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LH 사태, 부동산 정책 돌아보는 계기 삼아야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LH 사태, 부동산 정책 돌아보는 계기 삼아야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3-15 08:3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종오 대표변호사
이종오 대표변호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등으로 구성한 ‘정부합동조사단’은 수사를 의뢰한 20명 외에도 국토교통부와 LH,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임직원과 그 친인척의 조사 임무를 경찰이 중심이 된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넘겼다. 조사 대상자만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특검과 전수조사를 주장하고 나섰고, 야당 후보들은 검찰이 먼저 수사해야 한다고 맞서는 모양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특검법 제정 이전의 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이 먼저 수사를 진행하면서 특검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 해답으로 보인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임직원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 목적 외 토지취득을 금지'하고, 'LH 임직원의 토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시로 투기를 예방·관리'하며, '사업지구 지정 전 임직원의 토지를 전수조사하고, 투기 적발 시 인사 조치와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생각나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동안 정부는 저렴한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해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신도시들을 개발해왔다. 그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개발지구 인근의 부동산을 대량으로 매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정 총리가 제안한 부동산 투기대책 방안은 대부분 현행 제도 내에서도 이미 시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제껏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를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많은 아쉬움이 든다.

며칠 전 LH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으로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진다',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실 필자도 LH 임직원은 다른 국민보다 먼저 신도시개발 등 많은 부동산대책 관련 정보를 접할 것이고, 그것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 자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저 글을 썼을 것으로 추정하는 LH 임직원도 그것이 주변에 만연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쩌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일 주식이었다면 회사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차명투자라도 저렇게 안이한 생각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동안 LH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하면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동안은 부동산 투기가 대규모적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진보정권은 민간 주도의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할 경우의 부작용 즉, 도심 부동산의 가격상승이나 기득권의 불로소득을 극도로 꺼렸기에 대신 신도시 지정 등으로 부동산 공급을 맞추는 정책을 지향해 온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이번 LH 사태의 핵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체만 다를 뿐, 박정희 정권 때 중앙정보부의 강남 부동산 투기와 동일한 맥락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진보정권의 신도시 지정 등 국가 주도의 부동산개발은 자연스럽게 LH 임직원의 손에 부동산 투기정보를 쥐어 주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LH 사태를 단순히 탐욕스러운 LH 임직원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문제, 즉 정부 주도의 부동산 개발과 인위적인 가격 억제 정책에서 탈피해 민간 주도의 시장원리로 회귀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로 보이고,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빈곤층과 청년층 등 부동산 약자도 부동산 권리를 공평히 누릴 수 있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LH 사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고, 내년 대선주자의 선호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추월하는 결과까지 끌어냈다. 과연 국민이 이 사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