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2022년 5월 또다시 만난 가정의달을 즈음해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2022년 5월 또다시 만난 가정의달을 즈음해

김효진 대전가정법원 사법행정지원 법관

  • 승인 2022-05-02 10:00
  • 신문게재 2022-05-03 18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김효진 판사
김효진 판사
‘가정’(家庭)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다. 일반적으로는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나 공동체라는 의미 정도로 사용되는 것 같다. 가정에 대한 기억은 각자에 따라 개인적이고 개별적이지만, 누구나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한다는 공통점은 가정이라는 소재에 대해 시대나 국적을 넘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공분을 느끼게도 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는 낯선 이국의 가정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가정 내 불화와 억압, 회복을 통해 진한 감동을 전해 준다는 점에서 전자의 측면을 잘 설명해 준다. 로마가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외국어 영화상, 감독상), 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고 평론가들뿐만 아니라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데에는 영화의 작품성 외에도 영화가 다루는 소재나 주인공들이 견인하는 이야기의 흐름 등을 통한 메시지가 보편성을 지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로마는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의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젊은 가정부로 일하는 '클레오'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미혼이고 멕시코 원주민인 가정부 클레오와 주인집 의사의 부인이고 네 아이의 엄마인 '소피아'는 서로 인종도, 언어도, 사회적인 지위나 환경도 다르다. 클레오가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 소피아의 네 자녀도 클레오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디저트를 내어 주고 끊임없이 집안일을 하는 클레오의 모습에서 숨김없이 드러난 위계적 관계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관계 등에서 얻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간다. 특히 영화의 포스터이기도 한 장면, 바닷가에서 서로 끌어안고 위로하는 장면에서는 작은 공동체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상처를 보듬고 슬픔을 함께 이겨가는 모습을 통해 물결치듯 밀려오는 따스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로마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자전적 이야기에서 자주 드러나는 낭만적이거나 회고적인 느낌은 휘핑크림을 걷어낸 것처럼 덜어져 있다. 주인공들의 모습은 객관적이고 관찰자적인 느낌의 흑백 화면을 통해 드러나고 이야기를 견인하는 방식도 담담하고 절제된 듯하다. 이러한 감독의 예술적 기법이나 함축된 장치를 통해 영화를 보며 감독 개인의 추억 속 가정을 따라가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가정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투영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들의 깊은 슬픔이 안타까워 가슴 한 귀퉁이가 먹먹해지고, 파도와 같은 클라이맥스를 거쳐 소피아와 자녀들, 클레오를 볼 때는 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사랑이 느껴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안식처가 된 가정의 모습이 주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사전적인 의미의 가정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모습은 형태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가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습과 차이가 없어, 가장 가정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출생과 혼인, 입양 등을 통해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한다. 그러나 가정의 모습도, 각자가 바라는 가정의 형태도 모두 다를 것이고 가정 내 분쟁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사소송법은 인격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본으로 가정의 평화나 친족 간에 서로 돕는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자 가사에 관한 절차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가사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문법원으로서 설립된 가정법원은 법률적인 판단 외에 후견·복지적인 요소도 참작해 분쟁 해결을 모색한다. 분쟁 원인과 경위, 당사자들의 의사 등은 실로 다양하지만, 분쟁으로 인한 상처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건설적으로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은 있을 것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정법원의 역할일 것이다.

로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옥상을 거쳐 하늘을 비춘다. 연대와 사랑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담은 장치라고 해석하고 싶다. 모든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해본다. 상처나 슬픔을 겪는 가정이 있다면 가정 내 갈등과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구성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안식처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본다.

/김효진 대전가정법원 사법행정지원 법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심리상담 전문성 검증 없는 업무 확대 반대"
  2. 서산시의회, 국화축제장서 구슬땀, 성공 개최 힘 보탰다
  3. 대전센텀병원, 직원들 동참 혈액나눔 헌혈봉사 실천
  4. 대전시가족센터 개소 20주년 기념 2026 대전,가족·돌봄이음
  5. 전국 730만채 건물 에너지와 행정데이터 잇는 국가급 '데이터넷' 구축
  1. 우옥환 (사)한국여가스포츠문화복지협회 회장, 70세 이상 노장 위한 제1회 대한민국 노장가요경연대회 개최
  2. 대덕특구본부, GPS 없이 무인기 위치파악 기술력 특구기업 선발
  3. 천안시, '제4회 무공수훈자의 날' 기념행사 개최…호국영웅 헌신 기려
  4. 천안시 북면 행복키움지원단, 가을 힐링콘서트 개최
  5. 프리미엄 샌드위치 카페 찹찹착, 천안시복지재단 '행복천사' 동참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세권 개발 또 원점… 메가충청스퀘어가 공공기관 부지 공백 메우나

대전역세권 개발 또 원점… 메가충청스퀘어가 공공기관 부지 공백 메우나

대전 원도심 활성화의 핵심 사업인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개발사업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를 앞두고 대전역세권이 이전 공공기관의 주요 입주 공간으로 검토돼 온 만큼 사업 무산이 공공기관 유치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별도로 추진되는 메가충청스퀘어 사업을 통해 입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공공기관의 순차적 이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한화건설 컨소시엄의 잔여 토지대금 납부 기한인 19일까지 대금이..

대전 빵축제 내년에는 원도심서 연다…시민참여형 축제로
대전 빵축제 내년에는 원도심서 연다…시민참여형 축제로

대전시가 내년 '대전 빵축제'를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하고, 시민들이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시민참여형 축제로 육성할 전망이다. 지역 제과점뿐 아니라 전국 유명 빵집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축제 규모도 대폭 키워 관광객 유치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이끌 국내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전시는 지역 대표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은 대전 빵축제를 시 대표 축제로 키우기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내년 빵축제는 중구, 동구 등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대전의 대표 제과점..

대전 정비사업 용역비 ‘고무줄’… "적정 기준 필요"
대전 정비사업 용역비 ‘고무줄’… "적정 기준 필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관리(PM), 정비업체 용역비 등이 천차만별로 책정되면서 적정 비용 산정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대전지역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용역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대덕구 송촌동1구역 정비사업장의 예산안에 반영된 용역비는 약 38억 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예산안을 보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용역비의 30%에 해당하는 추정액은 11억 4000만 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전체 용역비는 38억 원이다. 계약금 지급부터 조합설립인가와 시공사 선정까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나Be 한마당에서 꿈 찾았어요’

  •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유성국화축제 ‘준비 착착’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