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학교' 허복자·이전순 할머니 그리고 쓴 '웃어요, 청춘이잖아요' 출간

  • 사회/교육
  • 이슈&화제

'청춘학교' 허복자·이전순 할머니 그리고 쓴 '웃어요, 청춘이잖아요' 출간

성인문해 평생교육시설서 그림·글 경험 후 재능 뽐내
'내 이름으로 그림책 한 권 내고 싶은 게 꿈' 허복자
'팔십에 연필 잡고 글 쓰는 것이 가장 행복' 이전순
전성하 교장 출간 앞장… 박석신 화가·김채운 시인 추천

  • 승인 2021-09-21 16:02
  • 수정 2022-05-03 09:40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2019년 12월 7일 토요일 흐림


보고 싶다. 얼마나 아팠으면 사랑한다고,
항상 주머니다 넣고 다니고 싶다고 하더니.
나를 두고 떠나더니 그 길이 얼마나
멀면 한 번도 못 오나요.
편지라도 한번 해 주지요.
내가 요즘 다리가 한 이십 일을
많이 아파서 침을 맞어도 안 들고
병원에를 가도 안 들고 너무 힘들어요.
애들 알면 걱정할까 봐 나 혼자
이리저리하고 있어요.
여보 공부 조금 더하고 갈게요.
도와주세요.


성인문해 교육으로 한글을 읽힌 이전순 어르신이 지난 2019년 12월 7일 기록한 일기이자 시다.

성인문해 평생교육시설 청춘학교는 이전순 어르신의 글과 허복자 어르신의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놨다. 1943년과 1942년 태어난 두 어르신의 생의 첫 책 제목은 '웃어요, 청춘이잖아요'다.



KakaoTalk_20210921_155604595-0--
이 책은 유난히 그림과 글에 소질을 보인 두 어르신이 각각 혼자 남겼던 그림과 글을 토대로 책으로 만들어졌다. 두 어르신이 청춘학교에서 배움을 익히며 느꼈던 감정과 일상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전쟁이 남긴 상처, 가족에 대한 그리움, 배움을 향한 갈망 등 일생을 기록으로 남겼다.

허복자 어르신은 1943년 삼척에서 태어나 19살에 대전에 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4년 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청춘학교를 본 뒤 배움에 대한 꿈을 갖고 수소문 끝에 청춘학교를 방문했다. 그림은 청춘학교에서 처음 그렸는데, 한 번도 배워보지 않았지만 특유의 감각이 있다. 허복자 어르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책을 한 권 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됐다.

KakaoTalk_20210921_155549609
이전순 어르신은 1942년 남원 출생으로 스무살에 결혼 후 대전에 왔다. 청춘학교에서 처음 글을 배운 이 어르신은 감각적으로 시를 잘 쓰는 재능을 갖고 있다. 적절한 시어를 사용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도 해 2019년 야학문학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나이 팔십에 연필 잡고 글 쓰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이 어르신은 다음 생에는 선생님의 삶을 희망하는 인물이다.

KakaoTalk_20210921_155536310
전성하 청춘학교 교장은 두 어르신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아봤다. 그동안엔 어르신들의 작품을 모음집 형태로만 냈다면 이번엔 조금 특별하게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전성하 교장은 "두 어르신은 특히 감각이 있는 분들"이라며 "(이 책엔) 어르신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나와 있다. 그동안엔 위대한 일을 한 사람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한 위인전은 많았지만 평범한 어르신들의 일상을 기록한 책은 많지 않다는 데 의미를 두고 추진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KakaoTalk_20210921_155833846
두 어르신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어 "기분이 좋고 뿌듯한 일"이라는 전성하 교장과 달리 두 어르신은 책을 낸 게 부끄럽고 수줍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그린 그림과 남긴 글은 모두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박석신 화가는 허복자 어르신의 그림에 대해 "그녀의 추억이 현실과 꿈으로 이어지며 아이의 마음같이 그려지고 있다"며 "허복자의 그림은 그녀가 견녀 내온 삶의 경험이 메주가 간장 물에 우러나와 모든 음식에 간을 맞추듯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고 평했다.

김채운 시인은 이전순 어르신의 글에 대해 "순수함은 어린 아이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거기에 순박함과 귀중한 경험들이 더해진 연세 지긋한 이의 순수한 면모는 매력을 발산하기에 충분하다"며 "거칠고 모진 세월을 묵묵히 인내로 건너온 이후에 수줍게 끄집어낸 속내, 그 깊고 너그러운 마음이 이끈 진솔한 이야기들이 고운 시편들이 되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혜와 용기와 희망을 선사한다"고 남겼다.

현재 두 어르신은 초등학교 검정고시 합격 후 중학교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4658만$ 수출계약 맺고 거점 확장"… 김태흠 지사, 중국·베트남 출장 마무리
  2.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3. 예산 서부내륙고속도로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 들이받아… 1명 숨져
  4.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5.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1. 공회전 상태인 충남교육청 주차타워, 무산 가능성↑ "재정 한계로 2026년 본 예산에도 편성 안 해"
  2. [중도일보 창간74년]어제 사과 심은 곳에 오늘은 체리 자라고…70년 후 겨울은 열흘뿐
  3.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4.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5. 폭염 속 건설현장 근로자 마음응원 캠페인…마음구호 키트 나눔도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