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종 '특별자치'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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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종 '특별자치'의 빈자리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 승인 2021-12-16 17:34
  • 신문게재 2021-12-17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기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는 지방자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초의 지방자치는 1960년 4·19 민주혁명의 열망 속에서 시행되었습니다. 이를 무위로 돌린 것이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정권이었습니다. 이후 독재의 그늘에서 민주주의와 함께 표류하던 지방자치는 1990년 김대중 대통령의 단식투쟁을 계기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3당 합당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를 가까스로 살려낸 김대중 대통령은 지방자치가 곧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늘 이야기하였습니다. 분권과 참여 자치에 대한 신념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노무현 대통령도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직접 설립하고 운영할 만큼 지방자치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법'입니다. 그런데 그 지방자치법 중에서도 '특별'히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이 있습니다.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그리고 바로 우리 세종특별자치시입니다. 지방자치법 제197조 제2항을 보면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조직 및 행정·재정 등의 운영에 대해서는 행정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법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두 법 모두 '특별자치'를 보장하기 위한 특별법이니 그 내용과 수준이 유사할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제주도특별법은 그 양 자체가 481조로 방대합니다. 국제자유도시 관련 71개 조항을 제외하더라고 410개의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 많은 조항들이 기존 법령에서 벗어나는 특례조항입니다.

특히, 교육과 아동 청소년 관련 특례만 58개입니다. '대통령 또는 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사항을 제주도의 조례로 정할 수 있다'라는 특례까지 포함하면 교육, 보육, 청소년에 관련 특례만 196개에 달합니다. 교육의원제도가 있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교육지원청을 둘 수 있으며 교육부 출신의 부교육감에 더해 제주도 교육 현장을 잘 아는 부교육감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1만분의 157을 우선 교부받을 수 있고 도의회의 의결에 따라 정부가 정하는 기준보다 많은 지방채를 발행할 수도 있습니다.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에서 대통령령이나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내용을 도 조례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세종시특별법은 세종시의 설치에 관한 30개의 기본 사항만 담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세종특별자치시에 부여된 자치권과 행정·재정 특례가 미비'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법제처의 공식 의견입니다. 법제처가 세종특별자치시의 보통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보조금의 보정기간을 2023년까지 연장하는 이유로 제시한 의견입니다. '특례가 미비하여 세종특별자치시는 급증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의지는 있어 보입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18년 '자치분권종합계획' 6대 전략과 33개 과제를 발표하였습니다. 그중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 전략의 세 번째 과제가 '제주·세종형 자치분권 모델 구현'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특별자치'를 실감하는 세종 시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국회분원이 설치되고, 완전한 행정수도로서 개헌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세종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특별자치'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빈자리입니다.

만일 세종시가 제주도만큼의 특례를 누릴 수 있다면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더 좋아질까요? 만일 세종교육이 제주교육만큼의 특례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세종 아이들의 배움과 삶은 얼마나 더 풍요로워 질까요? 신생 교육청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시도가 부러워하는 세종교육의 기반을 다질 때, 제주도 수준의 교육적 특례가 있었다면 지금 세종교육은 어디쯤 가 있을까요?

미래교육을 이야기합니다. 혹자는 AI, 메타버스, LMS 등 듣기에도 생소한 첨단 기술과 우리 교육을 버무려 미래교육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래교육은 상상의 영역이 아닌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실감의 영역입니다. 어쩌면 세종의 미래교육을 만드는 일은 세종 '특별자치'의 빈자리를 메꾸어 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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