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13] 방만춘·방응규·방진관 명창…충남 해미 ‘국악 명가문’ 일가친척

[10년간의 취재 기록-13] 방만춘·방응규·방진관 명창…충남 해미 ‘국악 명가문’ 일가친척

충남 해미 출신 ‘방만춘 명창’의 사손(嗣孫), 방진관·방응규 명창은 동일인물(?)
“그들이 불렀던 판소리는 전형적인 충청도 소리”…명창과 학자들의 증언

  • 승인 2021-05-24 10:38
  • 수정 2021-09-13 13:13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13편 방응규 인물 사진
충청도 출신의 중고제 판소리 명창 방응규 모습. 초기 판소리 명창 방만춘의 손자로 알려져 있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방만춘 명창의 사손(嗣孫) 즉, 손자는 방진관 또는 방응규 명창이다. 방진관·방응규 역시, 충청도 명창이다. 그러나 방진관·방응규의 기록은 거의 없다. 판소리 명창들과 국악학자들의 증언 등이 전부다. 명창과 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방진관·방응규에 대해 알아봤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은 2003년 3월 17일 서울시 성북구의 한 사무실에서 전통춤 인간문화재인 강선영 명인과 대담했다. 18년전 얘기다. 강선영 명인은 노 관장과의 대담에서 방응규 명창을 이렇게 기억했다. 강선영 증언에 따르면 강선영이 한성준 무용 학원에서 춤을 배울 당시, 그 곳에서 방응규가 2년간 판소리를 가르쳤다. 판소리 명창인 방응규는 충남 서산 사람이다. 방응규가 방진관하고 같은 인물인지는 모른다. 방응규는 한성준 명인보다 몇 살 위의 선배였다.

조선창극사 31쪽 방만춘 명창 편 기록에는 이름은 안나오지만 방만춘의 손자에 대한 기록이 있다. 조선창극사는 '방만춘이 다듬었던 적벽가의 초고는 여러 사람의 다년 전독하는 동안에 파열돼 겨우 수장지편이 여존해 있고, 심청가는 그의 사손이 보존했다'고 기록했다. 이 기록의 방만춘 사손이 방진관 또는 방응규 명창일 가능성이 있다.

13편 방진관 음반 사진
충남 해미 출신 방만춘 명창의 후손 방진관이 1936년에 녹음한 판소리 SP음반들이 1993년 노재명 판소리학자 고증에 의해 처음 밝혀져 이렇게 복각 음반으로 제작됐다.<국악음반박물관 소장>

흥보가의 '제비 몰러 나간다'로 유명한 박동진 명창도 방만춘 사손에 대해 언급했다. 노 관장은 1995년 5월과 1999년 8월에 박동진 명창을 인터뷰했다. 박 명창은 당시 인터뷰에서 "방응규와 방진관은 같은 인물이 아니다. 방응규가 방만춘의 손자이고, 충남 해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적 방응규의 소리를 들었는데, 그 자리에 함께했던 나이든 명창들이 그 소리를 고제, 충청도제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응규가 춤을 추는 건 못 봤다는 게 박동진 명창의 증언이다. 노 관장은 1999년 11월에 정광수 명창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방응규·방진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광수 명창은 당시 인터뷰에서 "방진관은 잘 모르는 사람이고 한성준 명인 집에서 방응규 소리를 들어봤다. 방응규는 소리를 잘 했고, 특히 엇붙임을 특색있게 잘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광수 나이는 20대 말이었고, 방응규는 60대 노인이었다. 방응규는 심청이가 수궁에서 나올 때, '소상팔경(범피중류)'를 했다"고 말했다. 2010년 1월에 별세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한승호(본명 한갑주) 명창은 방응규를 이렇게 기억했다.



한승호 명창에 따르면 방응규는 충청도 판소리를 했다. 한승호 명창은 "방응규는 평소 듣지 못했던 단가와 춘향가, 그리고 적벽가 중 '삼고초려' 대목을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그는 소리를 담백하게 불렀고, 소리를 맺고 끊지 않고 메조지(매듭)없이 사설을 계속 달고 나가는 식이다. 그래서 '얼씨구(추임새)' 할 데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노 관장이 1999년 11월에 한승호 명창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한승호 명창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노 관장에게 말했다.

노재명 관장은 "한승호가 방응규 성음을 방창해 들려준 바 있는데 그 소리가 방진관의 판소리 유성기음반 녹음과 매우 유사했다. 한승호가 방응규의 적벽가 중 '삼고초려' 대목을 직접 들었다고 했고, '삼고초려'는 방진관이 유성기음반으로도 녹음한 바 있어서 방진관과 방응규는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같은 사람이라면 본명과 예명 두 이름을 사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초기 판소리 명창인 방덕희, 방만춘, 그리고 방응규, 방진관, 방봉관, 방만득, 또 심화영에게 춤을 가르쳐 준 방영래 명인은 충남 해미 쪽의 '국악 명가문'의 일가친척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5.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