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아이들은 작은 것이라도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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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아이들은 작은 것이라도 인정받고 싶다

조동우 대전성모여자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2-03-03 15:42
  • 신문게재 2022-03-04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조동우선생님
조동우 대전성모여자고등학교 교사
해마다 2월은 학교가 가장 분주하고 바쁠 때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매번 새롭다. 교직원은 책걸상 등 시설에 미비한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교과서를 주문하며 학급 배정을 살핀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점검하는 것 정도가 기존에 살펴볼 수 없던 새로운 준비 사항일 것이다. 입학 또는 학년 진급을 앞둔 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은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들을 챙기는 학부모는 생업에 종사하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자녀의 순탄한 학교생활을 바라며 다양한 걱정과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신학기 학생들을 맞이할 담임 교사가 설렘과 두려움으로 그 누구보다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회 시간에 교탁에 선 담임을 아이들은 어떤 얼굴로 맞아 줄까? 반장과 부반장은 믿음직한 아이들로 구성될까? 종례가 길다고 담임을 싫어하면 어떡하지? 필자도 설 연휴 직전에 비어있는 우리 반 교실에 가서 좌석 정리를 하고 교단에서 비어있는 아이들 방향을 바라보며 올 한 해의 '성공적 학급 운영'을 빌어보았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시즌 준비를 위해 스프링 캠프를 열고 땀방울을 흘리듯 전국의 수많은 담임 선생님들은 이 순간에도 성공적인 2022학년도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학급'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성적 향상, 리더십이 뛰어난 반장, 체육대회 우승, 깔끔한 교실, 화려한 학급 게시판 등 어딘지 익숙한 '성공적인 학급'의 기준들이 떠오른다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아직도 많은 곳에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양한 활동으로 일체감 있는 학급을 구성했다 하더라도 그 성공의 피날레는 눈에 띄게 향상된 성적과 대학 입학 성과가 장식하는 것이 아직도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교사는 학생이 급변하는 사회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숫자로 측정되는 교과 성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학생의 정성적 역량을 살펴보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구체성과 유의미한 발달 과정 서술이 평가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요즘에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등급으로 산출되는 정량적 평가에만 교사의 역량을 모두 집중하는 것은 유능한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재능을 소홀히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창 시절에 모범생이었다. 공부를 잘하고, 성실하며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삶을 보냈다. 그래서 학과 공부에 관심이 없고 수업 시간에 곧잘 졸거나 몇 분 지각하거나 자리 정리를 제대로 못 하는 학생을 보면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하고 다양한 교수 방법을 연구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성과와 칭찬받을 일을 했을 때, 여기서 칭찬을 해주고 싶지만, 그건 학생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교사의 마음에 자리하기 시작한다. 오히려 더욱 높은 목표로 학생들이 노력할 수 있도록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도 많아진다. 사소한 칭찬은 풀어지고 나태해지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도 많아진다. 그렇지만 우리 반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크다는 마음에 슬퍼지기도 한다. 필자가 바로 그랬던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이제는 성공적인 학급의 기준을 '인정받는다는 마음을 느끼는 학생이 많은 학급'으로 바라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상대 평가가 가장 공정한 평가 기준으로 인정받는 현재, 성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학생은 언제나 소수이다. 조회, 종례 시간에 소리 하나 없이 교사의 말에 집중하고 교실에는 작은 휴지 하나 발견할 수 없으며 출결에 지각 하나 없는 말끔한 학생이 인정받는 학급은 역시나 높은 연관성으로 교과 성적이 높은 학생 몇몇 만 인정받는다는 마음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은 학급이다.

사람에게는 인정 욕구가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고 내가 속한 집단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마음은 원활하고 안정적인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 마음을 청소년기 학교생활에서 잘 느끼고 채워온 학생은 분명 어른이 되어 행복한 자존감으로 생활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그 조력자의 역할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담임 교사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인정받고 싶다. 우리반 친구들에게, 선후배 선생님들에게, 가정에서 가족들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존재이고 싶다.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성적이 저조하고 진로가 확실하지 않아도 인사 한번 잘해서, 어제보다 일찍 등교해서, 친구의 자리를 대신 정리해주어서, 가정통신문을 함부로 버려두지 않아서 진심으로 칭찬받는 학생은 그 순간 자신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 학생들이 많을수록 그 학급은 성공적인 학급이고, 그 학급의 선생님은 누구보다 행복한 선생님이다.
조동우 대전성모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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