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대전 3·8 민주의거, 시립무용단 '인연'으로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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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대전 3·8 민주의거, 시립무용단 '인연'으로 다시 보기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2-06-20 09:36
  • 수정 2022-06-27 08:31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3월 8일 오후 3시 30분. 2학년 학생 3백여 명이 교문을 나왔다. 학교 앞 도로에서 정연한 대오를 갖추었다. 학생들은 대흥동 로터리를 지났다. 공설운동장을 향해 뛰어갔다. 그곳에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었다. 장면 박사의 선거 연설을 듣고 있었다. 장면은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였다. 경찰이 학생들의 운동장 진입을 막았다. 학생들의 대오는 인동을 거쳐 대전천 제방으로 올라갔다. 거기서도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학생들은 중교다리를 건너 대전역을 한 바퀴 돌았다. 대오는 충남도청을 향했다. 목척교 앞에서 경찰에 막혔다. 학생 여럿이 부상을 입었고 여럿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일부 학생은 수배되었다. 충청남도는 일선 중고등학교 교장에게 학생들의 경거망동을 단속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중도일보> 1960년 3월 9일 자 여러 건의 보도를 종합, 요약했다.

3월 10일. 대전공설운동장에서는 자유당의 선거유세가 열렸다. 5만여 명이 참여했다. 임철호 국회부의장은 연단에 올라 이승만 대통령과 이기붕 부통령 지지를 호소했다. 경찰은 사전에 대전상고, 대전공고, 대전고 학생대표 수십 명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설유'하고 각 학교 교장을 '초치'해 시위를 하지 말 것을 일렀다. 그때가 물경 새벽 4시 30분이었다. 3월 10일 아침. 대전상고 전교생 6백여 명은 교문 밖으로 나왔다. 전전날 대전고 학생들이 외쳤던 구호를 다시 외쳤다. 신안동 굴다리를 지나 대전역으로 향했다. 체신청 앞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혔다. 학생들은 대전역과 중앙시장통으로 흩어져 시위를 했다. 학생 여러 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9일부터 학년말 시험을 치르던 보문고, 10일 시험을 시작한 대전공고 학생들 역시 교문 밖 진출을 시도했으나 교문이 열리지 않았다. 3월 11일 <중도일보> 1면, 3면에 실린 속보와 여러 기사를 버무렸다.



언론을 일컬어 역사의 기록자라고 한다. 1960년 3월 8일부터 며칠간 계속된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의 민주의거에 관한 언론보도는 시시각각 당시 상황을 긴박하게 전달하고 있다. 한편 경찰과 정부의 발표 내용도 대문짝만하게 다루었다. 학생들의 시위를 염려하거나 나무라는 가계의 시각도 언론의 지면에 담겨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전 3·8 민주의거와 관련한 다른 자료들도 살펴보아야 한다. 기념사업회 자료에 따르면, 3·8민주의거는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 불법 인권유린에 항거한 대전지역 고교생들의 민주화 운동이다. 민주와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의 표출이다.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이자 지역민주화 운동의 효시다.

기념회 기록에 따르면, 3월 8일 시위 참여자는 3백 명이 아니라 1천 명이다. 학생들의 구호도 구체적이다. 학생들은 "독재타도"와 "학원의 자유"를 외쳤다.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아 학교로 돌아갔다는 발표자료와 달리, 학생들은 경찰의 저지망을 뚫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격렬한 시위를 전개했다. 3월 9일 대전고, 대전공고, 대전상고, 보문고 학생대표 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발표나 언론에 보도된 '초치나 설유'와 거리가 멀다. 3월 10일 대전상고 6백여 명이 시위에 나섰다. 자유당의 부정한 선거전략을 규탄하고 구속학생을 석방하고 학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보문고, 대전공고, 대전여고, 대전사범학교, 호수돈여고 학생들의 집회 참여 시도는 경찰 감시하에 저지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시민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 대전 3·8민주의거는 대구 2·28 민주운동, 3·15 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분수령이다. 대전 3·8 민주의거는 2018년 정부가 공식으로 주관하는 '각종 기념일'에 정식으로 규정되었다. 대전시민과 학생들이 독재정권에 맞선 역사적인 의미와 숭고한 정신을 기리겠다는 것이었다.



대전 3·8 민주의거의 뜨겁고 위대했던 순간을 대전시립무용단이 무대에 올렸다. 지난 6월 10일과 11일 두 차례 <인연-가족사진>을 주제로 공연되었다. 동적인 무용과 정적 사진의 콜라보를 활용했다. 춤과 음악과 노래의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김평호 예술감독은 대전의 자부심과 긍지를 이 작품에 담았다고 밝혔다. 두 번의 공연을 모두 관람했다. 위대한 대전 3·8민주의거의 역사를, 대전시립무용단이 위대하게 예술적으로 재현했다. 공연의 서사는 탄탄하고 서정은 깊었다. 대전에 역사가 있느냐고 힐난하지 마시라. 대전에 위대한 민주의 역사가 있다. 대전에 위대한 공연예술이 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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