들이 마스크 착용을 꺼리기 때문에 여성보다 비율적으로 더 많이 사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그 연구논문은 남성들이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들의 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남성들은 여성보다 질병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신체적으로 강하다는 자신감 내지는 자만심도 있지만, 강해보이고 싶은 강박도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남성성을 과시하고픈 남성에게 마스크는 남성을 멋쩍고, 수치스럽고, 허약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즉, 쉽게 말해서 남성이 마스크를 쓰면 남성성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좀 어이가 없다. 그런데 미국과 멕시코대통령이 왜 마스크를 싫어하는지, 그 까닭이 좀 이해된다. 상대방을 힘으로 위협하고 궁지로 몰아세우기 좋아하는 그들은 마스크가 그들의 남성성을 훼손한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남성이 소위 남성다워야 한다는 젠더 고정관념이 남성을 얼마나 억압하는가. 남성은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되고, 울어서도 안 되고, 무조건 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남성다움에 대한 강박이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2.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3.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4.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5.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1.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체계 돌입
  2.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3. 대전 학교급식 공동구매 친환경 기준 후퇴 논란
  4. LH, 미분양 주택 매입 실적…대전·울산·강원 '0건'
  5. [특집] CES 2026 대전통합관 유레카파크 기술 전시 '대전 창업기업' 미리보기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충남도가 이번엔 18개 기업으로부터 4355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또는 부단체장, 박윤수 제이디테크 대표이사 등 18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18개 기업은 2030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28만 9360㎡의 부지에 총 4355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이전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기계부품 업체인 이화다이케스팅은 35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서..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23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경 보람동 시청 2층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 안팎에선 출마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이 전 시장 스스로도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내 시장 경선 구도는 이 전 시장을 비롯한 '고준일 전 시의회의장 vs 김수현 더민주혁신회의 세종 대표 vs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 vs 홍순식 충남대 국제학부 겸임부교수'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