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목척교·대전천 르네상스는 어디에…손길 끊은 현장

[WHY이슈현장]목척교·대전천 르네상스는 어디에…손길 끊은 현장

2009년 홍명상가 철거 원도심 활성화 모색
대전천 르네상스 정책 예산·행정력 집중
10년 지나 시설물 늘어도 관심·관리는 인색
부숴진 데크, 폐기물 그대로 쌓여 시민 눈쌀
"새로운 활력 원도심 역사성에서 모색해야"

  • 승인 2022-06-09 17:42
  • 신문게재 2022-06-10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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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척교 인근의 대전천 관람 시설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저기 저 넓은 신식다리가 목척교 맞지유? 길이 얼매나 넓은지 상감마마 행차해도 되겄다야." 박현주 작가는 1920년 대전 유성에서 펼쳤던 농민조합운동을 묘사한 소설 '랑월(2021)'에서 소작료 인상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시내의 토지주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가장 먼저 묘사한 대전의 풍경은 목척교였다. 김수남 작가는 1980년 발행한 소설 '달바라기'를 통해 한국전쟁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대전시민을 목척교와 대전천을 배경으로 재현했다. 그런가 하면 원로가수 안다성 씨는 1962년 취입한 '못 잊을 대전의 밤'에서 역시 첫사랑을 그리는 마음을 목척교에 빗대어 노래했다. 대전 보문중·고교 설립자이자 불교인이었던 금당 이재복(1918~1991) 선생은 시 '목척교'를 통해 가버린 시간과 다가올 시간 속에서 느낀 서정을 72자의 글자로 담아냈다. 대전 목척교와 대전천을 원도심 활성화 1번지로 여기는 것도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2022년 오늘의 원도심 1번지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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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천에 설치된 분수대에 녹색 이끼가 가득한 채 방치되고 있다.
▲손길 멀어져 잡초만…

8일 찾은 목척교와 대전천은 아끼고 가꾸는 손길이 닿은 지 오래된 것처럼 부숴지고 녹조 낀 분수대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대전천을 따라 동구청과 중구청 방향에 각각 조성된 인도 데크의 바닥은 나무가 들뜨거나 구멍난 상태서 신발 끝에 걸려 움찔 놀라기 일쑤였다. 대전천으로 내려갈 때도 주변에 식재된 조경수를 관리하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나뭇가지가 이마를 때리거나 그게 싫으면 손으로 나뭇가지를 밀어내며 걸어야 했다. 2009년 이곳에 있던 홍명상가를 철거하고 르네상스를 꿈꾸던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오랫동안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골목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전천에 마련한 벽천분수대는 녹색의 이끼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잡초가 무성해 시민들 볼거리 제공을 위해 애써 만든 곳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돌징검다리를 총총히 건너 중앙시장 방향 역시 폐기물이며 하천에 쌓인 토사가 다듬어지지 않아 잡초와 더불어 언덕을 이룰 정도였다. 목척교에 다시 올라서도 쉽게 눈에 들어온 것은 화단에 쌓인 쓰레기였고, 쇠기둥처럼 하천에 박혀 있는 가동되지 않는 분수대였다.

대전천 옆에서 20년간 식당을 운영한 최모(67) 씨는 "반짝 사업으로 예산을 엄청 들인 뒤 관심을 쏟지 않으니 이렇게 되는 것"이라며 "노인들이 모여서 쉬는 곳임에도 편의시설도 해주지 않고 노상방뇨며 음주가무며 누구하나 나서지 않아 남보이기 부끄러울 정도"리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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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놓고 간 쓰레기가 목척교 화단에 버려져 있다.
▲홍명상가 허문 열정은 식어

이곳은 한때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1번지가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굵직한 여러 정책이 시행되던 곳이다. 지난 1974년 대전천을 시멘트로 덮고 그 위에 지상 5층 규모로 세워졌던 홍명상가를 2009년 철거했다. 그보다 한 해 앞서 중앙데파트를 폭파 방식으로 철거하는 장면은 당대를 기록하는 대표 영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시작된 목척교와 대전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하상도로와 주차장으로 쓰이던 곳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홍명상가를 떠받치기 위해 박혀 있던 470개의 콘크리트 기둥을 걷어내고 하상도로를 어렵게 폐지했으며, 분수대와 물놀이 공간, 야간 경관조명을 만들었다. 나무줄기 세포를 본뜬 시설물로 목척교에 하얀색 모자를 씌워 준공식을 할때만 해도 이곳이 대전 원도심 활성화 1번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한때 관심을 갖고 예산을 들인 시설물이 녹슬기 마련이듯 손길이 닿지 않은 이곳저곳은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황도 확인돼 관리 부재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성매매 상대 여성을 살해해 지난달 대전고등법원에서 징역 13년이 선고된 피고인이 2021년 5월 대전천에서 상대를 만나 모텔로 자리를 옮겨 범행을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 대전역 주변에서 호객 행위를 통해 성매매가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보다 더 위험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간접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전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하는 청객 없이 이뤄지는 형태는 대전에서는 드문 사례인데 밖으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종사자들에게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라며 "유사한 방식의 성매매가 어느정도 이뤄지는 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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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활력 결국 뿌리에서 찾아야

지방선거에서도 목척교와 대전천은 주요 이슈에 들지 못하고 관심 역시 빈약한 실정이다. 대청호 수원을 관로로 유입해 대동천과 산내에서부터 대전천에 이르는 친수환경 조성 및 수변 신도시 조성 방안공약도 제시되거나 캠핑 시설을 갖춘 소규모 수변공원을 조성 그리고 생태복원 사업 정도가 공약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대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목척교와 대전천에 새로운 정책과 더불어 쾌적한 환경과 시설물에 대한 관리하는 세밀한 행정을 주문했다.

조성남 전 중구문화원장은 '은행동 이야기'를 통해 "대전이 처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모색할 때 원도심 활성화 또는 원도심의 역사성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역사이고 뿌리이며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설과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업을 먼저 계획한 뒤 사후 관리나 콘텐츠에 대한 계획과 예산을 고민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라며 "눈에 보이고 홍보할 수 있는 시설물에 집중하고 그 안에 문화와 스토리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목척교나 대전천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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