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일그러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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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일그러진 국회의장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6-06 08:0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전쟁과도 같았던 대통령 선거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회오리바람이 불어왔다. 누군가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박탈한다는 의미의 ‘검수완박’이라고, 다른 누구는 잘못된 검찰권을 바로잡는다는 검찰의 정상화라고 지칭하는 검찰 수사권에 관한 입법화 과정에서의 격한 논쟁이 바로 그 바람이었다. 개정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해선 굳이 여기서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이미 입법이 완료됐고, 그에 대한 위헌성 논쟁은 헌법재판소의 판단 앞에 놓여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이 소용돌이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기에 훗날을 위해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불편함 잠시 뒤로 물리고 몇 자 기록해 둔다.

"국회의장으로서 국가와 지역을 위해 국회 이전이라는, 아니 최소한 분원이라도 설치할 역사적 과업을 이룰 책임이 박병석 의장에게 놓여 있다. (중략) 주어진 과업을 훌륭하게 완수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4년을 마치는지를 필자도 새로운 국회의장 탄생에 희망의 바람을 담아 지켜보겠다."

이 글은 바로 2년 전 본 칼럼에서 박병석 의원이 국회의장에 취임했을 때 지역민으로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한 내용의 일부다. 그랬다. 필자의 주변머리 없는 생각으로는 그저 세종 국회의사당 설치만 완수해도 훌륭한 국회의장으로 충청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박 의장의 노력으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가 확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시민의 환호 속에 개선문을 통과하는 박 의장의 퇴임 모습을 그렸었다.

그러나 검수완박법의 국회 통과 과정을 보면서 환호받고 퇴임하는 박 의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저 소설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모습만이 그려진다. 우리는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으로, 특정 정당의 입장에 매몰되지 말고 중립적으로 의장직을 수행하라는 국민의 명령물이다. 박 의장은 이 명령에 충실하지 못했다.

소수당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사위의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고 여당 의원의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를 그대로 받아줘 어제까지 여당 의원으로 카운팅 될 의원을 하루아침에 무소속 의원으로 둔갑시키는 것을 용인하는 사·보임 결정, 소수당의 필리버스터를 한칼에 날려 보낼 술책으로 소위 ‘살라미 전술’로 알려진 회기 쪼개기를 한 번도 아니고 수회에 걸쳐 그것도 검찰청법 처리 때도 모자라 형사소송법 처리 시에도 반복한 것은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부끄러운 의장의 처신이다.

무엇보다도 박 의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의회주의자'로 알려진 인물이기에 실망감이 더하다. 박 의장은 항변할지 모른다. "여야가 합의한 의장 중재안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당시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을 깬 것은 사실이고, 이는 잘못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장이 회기 쪼개기를 남발하고 탈법(최소한 편법)적 사·보임을 허용한 잘못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즉 최초 합의안대로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그것도 며칠 남지 않은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 일정에 맞춰 새로 들어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을 무력화할 의도라는 의심을 사면서까지 회기 쪼개기를 남발한 건 의회주의자의 처신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리는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는 한탄을 쉽게 한다. 적어도 의전 서열 2위이자 민의의 전당 수장인 국회의장은 어쩌면 국가적 원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박 의장은 마무리만 잘했으면 최소한 충청의 어른 소리는 들었을 것이고, 그것이 필자의 바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의장직 막바지에 처리한 검수완박법 사태로 그 명예를 스스로 팽개쳐버렸다. 본인만의 불명예라면 그다지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련만, 그로 인해 우리는 모처럼 존경할 어른을 두게 될 행복을 상실했다. 이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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