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원전산업 생태계보다 더 중요한 것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원전산업 생태계보다 더 중요한 것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 승인 2022-04-03 09:19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은영 사무처장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윤석열 당선인 캠프에서 탈원전 등 에너지 공약을 주도했던 주한규 교수가 언론인터뷰를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에 지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석탄화력발전소에 이미 전력망이 깔려 있기 때문에 발전기를 석탄 대신 SMR로만 하면 된다. 고용승계의 장점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충남도민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난 3월 21일부터 지난 3월 29일까지 당진, 태안, 서산, 보령, 서천 등 충남지역 시민사회, 정당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300MW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경제성이 없고 지난 수년간 수천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 중이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다. 대형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핵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소형모듈원전을 넣자는 주장은 대기오염의 피해를 입어 온 주민들에게 다시 방사능 오염이란 피해와 10만년 이상 영구 격리해야 할 핵폐기물이라는 짐을 주겠다는 말이다.

이뿐 아니라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 재가동을 포함해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하고, 대형 원전 8기를 신규 건설하고 소형모듈원자로 단지를 폐쇄될 서해 석탄화력발전단지에 만들자는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 원전 산업을 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민심을 읽었는지 인수위는 '교수 개인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고 22일 주한규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특정 지역을 거론한 것은 불찰"이라며 SMR은 안정성이 충분히 검토된 뒤인 오는 2040년 무렵에나 SMR 국내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다.

충남에는 전국의 58개 석탄화력발전소 중 50%인 29기가 입지해 있고 탄소배출 제로화에 따라 2034년까지 14기를 폐쇄해야 한다. 충남 주민들은 이미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미세먼지, 분진, 송전탑, 온배수 등 피해를 수십 년간 버텨왔기에 에너지 자치와 분권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먼저 체득해 왔다. 에너지 전환의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결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주민의 피해를 강요하는 일방적인 에너지 계획은 지역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충남도는 2019년부터 석탄발전 폐쇄를 대비해 정의로운 전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발전소의 그늘에서 벗어나 석탄발전 폐쇄 부지의 활용과 불평등한 이가 발생하지 않고 더 안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지역사회의 더 나은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를 지역 내에서 이어가고 있다.

지역의 오랜 피해를 무시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도 없이, 지역의 에너지전환계획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으며,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윤석열 당선인이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신한울 3·4호기 신규 건설 사업 재개를 비롯한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등의 공약은 철회되어야 한다.

오는 4월 26일은 체르노빌 핵사고 36주기다. 체르노빌의 아픔을 담은 저서 <체르노빌의 목소리>에는 당시 지도자였던 고르바초프가 국민에게 "걱정 마십시오, 동무들,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냥 불이에요, 불. 걱정할 거 없습니다. 아직 거리에 사람들이 살면서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고 "우리는 믿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체르노빌은 여전히 반경 30km 내 출입이 금지돼 있다.

지난 3월 초, 울진 산불이 한울원전 앞까지, 강풍을 탄 불길이 강원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인근까지 확산되는 현장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 국민에게 지금 윤석열 정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국민에게 '그냥 불이다, 걱정할 것 없다'라고 말할 것인가. 원전산업의 생태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사회, 안전한 생태계라는 것을 윤석열 당선인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이름', 5월 1일 대국민 공개
  2. 보문산 동굴 굴착흔적 또 나와… 바위에 구멍과 임도
  3.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전 반대 "정치권 힘 있는 움직임 필요"
  4. 대전유일 학교돌봄터 간식 부실 논란… "단가는 올랐지만 질은 떨어져"
  5. 대전 유성구서 자격증 빌려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근무, 급여 부정수급 사례 발각
  1. 2025년 국가 R&D 예산 논의 본격화… 출연연 현장선 기대·반신반의
  2.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하세요’
  3. 지지부진한 서남부 특수학교 설립… 통폐합 부지 확보 대안될까
  4. [썰: 기사보다 더 솔깃한 이야기] 최규 대전 서구의원, 더불어민주당 복당?
  5. 농번기 앞두고 모종시장 북적

헤드라인 뉴스


학생 온라인 출결 시스템 `유명무실`…교원들 "업무부담 여전"

학생 온라인 출결 시스템 '유명무실'…교원들 "업무부담 여전"

원활한 학생 출결 관리를 위해 도입한 온라인 출결 시스템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미흡한 체계 때문에 여전히 교원이 직접 서류를 처리하고 출결과 관련된 학부모 민원까지 받는 상황으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학생들의 출결 관련 업무처리는 나이스(NEIS) 온라인 출결 관리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교원들이 1차로 학생에게 결석 인정 사유서, 진단서 등 서류를 받고 2차로 나이스(NEIS)온라인 시스템에 교원들이 일일이 기록해야 하는 구조다. 교원들은 학생이 제출한 증빙 서류가 미비..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대입에서 충청권 의과대학 7곳이 기존 421명보다 389명 늘어난 810명을 모집한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정부 배정안 대로 97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지역 의대는 199명서 156명이 늘어난 355명을 2025학년도 신입생으로 선발하고, 충남은 133명서 97명 늘려 230명, 충북은 89명서 136명 증가한 225명의 입학정원이 확정됐다. 2일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과 함께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증원 총..

"앞으로 욕하면 통화 종료"… 민원 담당 공무원엔 승진 가점도
"앞으로 욕하면 통화 종료"… 민원 담당 공무원엔 승진 가점도

앞으로는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폭언하는 경우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어도 된다. 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이른바 '신상털기(온라인 좌표찍기)'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행정안전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3월 악성민원에 고통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 이후 민원공무원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에 따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

  • 농번기 앞두고 모종시장 북적 농번기 앞두고 모종시장 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