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24]왜 판소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야 하나

[10년간의 취재 기록-24]왜 판소리는 '전라도 사투리'로 불러야 하나

우실하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지역별 소리해야”
'경상도 사투리' 고집한 박록주 명창 제자들, 맥 잇지 못해 아쉽다
중고제 복원사업, ‘전라도 사투리’로 소리하는 해괴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 승인 2021-10-11 10:45
  • 수정 2021-10-17 10:56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111
우실하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
▲판소리와 '전라도 사투리'
판소리는 본래 지역별 사투리로 불렸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전라도 사투리'로 불린다. 특히 '아니리'에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없으면 뭔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태어나 자란 곳이 어디든 학생들은 전라도 사투리부터 배워야 하는 실정이다. 다른 지역의 판소리는 거의 사라지고, 주로 전라도에서 발전적으로 전승됐기 때문이다.

판소리 여섯 마당(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별가, 적벽가, 변강쇠가)을 집대성한 것이 신재효(申在孝·1812~1884) 선생이다. 그의 조상들은 서울 인근에서 살았고, 아버지 때에 고창으로 이주해서 살았다. 신재효는 고창 출신이었고, 그가 남긴 여섯 마당 사설에도 '전라도 사투리'의 영향은 보인다(김옥화의 2007년, 최전승의 1994년 논문 참조).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는 없었다.



▲박록주와 '경상도 사투리'
1940년대까지는 경상도도 판소리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김추월, 박록주, 이화중선, 김초향, 권금주, 이소향, 오비취, 임소향, 박귀희, 박초향 등이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명창이었다. 경북 선산(현재는 구미시에 통합) 출신의 박록주(1905-1979)는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한 명창이었다. 박록주가 1930년대 창극이나 가극의 여성 주연(심청, 춘향)을 맡아 전국적 스타로 떠오를 때도 여전히 '경상도 사투리'로 소리를 했다. 선생은 유독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했다'고 전한다.

박록주가 '경상도 사투리'로 소리를 해도 동료나 선배 소리꾼 그 누구도 제지하거나 비판하지 않았고, 전국적인 인기도 여전했다. 국악계에서 '경상도 사투리의 감칠맛 나는 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경상도 사투리' 만큼은 선생의 제자들에게도 이어지지 못했다.



경북 상주 출신 이명희(1946~2019) 명창은 영남판소리보존회를 결성해서 영남권 판소리의 맥을 잇는 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이 선생이 활동할 때 이 지역에 박록주가 있었고, 이명희 역시 경북 출신이었지만 '완벽한 전라도 사투리'로 소리를 했다. 2015년 대구 '명인전' 공연에 관한 신문 기사에서 이명희 명창을 소개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지역의 신문은 물론 다른 신문들도 대동소이한데, "경북 출생이지만 완벽한 전라도 사투리 구사로 판소리 맛을 제대로 표현함으로써 이 시대 최고 소리꾼으로 인정받았다"고 소개하고 있다.(영남일보·2015년 11월 16일 보도)

'판소리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완벽한 전라도 사투리'가 마치 필수적인 요소나 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한 '숙영낭자전'의 이본(異本)인 경남대본(慶南大本) '수겡옥낭자전'의 사설에는 '숙영'을 '수겡'으로 기록할 정도로 '경상도 사투리'의 영향이 강하다.(박용식·강현주의 2015년 논문 참조) 그러나 현재는 '숙영낭자전'마저도 '전라도 사투리'로 소리하는 것이 현실이다.

박록주 선생 이후에 '경상도 사투리'로 소리하는 소리꾼은 필자가 아는 한 없다. 지역 사투리가 살아있는 판소리가 살아나야 한다. 물론 지금처럼 '인간문화재에 줄서기' 풍조가 계속되는 한 요원한 이야기다. 경북 구미시에서는 '명창 박록주 전국국악대전'이 200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판소리 부문에 '경상도 사투리로 부르기' 부문을 만들면 어떨까?

▲중고제 복원과 '충청도 사투리'
판소리의 '중고제'는 충청·경기 지역에서 발전한 소리다. 충남 서천은 중고제 판소리의 요람이라 할만하다. 근대 5 명창(김창환,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가운데 이동백과 김창룡이 서천 출신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의 옛 음반을 들어보면 '전라도 사투리'는 어디에도 없다. 최근에 '중고제 복원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국창 이동백을 기리는 '국창이동백 전국국악대전'도 만들고, 판소리 부문에는 '충청도 사투리로 소리하기' 부문도 넣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중고제를 복원한다면서 '전라도 사투리'로 소리하는 해괴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우실하(禹實夏) 교수는...
-1961년 경북 상주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 학·석·박사
-동양사회사상, 문화이론, 한국문화론, 한국문화/사상사
-현)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학부장 역임)
-현) 동양사회사상학회 회장, 고조선단군학회 부회장
-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운영위원
-현) 중국 내몽고홍산문화학회(內蒙古紅山文化學會) 회원
-전) 중국 요녕대학(遼寧大學) 한국학과 교수 (요녕성 심양시)
-전) 중국 적봉학원(赤峰學院) 홍산문화연구원(紅山文化硏究院) 방문교수 (내몽고 적봉시)
-홈페이지 www.gaonnuri.co.kr 이메일: woosilha@kau.ac.kr

<단독 저서>
1. '요하문명과 한반도'(서울: 살림출판사, 2019).
2. '고조선문명의 기원과 요하문명'(서울: 지식산업사, 2018).
3. '3수 분화의 세계관'(서울: 소나무, 2012).
4.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서울: 소나무, 2007).
5. '전통문화는 항상 그대로 일까?'(서울: 웅진씽크빅, 2007).
6. '고조선의 강역과 요하문명'(서울: 동아지도, 2007).
7. '동북공정의 선행 작업과 중국의 국가 전략'(서울: 시민의신문, 울력, 2004).
8. '전통 음악의 구조와 원리: 삼태극의 춤, 동양 음악'(서울: 소나무, 2004).
9.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서울: 소나무, 1998).
10. '오리엔탈리즘의 해체와 우리 문화 바로 읽기'(서울: 소나무, 1997).
이 외 24권의 공저가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분열보다 화합'…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 박차
  2. 與 대전충남 통합 지자체 충청특별시 사용 공식화
  3. 의정부시, 2026년 긴급복지 지원 확대
  4. 새해 들어 매일 불났다… 1월만 되면 늘어나는 화재사고
  5. 늘봄학교 지원 전 학년 늘린다더니… 교육부·대전교육청 "초3만 연간 방과후 이용권"
  1. [신간] 최창업 ‘백조의 거리 153번지’ 출간…"성심당 주방이 증명한 일의 품격"
  2. 장철민 "훈식이형, 나와!"… 대전·충남통합 첫 단체장 '출사표'
  3. [과학] STEPI 'STEPI Outlook 2026' 2026년 과학기술혁신 정책 전망은?
  4. 대전 동구서 잇따른 길고양이 학대 의심… 행정당국, 경찰 수사 의뢰
  5. [썰] '훈식이형' 찾는 장철민, 정치적 셈법은?

헤드라인 뉴스


`계엄·탄핵의 강 건너겠다`는 장동혁 쇄신안, 효과 발휘할까

'계엄·탄핵의 강 건너겠다'는 장동혁 쇄신안, 효과 발휘할까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가겠다”고 밝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이른바, ‘쇄신안’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극우 성향으로 일관하던 장 대표에게 줄기차게 변화를 요구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을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뒤늦은 사과’, ‘진심 여부’ 등을 언급하며 여전히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이기는 변화'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대전충남 통합 이슈에 뒷전…충청광역연합 찬밥되나
대전충남 통합 이슈에 뒷전…충청광역연합 찬밥되나

초광역 협력의 시험대로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이 성과를 증명하기도 전에 지속 존치 여부를 두고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출범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초광역 협력 성과 이전에,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논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협력 모델의 실효성을 검증할 시간도 없이 더 큰 제도 선택지가 먼저 거론되면서, 충청광역연합의 역할과 존립 이유를 둘러싼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대전·세종·충남·충북에 따르면 충청광역연합은 4개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전국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구..

대법원 이어 `경찰청`도 세종시 이전 필요성 제기
대법원 이어 '경찰청'도 세종시 이전 필요성 제기

대법원에 이어 경찰청 본청의 세종시 이전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안이 확정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 단축(2029년 8월)을 시사하면서다. 미국 워싱턴 D.C와 같은 삼권분립 실현에 남은 퍼즐도 '사법과 치안' 기능이다. 행정은 대통령실을 위시로 한 40여 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입법은 국회의사당을 지칭한다. 대법원 이전은 지난해 하반기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수면 위에 오르고 있고, 경찰청 이전 안은 당위성을 품고 물밑에서 제기되고 있다. 세종시도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통합 특위’ 출범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통합 특위’ 출범

  • 방학 맞아 여권 신청 증가 방학 맞아 여권 신청 증가

  • 사랑의 온도탑 100도 향해 ‘순항’ 사랑의 온도탑 100도 향해 ‘순항’

  • ‘새해엔 금연 탈출’ ‘새해엔 금연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