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솔향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0-09-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가 제대로 걷게 되기까지엔 3천 번을 넘어져야 한다고 한다.

이 3천 번이 틀에 박힌 숫자는 아니겠지만,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3천 번이란 많은 회수를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살아오는 삶에서도 많이 넘어졌지만, 앞으로의 삶에도 많이 넘어지고 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사기꾼한테 당해서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사업 실패로, 입학시험·취직시험 낙방으로 넘어지고 살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엔 하는 일에 운이 따르지 않아 넘어지기도 하고, 마음을 다 빼앗겼던 연인한테 실연당하는 사랑의 실패로 넘어지기도 한다. 또 복싱 선수는 상대방의 강한 펀치에 넘어지기도 하고. 축구선수는 상대방의 강한 슈팅 골에 넘어지는 고배를 마셔야 할 때도 있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얘기를 하다 보니, 세인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로봇다리 김세진이 떠올라 오늘은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그는 모든 것이 보통사람과 달랐다.

세진이는 태어날 때부터 한 쪽 손과 두 다리가 없는 장애아였다. 그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무릎 아래와 왼쪽 발이 없고, 오른손은 엄지와 약지만 있는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로 뼈를 깎는 수술만 도 네 차례나 받아야만 했고, 의족을 착용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는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우뚝 서는 성공의 주인공이 되었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세계적인 신화를 창출해낸 거였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엔 그 양모 양정숙 여사의 헌신적 희생적인 뒷바라지를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엔 양 여사의 눈물겨운 지성과 아낌없는 사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양 여사는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어릴 적부터 봉사활동을 즐겨했다. 그러던 1998년 어느 날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포대기에 싸인 생후 18개월 된 세진이를 발견하고, 그를 6개월 동안 돌보다가 가족들을 설득하여 그를 아들로 입양을 했다.

세진이가 장애아였지만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이었다. 상대해 주지 않고 완전 왕따시키려는 행동들이었다. 식당 주인은 세진이가 출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밥을 못 먹게 했다.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재수 없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괴물'이라며 놀려대기까지 했다.

양 여사가 세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수영장에 갔을 때 '수영장에 병이 옮는다'고 하여 양 여사는 6시간이나 청소를 한 적도 있었다. 이웃 사람들은 '앵벌이를 시키려고 입양한 것'이라며 수근대기도 했다. 세진이는 학교를 다섯 차례나 옮겨야만 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고로 사망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학교를 다니라고까지 했다.

세진이는 중1때 학교를 자퇴하고 오전에는 수영, 오후에는 공부에 매달려 9개월 동안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잇달아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성균관대 대학입시에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네가 걷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나중에 걷다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줄 아는 게 중요해. 네가 인생을 살 때도 마찬가지야."

넘어졌다 일어나는 세진이를 넘어뜨리고 또 넘어뜨리고, 이렇게 눈물겨운 교육을 한 양정숙 여사의 지극정성이 세진이를 걷게 했다. 3870M 로키산맥을 오르게 했다.10KM 마라톤을 완주까지 하게 했다. 대한민국 장애인국가대표 로봇다리 수영선수로서 금메달을 총 120개나 획득하게 했다. 실로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다.위대한 세진이 뒤에는 그를 마음으로 낳고, 극진히 사랑한, 멋지고도 훌륭한 양정숙 양모가 자리하고 있었다. 세진이는 초등학교 검정교과서에도 소개돼 있고, 2009년 한국스카우트연맹 '대한민국을 이끌 4명의 청소년 영웅'으로도 선정되었다.

양 여사는 결국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남편과 결별하고 혼자서 딸과 아들을 키워야만 했다. 낮에는 식당 일, 새벽에는 대리운전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세진이는 훌륭한 양모의 덕분인지 피나는 노력과 불굴의 정신력 때문인지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역사상 '최연소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또 장애인국가대표 로봇다리 수영선수로서 세계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는 위대한 거인이 되었다.

3000번을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이, 사업에 좀 실패했다고, 취업시험에 몇 번 낙방했다고, 대학입시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절망에 빠져 한숨만 쉬고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

아니, 사기꾼의 농락으로 가세가 기울고, 그렇게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실연을 당했다고, 자포자기하고 비관하여, 희망과 용기를 잃어서도 아니 되겠다.

칠전팔기(七顚八起)나 백절불굴(百折不屈)이란 단어가 어떤 특정인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 마음먹은 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의지의 투쟁이니, 그것은 인내와 끈기로 갈고닦는 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꽃이 만발한 화창한 봄날도, 혹한의 설한도, 비바람 몰아치는 악천후 날씨도, 불안공포로 겁을 주며 창궐하는 코로나 같은 전염병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 또한 지나가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주인공이 어디 따로 있는가?

왕후장상(王侯將相)에 씨가 없듯이 의지가 굳세고 약한 것도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세진이가 훌륭한 양 여사를 만났듯이, 훌륭한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과 연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 하지 말고, 내가 좋은 사람이 돼 상대방이 빛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악조건 속에서 수 없이 넘어지고 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허나, 혹자 가운데는 몇 번 넘어졌다 좌절하여 일어나지 못하는 이도 있다. 드물게는 김세진 선수처럼 넘어질수록 강인하여 나무를 쓰러뜨리는 강풍도 무색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모두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까짓 사소한 세파의 비바람에 쓰러져서야 되겠는가?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그까짓 사소한 일로 주저앉아서야 무엇에 쓰겠는가!

넘어지고 깨어지더라도 우리는 일어나서 힘차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

폭풍우 속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우리가 바로 미래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꽃들이다.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는데… 폭풍우가 아무리 거세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로다.

그까짓 폭풍우에 그냥 쓰러져서야 그 무엇에 쓰겠는가!

3000번이나 넘어졌다 일어났던 그 기개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솔향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명무실한 대전시·교육청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치유 조례
  2. GM세종물류 노동자들 다시 일상으로...남은 숙제는
  3. “정부 행정통합 의지 있나”… 사무·재정 담은 강력한 특별법 필요
  4. 성장세 멈춘 세종 싱싱장터 "도약 위한 대안 필요"
  5. 한국효문화진흥원 설 명절 맞이 다양한 이벤트 개최
  1. 충남대병원 박재호 물리치료사, 뇌졸중 환자 로봇재활 논문 국제학술지 게재
  2. 으뜸운수 근로자 일동, 지역 어르신 위한 따뜻한 나눔
  3. 지역대 정시 탈락자 급증…입시업계 "올해 수능 N수생 몰릴 것"
  4. [사설] 김태흠 지사 발언권 안 준 '국회 공청회'
  5. 무면허에 다른 이의 번호판 오토바이에 붙이고 사고낸 60대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지방선거 앞 행정통합 블랙홀…대전 충남 등 전국 소용돌이

지방선거 앞 행정통합 블랙홀…대전 충남 등 전국 소용돌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블랙홀로 떠오른 행정통합 이슈에 대전 충남 등 전국 각 지자체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 등 통합 당사자인 광역자치단체들은 정부의 권한 이양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데 시민단체는 오히려 시민단체는 과도한 권한 이양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등 행정통합 배제 지역은 역차별론을 들고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등 3개 권역의 행정통합 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대한 병합 심사에 돌입했다. 이..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호조세와 피지컬 AI 산업 기대감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충청권 상장사의 주가도 함께 뛰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에서의 강세로,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한 달 새 40조 1170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0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2026년 1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211조 8379억 원으로 전월(171조 7209억 원)보다 23.4% 증가했다. 이 기간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시총은 14.4%, 충북은..

[독자제보] "폐업 이후가 더 지옥" 위약금에 무너진 자영업자
[독자제보] "폐업 이후가 더 지옥" 위약금에 무너진 자영업자

세종에서 해장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A 씨는 2024년 한 대기업 통신사의 '테이블오더(비대면 자동주문 시스템)'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매장 운영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테이블오더 시스템은 자리 잡지 못했다. A 씨의 매장은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지역에 있었고 대다수 손님이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다. 주문법을 설명하고 결제 오류를 처리하는 일이 반복되며 직원들은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을 떠안게 됐다. A 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