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학교육 斷想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대학교육 斷想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5-24 08:2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스승의 날이 또 지나갔다. 굳이 '또' 지나갔다고 표현한 것은 스승의 날을 대하는 마음이 뭔가 편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은 필자 스스로 단순한 직업으로서의 교수가 아닌 '스승'으로 불릴만한 자질과 인품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요, 다음은 과연 교육을 그토록 강조하는 우리 사회는 스승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교육이 죽었다는 말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특히 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시대적 상황에서 스승에 대한 관심을 거론하는 것이 사치이자 현실 모르는 맹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교육에 대하여, 교육자에 대하여 다시 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우나 고우나 교육이 살지 않고는 사회 진보를 이룰 수 없기에 그렇다.

그러면 교육을 되살리는 길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당연히 교육에 대한 투자를 생각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 교육 개혁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러면 우리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약한 나라일까? 결코, 아니다.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공교육 투자 비율이 평균 5% 정도인데 우리도 5%를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사교육 투자까지 합하면 연 7%를 넘어 상위권에 속해 있다. 그러니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어서 문제라는 판단은 그리 옳은 판단이 아니리라.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필자는 현장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교수에게 있다고 본다. 흔히 교육입국의 대명사처럼 거론되는 핀란드의 교육자 ‘카이스 카르카이넨’도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핀란드 교육의 성공 요인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사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하지 않던가? 눈길을 돌려보자. 과연 교육 주체인 교육자의 실상은 어떨까?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 품은 짧은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실무 법조인으로 일하다가 대학에 와서 느낀 첫 번째 의문점은 교육자로 온 필자가 실상 교육학원론 한 번 접해본 적이 없고, 교육철학이나 교육심리학에 관한 공부를 해본 적도 없으며 연수를 받은 적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교수가 되어 학생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주위를 보니 필자만이 아닌 사범계열 교수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대학 강단에 서기 전에 교육학 등을 공부해본 경험이 없었고, 기껏해야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수법특강 수강 정도가 전부이었다. 세상에! 교육의 기본조차 알지 못하면서 교육자로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는 연구가 생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연구에 그친다면 그것은 각종 연구소의 연구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교수를 교수답게 하는 것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에 있다. 대학은 교육기관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교수에 대한 교육이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드는 의문점은 교수 채용절차이었다. 어느 조직이든 우수 인재의 발굴이야말로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영역일 것이다. 대학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교수채용의 현실은 어떤가? 과연 진정으로 실력 있고, 성실한 사람을 가려서 뽑고 있는지, 아니면 정실에 따라, 또는 기존 교수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편법을 넘나들면서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대학은 교육이념의 구현과 대학발전에의 기여라는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를 모실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고 있는지, 과연 대학 구성원들은 본래의 취지대로 이를 잘 운용할 수 있는 의식문화를 갖추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아프지만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이러한 현실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관이 제대로 정립될 수 있고, 제자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칠 수 있으며, 직업적 사명감과 헌신이 체화될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교육으로 제대로 된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제 적어도 대학에서는 정실과 이해관계로 교수를 뽑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교수를 뽑았다면, 이들에게 교육학, 교육철학, 교육심리학 등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이라도 제공한 후에 교육 일선에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16년간 교수 생활을 해 온 지려천박한 필자의 우문(愚問)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지점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