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전 퀴어축제를 기다리며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대전 퀴어축제를 기다리며

뉴스디지털부 이유나기자.

  • 승인 2022-07-25 14:07
  • 신문게재 2022-07-26 18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이유나 기자사진
뉴스디지털부 이유나기자.
얼마 전 서울에서 3년 만에 퀴어축제가 열렸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퀴어 친구들과 앨라이(Ally, 협력자라는 뜻으로 성소수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 친구들을 서울 광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최대한 특이한 옷을 입고 갔음에도 워낙 무난한 옷밖에 없어 '퀴어 축제 드레스코드 맞게 입고 온 거 맞냐'며 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광장 밖에 있는 반대세력의 확성기 소리에 귀가 얼얼했지만, 광장 안에선 무지개 깃발과 함께 해방감과 자유, 존중,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소수자를 향한 연대는 여성, 난민, 장애인, 동물까지 이어졌고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다름을 존중하겠다는 공기가 흘렀다. 퍼레이드 시작 직전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지만 워터밤 축제에 온 것처럼 즐거웠다. 언제 결혼할 것이냐는 훈수도 없으며 어느 직장에 취업했는지, 어디 학교에 갔는지 비교도 경쟁도 없는 우리만의 명절인 셈이다.

이날 행사에는 퀴어 축제가 열리는 다른 지역의 조직위도 볼 수 있었다. 퀴어축제는 2000년 서울에서 시작해 2009년 대구, 2017년 제주와 부산, 2018년 인천·전주·광주, 2019년 경남에서 개최되는 등 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번 달엔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에선 오리지널 예능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를 공개해 동성연애와 성소수자의 삶을 조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순위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2회에 신부의 애인이 '여성'임이 밝혀지는 스토리를 전개했다. 성소수자에 대해 공론화가 이뤄질 정도로 우리나라 분위기도 많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대전은 역시 '양반의 도시'인 걸까. 축제가 끝나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니 무슨 일 있었냐며 길거리는 조용한 듯 무심했다. 나 혼자만 비에 젖은 채로 무지개 명찰을 달고 있어 뻘쭘하기까지 했다. 퀴어축제도 서울까지 원정을 가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세종, 충남도를 비롯해 2021년 기준 19개 시도와 기초단체에서 제정된 문화다양성 조례도 2019년 대전시의회에서 발의했지만, 종교단체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 조례안에는 성소수자와 이슬람 문화 등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를 향한 대전의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보수적인 분위기가 대전에 노잼도시라는 별칭을 만들어준 건 아닐까? 공연과 축제, 문화생활의 발전은 다양성 존중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의 틀에 따라 규정짓기 거부하는 청년에게 대전은 노잼도시일 수 밖에 없다. 은행동의 한 독립서점 이름처럼 틀린 게 아니라 우리는 다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대전역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에 포스트잇과 매직펜이 있길래 아쉬움을 적었다. '대전에도 퀴어 축제가 열리길…'.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본격화… 대전 편의점 절도 사건 재조명
  2. 정상신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무기력한 대전교육… 잘할 것이란 주변 기대에 재도전 결심"
  3. 대전·충남서 갑자기 내린 폭설… 가로수 부러져 길 막기도
  4. [춘하추동] 소는 누가 키우나
  5.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실효적 대책 절실
  1. 李대통령 "대전충남 통합 공감없이 강행안돼" 사실상 무산
  2. 건양대 웰다잉·웰에이징 전문인력 125명 양성…"통합된 형태의 지원체계 필요"
  3. 봄 시샘하는 폭설
  4. [문예공론] 유상란 시인의 시 '어느 날 문득'에 내재된 삶의 궤적
  5. 슬럼화 우려 문화동 국방부 부지… 정부 기조 변화에 개발 전환점 맞나

헤드라인 뉴스


무산수순 대전·충남 행정통합…與野 극적인 정치적 합의 나올까

무산수순 대전·충남 행정통합…與野 극적인 정치적 합의 나올까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결국 국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며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충청 여야의 통 큰 정치적 타결로 극적인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똑같이 법사위에서 발목 잡힌 대구 경북이 3월 초 본회의에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대전 충남에서도 보인다면 통합 재추진을 위한 일말의 가능성은 살아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대전 충남을 향해 "공감 없는 통합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은 데다 충청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25일 정치권에 따..

김 총리, `세종시 지원위` 재가동…행정수도 실행력 주목
김 총리, '세종시 지원위' 재가동…행정수도 실행력 주목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첫 세종시 지원위원회(31차)를 주재하면서, 행정수도 완성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3층 영상회의실에서 세종시 지원위원회를 열고, 주요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민간위원으로는 국토연구원의 차미숙 박사, 서울시립대 이희정 교수, 산업연구원의 김정흥 박사, 충남대 박수정 교수, 한밭대 백수정 교수, 세종테크노파크 소재문 디지털융합센터장, 신아시아 산학관 협력기구의 이시희 위원이 참여했다. 정부부처 위원으로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코스피 사상 첫 `6000피` 돌파…투자 열기 `후끈`
코스피 사상 첫 '6000피' 돌파…투자 열기 '후끈'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은 지 한 달여 만에 6000대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14.22포인트(1.91%) 오른 6083.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22일 장중 5019.54로 '5천피'을 넘어선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000포인트 넘게 오르며 '6천피'(코스피 6000포인트)를 달성한 것이다. 지수를 끌어올린 건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다. 기관은 이날 9017억 원, 개인은 2215억 원을 각각 순매수하면서다. 다만, 외국인은 1조 3019억 원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 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

  •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책임 국민의힘 규탄 민주당 대전시당,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책임 국민의힘 규탄

  • 3월부터 여권발급 수수료 2000원 인상 3월부터 여권발급 수수료 2000원 인상

  • 봄 시샘하는 폭설 봄 시샘하는 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