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홍승표 / 시인

  • 승인 2020-10-22 10:0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노인교통비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도청에서 노인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실무과장으로 일할 때였지요. 65세 이상 어르신이 66만 명이 넘었고 9백억 넘는 예산이 교통비로 소요되었습니다.

전체 노인복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지요. 노인교통비는 도와 시군이 전액 부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득에 관계없이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노인교통비를 지급하다보니 다른 노인복지분야에 투자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새해 예산편성을 앞두고 "모든 어르신에게 지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일정 소득수준을 고려해 지급하고 남는 예산을 노인복지회관을 짓거나 다른 복지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의원들에게 간담회를 통해 사전 보고를 드렸는데 난리가 났지요. 경기도 노인회에서 강력항의하고 나선 것입니다. 도의원들도 선택적 지급에 동의하면서도 결국 모두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요. 표심을 건드리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입니다.

복지와 증세가 세간의 화두이자 논쟁의 핵으로 떠올랐습니다. 복지는 말 그대로 수준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이지요. 모두가 복지를 외치지만 이에 따른 재원 마련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예산 규모도 늘어나야지요.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는 국민이 내는 세금부담도 높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요. 복지수준을 높이려면 세금부담도 늘어나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편적, 선택적 복지를 두고도 주장이 상반되지요. 문제는 어떤 것을 취하든 장단점이 있고 재정 부담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복지정책을 내놓으면서 재정확보에 대한 세부계획은 내놓지 못했지요. 그리고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상당 부분 지자체에 전가시켰습니다. 예산지원이나 재원확보 마련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 지자체에 떠맡기는 것이지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복지예산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선심성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지자체에 예산을 부담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똑같이 나누자는 보편적 복지는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선택적 복지가 반드시 옳다는 말도 아니지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적용해야 합니다. 말이 허울 좋은 지방자치이지 아직 중앙에 예속된 반쪽 자치라는 푸념이 쏟아지지요. 집안 살림도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정부가 생색을 내고 돈이 없는 지자체에 복지예산을 부담시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최근 재산, 소득, 고용이나 노동 의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 도입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에게 30만 원씩만 줘도 200조 원이 된다"고 반론을 폈지요. "200조 원을 우리 아이들이 부담하게 하는 게 맞느냐?"며 "지금 복지는 취약계층이나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이다. 그 돈을 다 없애고 전 국민 빵값으로 일정한 금액을 주는 것은 맞지않다"고 했습니다. 눈감고 제 닭 잡아먹고 다시 알을 부화시켜 닭으로 키워야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지요.

조만간 국가채무가 1000조 원, 국민 1인당 채무액이 2000만 원인 시대가 됩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부가 잠시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해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을 준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재원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지요. 복지를 외치면서 증세를 반대하는 건 모순이고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허구일 뿐입니다. 재원마련 계획 없는 기본 소득제도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지요. 오늘 우리 선택이 내일의 흥망성쇠를 가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홍승표 / 시인

201910300100221580010717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동물원 '늑구' 생포 직전 포위망 달아나… "건강·은신구역 확인, 포획 가능성↑"
  2. 기자 눈에도 보였던 늑구 포획 실패한 이유는?
  3. '늑구'가 비춘 그림자…대륙사슴·하늘다람쥐 우리곁 멸종위기는 '진행중'
  4. 내달 통합 찬반 투표 앞두고 충남대-공주대 긴장 고조… 학생들 "의견수렴 부족"
  5. 제1회 부여국제히스토리영화제 개봉박두
  1. 5차 특구육성 종합계획서 빠진 공동관리아파트 활용… 추진 탄력 아쉬움
  2. 안전공업 화재수신기 직접 껐다는 직원 진술 나와… 대화동공장 인화성 위험물 허가보다 2배 보관
  3. '대전 도심 첫 폐교' 성천초 학교복합시설 공모 선정
  4. 아산시, 공설 장사시설 대폭 확충
  5. "빠듯하고 위태롭다" 행정수도법 또 논의 무산…표류 우려 가중

헤드라인 뉴스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與 충남지사 경선 박수현 승리…국힘 김태흠과 빅뱅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경선에서 재선 박수현 의원(공주부여청양)이 15일 승리했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후보별 득표율은 당규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로써 본선에 진출한 박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김태흠 현 지사와 맞붙게 됐다. 박 의원의 본선행은 높은 인지도와 과감한 승부수, 자치분권 등 정책 행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는 1차 경선에서 민선 7기 충남시정을 이끈 양승조 전 지사와 3선 기초단체장 출신인 나소열 전 서천군수와 겨뤄 양 전 지사와 함께 결..

대전 중구 문창2동 우편취급국 인근 MZ세대 `핫플레이스`로 주목
대전 중구 문창2동 우편취급국 인근 MZ세대 '핫플레이스'로 주목

대전 주요 상권이 MZ세대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MZ세대들은 가치 소비와 경험 소비, SNS를 통한 정보 공유에 관심이 많은 세대를 뜻한다. 대전 주요 골목이 이들에게 선택받으며 상권의 신흥강자로 떠오른다. MZ세대 발길이 닿는다는 건 이들이 30·40대가 됐을 때 추억의 장소이자 단골 식당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에선 노른자로 불린다. 15일 소상공인 365 빅데이터가 추려낸 대전 MZ세대 핫플레이스는 '대전 문창2동 우편취급국' 인근이다. 중구 문창동에 위치한 해당..

"내가 농기센터 직원인데"…농자재 업체, 공무원 사칭 피해 속출
"내가 농기센터 직원인데"…농자재 업체, 공무원 사칭 피해 속출

<속보>=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공무원 사칭 사기가 세종지역 농자재·농기계 업체들을 덮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세종시농업기술센터 소속 공무원을 사칭해 납품을 유도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실제 수천만 원대의 피해로 이어진 경우도 확인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센터 등에 따르면 최근 1개월 사이 센터 소속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지역 종묘·농약사와 농기계 대리점 등 업주에게 접근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날 기준 최소 5건이 확인됐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조치원읍에서 농자재를 판매하고 있는 A 씨는 지난 7..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씨 없는 포도 ‘델라웨어’…전국 첫 출하

  •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자원순환 실천 함께해요’

  •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 대전오월드 인근에서 목격된 ‘늑구’ 포획에 나선 경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