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계와 인간의 '슬기로운 연대'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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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계와 인간의 '슬기로운 연대'를 찾다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밤에 해가 있는 곳'
오는 27일부터 10월 10일까지 전시
전보경.우주+림희영+오주영 작가 50여점
이응노 문자추상 접목 시대적 연대 고찰

  • 승인 2021-07-22 18:03
  • 수정 2021-07-26 17:43
  • 신문게재 2021-07-23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밤에해가있는곳-포스터
2021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밤에 해가 있는 곳' 포스터.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AI) 로봇과 인간 소녀의 우정을 다룬다.

일본계 영국인으로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5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가즈오 이시구로는 소설을 통해 '인간보다 인간적인 AI'를 조명하며 비효율적이면서 한계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인간이 기계 문명과 슬기로운 연대를 제안한다.



이응노미술관에서는 '밤에 해가 있는 곳' 주제로 오는 27일부터 10월 10일까지 기획전을 펼친다.

'밤에 해가 있는 곳'은 소설 속 인공지능 친구이자 주인공인 클라라가 등장인물과 연대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시의 주제와 닿아 있다.



전보경-1
전보경, <Zero: 오류의 동작>, 2020, 2채널 HD 비디오, 13' 20''
동시대 작가들이 AI, 문학, 무용 등을 활용한 융복합 작품을 통해 최첨단 과학사회 속 기계와 인간의 자화상을 그리며, 미래사회의 대안으로서 이응노가 군상 연작에서 주목했던 연대의 가치를 되새긴다.

이응노를 비롯해 전보경, 우주+림희영, 오주영 작가의 작품 50여 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와의 관계를 고찰하며, 관계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적 논의를 끌어낸다.

1~2전시장은 전보경 작가의 동명 작품에서 인용한 '기계와 사람을 위한 소네트' 주제로 선보인다.

기계와 소통하고 기계문명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 양상을 예술 장르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전보경 작가는 인간의 손의 기억과 수공인들의 손동작 등 현대사회에서 사라지는 흐름의 기억들을 남겨두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아카이빙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한 전보경 작가는 프랫 인스티튜트, 뉴 폼,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디지털미디어 석사를 마치고 이화여대에서 서양화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 작가는 "인간의 신체에서 본 따 움직이는 계를 만들었는데, 그로 인해 인간의 몸이 더는 유용하지 않은 가치로 퇴색된다는 점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라며 "기계의 동작들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역설적인 발상으로 4명의 무용수가 로봇의 움직임을 표현하며 보이는 인간만이 지닌 특징을 발견하려 했다"라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우주-2
우주+림희영, <호모 캐피탈리쿠스>, 2016, 스텐리스 스틸, wifi 모듈, DC 모터, 머리카락, 시멘트, 주식 데이터, 전자장치, 185x80x65cm
우주+림희영 작가팀은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한 움직이는 기계 조작을 탐구한다. 2016년에 만든 작품 '호모 캐피탈리쿠스'는 물질문명 사회에서 필요 때문에 만들어졌다가 버려지는 시멘트 덩어리 밑에 움직이는 기계공학을 가미한 키네틱 조각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암울한 정서로 표현했다.

중앙대 예술대학 조소학과를 졸업한 우주+림희영은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International Digital Art Biennial 'Arsenal Contemporary Art'에 이어 영국과 스페인, 미국 등 세계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팀의 유병준 씨는 "기계모터는 사회시스템을, 시멘트로 만든 돌은 자본주의의 폐기물을 표현했다"라며 "실시간 증권데이터의 주식 등락에 따라 돌이 돌아가는 속도가 바뀌고, 효과음을 가미해 돌이 아래로 떨어질 듯한 불안감을 통해 현대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제시하고 싶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오주영-1
오주영, <Your Love is Fake as Mine>. 2020, 4면 거울, 모니터, 가변설치
오주영 작가는 인공지능 발달 메커니즘을 활용해 현대기술에 내재한 한계에 질문하고,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가장 내밀한 '사랑'의 감정을 중심으로 소설, 대화, 영상, 게임 등을 매개로 최신기술이 동원된 작품을 쉽고 재밌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후 카이스트 문화기술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를 수료한 오주영 작가는 2017년 이응노미술관 아트랩 출신으로 같은 해 대전아티언스 'ART+SCIENCE COLLIDE'에서 1위를 했다. 지난해엔 경기도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열린 랜덤액세스 vol.7 작가선정 'Dice Game'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오 작가는 "가장 내밀한 '사랑'의 감정을 중심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만나지 못하면서 발전한 랜선데이트 등 4가지 유형의 사랑표현을 수집하고 키워드를 추출했다"라며 "학습된 AI 모델들이 쏟아내는 소설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페이크를 통해 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을 기만하는 행위들을 시사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응노-11
이응노, <군무>, 1977, 한지에 수묵, 20x19cm
이응노-22
이응노, <군상>, 1987, 한지에 수묵, 181x91cm
3전시장에서는 1950년대 이응노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각에서 나타나는 연속적인 사람의 모습이 군무를 주제로 한 회화와 문자추상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되새긴다.

4전시장에서는 1980년대 이응노의 군상에서 나타나는 연대의 의미에 주목한다. 율동감을 지닌 사람들의 형상을 통해 이념과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추구를 되새겨 팬데믹 시대의 대안적인 의미를 조명한다.

전시는 오는 27일부터 10월 10일까지 76일간 이어지며, 이응노미술관 공식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작품 설명을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의 연계행사로 오는 9월 16일 오후 2시 '현대 미술에서 나타난 기계와 인간의 관계성'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진행한다. 이응노미술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만날 수 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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