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스승님 감사합니다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스승님 감사합니다

주종순/ 충남여중 5회 졸업생

  • 승인 2021-03-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가게 되어있고, 헤어진 사람은 또 다시 만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여중시절부터 여고 때까지 특기 생활로 웅변을 했었습니다. 그때 웅변 특별반을 맡으셨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당시 제가 너무 어린 나이였는지 선생님의 관심이나 제자에 대한 애정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47년이란 세월이 지나 올해 환갑을 맞았습니다.

제 나이 61세, 지금부터 5년 전쯤 대청댐에 봄 풍경을 구경 갔다가 우연히 선생님과 뜻밖의 재회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저를 어릴 적 여학생으로 생각하고 계시는지, 어깨를 꼭 끌어안고 "내 딸"이라고 하시며 당신의 제자는 "딸이나 마찬가지"라고 동행하신 분들께 소개하셨습니다. 나와 동행한 친한 언니들에게도 자랑하시고 못 본 세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고 하셨습니다. "단발머리 여중 학생 때 주종순을 항상 기억하시면서 만날 날을 기다렸다"고, 많이 궁금했다고 너무 너무 기뻐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실 때 죄송스럽고, 영광스럽고, 숨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곤 선생님은, 일행들이 있으니 꼭 다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기로 하자고 약속하시며 연락처를 주시고 그 자리를 급하게 떠나셨습니다.

그때 나와 동행했던 언니들도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스승님이 계시지만 그렇게까지 나이 많은 제자를 기억하시고 "보고 싶었다"고 스스럼없이 예뻐하실 수 있는지 엄청 많이 의아해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난 후 선생님과 다시 만나 쌓인 얘기며, 여중학생 웅변부 활동 때 선생님이 느끼셨던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지금은 아버지보다도 훨씬 더 가깝게 지내며, 애정과 신뢰로 선생님을 존경하면서 자주 뵙고 의지하고, 만남을 갖고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선생님과 재회한 뒤에 암에 걸려 고생하는 것을 보시고 안쓰럽게 생각 하시며, 제자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살리시려고 노력하시는 것을, 아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저에겐 아버지만큼 귀중하고 고마우신 은사님이십니다.

제가 중 3때, 지금 기억으로 방송국 MBC에서 주최한 대통령배 전국 웅변대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는 대로 완벽하게 잘했다고 생각했고, 카메라 기자들도 최고였다고 칭찬도 많이 했는데 막상, 시상 발표할 때는 저는 국무총리상에 그쳤습니다. 너무 아쉽고 속상했습니다.

어린 제가 많이 속상해 있는 것이 안 돼 보이셨는지, 선생님께선 저를 달래주시려고 방송국 가까이 있는 짜장면집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많이 먹으라고 위로하시며

"네가 정말 잘했는데 어쩌다 그렇게 순위가 나왔는지 다음을 기약하자"며 다독여 주셨습니다.

그 일이 평생 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다가 뜻밖의 장소에서 선생님과 마주치니 반갑기도 하면서 얼굴에 주름진 제 모습이 부끄러워 숨고 싶었던 것입니다.

선생님과 헤어져 지낸 47년 동안 선생님은 우리나라 언론사 여러 곳에서 아주 유명한 공인이 되어있으셨습니다. 대전에 있는 중도일보를 비롯해 15개 언론사에 수필과 칼럼을, 그리고 예술 분야에 관한 칼럼이나 평론도 쓰시고, 극작가로서 명성을 떨치시고, 정치 평론가로서도 글을 쓰시고 계셨습니다.

안타까운 일은 지난해 11월 초인 4개월 전 쯤 선생님의 아내분이 오랫동안 치매를 앓고 계시다가 저 세상으로 가신 것입니다. 연세도 고령이신데 당신께서 타고다니시는 차를 보며, "사랑하는 내 아내 차(車)다"하시면서 빨강 소형차를 가리키셨습니다. 저는 운전도 안 해 선생님 차도 여러 번 얻어 타고 어느 때는 집까지 데려다주시고 어느 때는 볼 일 있는 곳까지도 데려다주십니다.

사랑하는 제자가 암 환자라 바쁘신 가운데도 강한 애정과 정성으로 돌봐 주시는 고마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사모님 돌아가시고 잠시나마 엄청 초췌하게 힘들어 보이시며 불면증 때문에 고민 하시더니, 이 세상에 많은 스승님들 중 유독 제자관리(?)를 잘하신 덕에 보약이며 불면증에 좋은 약이며 신경 써 주는 제자들과 주변 지인들 덕분에 지금은 안색이 좋아지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선생님과 재회 전엔 몰랐는데, 지금 제가 항암중이라고 선생님이 얼마나 배려를 많이 하시며 제자인 저를 생각해 주시는지 진짜 감동스러워서 선생님이 오래 사시고 건강하게 계셔야 저도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얼마나 허물없고 아버지보다도 더 친해질 수 있는 것인지 같은 땅 하늘 아래 같이 가는 세월 속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은 지금도 저에게 시간이 있으실 때마다 글 쓰기를 가르치십니다.

어릴 땐 공부를 가르쳐 주셨고, 지금은 인생도 가르쳐 주십니다. 선생님께서 최근에 자주 하시는 말씀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본인의 기족에게 존경받고 인정받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나, 내 사랑하는 가족을 가졌으니, 사랑하는 가족에게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 잘 사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엊그제 보리밥 집에서 신나는 대화 하다가 웃는 선생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웃으시는 모습이 크레용으로 방바닥에 칠해놓고 빗자루 들고 쫓아가는 엄마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신나게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귀여운 어린 아들 얼굴 같은 표정을 보았습니다.

스승님 인상에 대한 표현을 이렇게 한다는 것은 건방지고 나쁘시겠지만 진짜 귀여워 보였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잘 못 했 떠(?)요 ㅎㅎ!

자그만 한 체구에 아주 강한 필체로 글을 쓰시는 선생님….

"나 많이 살아야 10년이다"라는 말씀 절대하지 마시고, 지금처럼만 강건하시고 바쁘게 사세요. 그리고 제자들 더 많이 가르치시고요. 인생 교육도 한 과목 더 늘리시고요. 현재 시대처럼 스승님이 때렸다고 고소하고, 주먹질이나 하는 스승 아닌 모습의 스승도 있는 시기에. 스승님과 제자로서의 어려운 경계 없이, 한없는 너그러우신 모습으로, 언제까지라도 교육과 인생의 스승님으로 든든하게 이 세상에 계셔 주세요. 제자의 바람입니다.

선생님~~

47년 만에 다시 만나 많은 도움과 용기를 주셔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된 것, 하나님이 저에게 베푸신 사랑입니다!

주종순/ 충남여중 5회 졸업생

주종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제46회 장애인의 날 &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개관 21주년 기념식
  2. 2026 자전거 타고 '행정수도 퍼즐' 완성 투어… 경품이 내 품에
  3. 한국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와 봉사위원단, 사랑의 연탄 봉사
  4. 충청권 부동산 시장 뚜렷한 온도차… 혼조세 이어져
  5.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1. [한성일이 만난 사람]풀꽃시인 나태주 시인
  2. 천안법원, 게임 핵 프로그램 배포한 20대 남성 징역형
  3. 천안법원, 병무청 지시 이행하지 않은 20대 남성 징역형
  4. 장철민, '어르신 든든 10대 약속'… "세번째 임플란트 전액 지원"
  5. [인터뷰]<시조로 읽는 목민심서> 쓴 김상홍 단국대 명예교수((단국대 부총장)

헤드라인 뉴스


[지선 D-50] 안정론 VS 견제론 與野 금강벨트 명운 건 혈투

[지선 D-50] 안정론 VS 견제론 與野 금강벨트 명운 건 혈투

6·3 지방선거가 14일로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에서 명운을 건 건곤일척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안정론과 국민의힘의 정권견제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번 선거에선 단연 전국 민심 바로미터 충청권의 여야 성적표에 촉각이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금강벨트 압승을 재현하려는 국민의힘과 당시 참패를 설욕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속속 대진표를 확정하면서 전투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대선 1년 만에 치러지는 6·3 지선은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정국 향방을 가..

[3차 석유최고가격 동결] 대전 주유소들 2000원대 사수 `안간힘`
[3차 석유최고가격 동결] 대전 주유소들 2000원대 사수 '안간힘'

대전지역 주유소들이 3차 석유 최고가격 동결 발표 이후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리터당 2000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12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차 최고가격제 발표 이후 사흘 사이 대전지역 휘발유는 리터당 7.20원, 경유는 7.95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87.54원, 경유는 1978.19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종의 휘발유 가격은 19.03원, 경유는 16.47원 올랐고..

배달용기·뚜껑 등 가격 고가 지속에 대전 자영업자 `한숨` 지속
배달용기·뚜껑 등 가격 고가 지속에 대전 자영업자 '한숨' 지속

대전 소상공인들이 중동 전쟁 여파로 배달용기와 뚜껑, 비닐봉지, 일회용 수저, 종이컵 등 가격 인상에 시름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관련 품목에 대한 가격은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인데, 부수적 비용이 아닌 핵심 고정비용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일 지역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포장재와 부자재 등의 가격이 전보다 급격히 인상되며 전체적인 마진율이 하락하고 있다. 포장재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와 관련된 상품이 전체적인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달이 매출의 절반 이상..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벚꽃 만개한 보령 주산 벚꽃길 ‘장관’ 벚꽃 만개한 보령 주산 벚꽃길 ‘장관’

  •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도심 속 작은 쉼표, 행복농장 도시민 텃밭 개장

  •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 3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2차 수준으로 동결

  • 대전오월드 늑대 탈출 이틀째…‘열화상 드론’ 등 투입 대전오월드 늑대 탈출 이틀째…‘열화상 드론’ 등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