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교육의 품격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교육의 품격

유정옥 공주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1-09-09 14:26
  • 수정 2021-09-09 20:25
  • 신문게재 2021-09-1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10910 교육의 품격(공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유정옥)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알피콘(Alfie Kohn)은 "공동체 의식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신뢰와 존중을 받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힘이 있다고 느낄 때 이들은 바른 행동을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의 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서로서로 공감을 경험하고 특히 자신과 가까운 대상과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태어났다고 한다.

수많은 학교폭력 문제에서 피해자가 바라는 것은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처벌만으로 피해가 회복되거나 잘못을 깨닫는 경우는 드물다.

응보적 정의는 잘못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여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보다 문제 중심의 인식이 확대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해 조직과 집단을 문제 집단으로 보게 만든다. 타인의 행동과 정서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공명하여 반응하는 신경세포인 거울 뉴런(mirror neuron) 연구는 처벌 중심 훈육을 통해 문제행동을 수정하거나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처리하는 방식을 배운다고 경고한다. 많은 범죄자들이 처벌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어 죄값을 치르는데 그가 반성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복적생활교육은 긍정적인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에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공동체에서 함께 이야기하기는 내가 경험한 것이 나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는 공감과 안심의 과정이며 내면에서 일어나는 유대감과 친숙해지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무의식 속의 우리 안에 일어나는 소외와 배제, 우열을 없애고 삶의 양식, 존재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아 성찰의 과정이다. 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일로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우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나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충분히 얘기해서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경험한다면 자신의 문제에 기꺼이 책임지려고 할 것이다.



회복적생활교육의 문제해결 과정은 문제행동이나 갈등을 다룰 때 고통이나 수치심 주기의 방법이 아닌 존중을 바탕으로 어긴 규칙보다 상처 입은 관계에 초점을 두며 처벌보다는 행동의 결과와 영향을 알고 서클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하기, 함께 듣기, 피해와 영향을 바로잡기,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자발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 해결역량을 키우고 배움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함께 이끌기 과정이다.

충남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 처벌을 통한 통제가 아닌 피해와 관계를 회복하여 존중과 신뢰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관계 중심 생활교육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비폭력대화나 회복적생활교육에 기반을 둔 교사교육, 관계 회복과 자존감 회복으로 학생을 지시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교육 주체로 바라보고 학교문화를 전환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가 상호존중과 신뢰의 문화 안에서 스스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규칙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존중의 약속을 만들어간다면 학교도 사회도 안전하고 신뢰로운 공간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3.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4.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3.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4.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5.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