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위에 새긴 태극기 발견… '上下' 표기해 위아래 구분도

일장기 위에 새긴 태극기 발견… '上下' 표기해 위아래 구분도

전북 군산에서 수집된 태극기 유물 공개
먹으로 태극·4괘 그려넣고 모서리엔 上下
찢어진 모서리 실제 게양돼 휘날린 흔적
"일제강점에서도 꺽이지 않은 저항의식"

  • 승인 2022-08-11 18:00
  • 신문게재 2022-08-12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태극기1
일장기 위에 덧칠해 제작한 태극기가 대전의 한 수집가에 의해 발견돼 주목되고 있다.
일장기 위에 태극의 청색부분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해 만든 태극기가 대전 수집가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위아래를 헷갈리지 않도록 '上·下'를 표시한 태극기 모서리는 실제로 게양돼 힘차게 휘날렸던 영향인지 살짝 찢어져 있다. 일제의 강제점령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민초들의 저항의식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 전망이다.

11일 대전 동구 판암동의 골동품 수집가가 중도일보에 오래된 태극기(가로 58㎝ 세로 40㎝)를 공개했다. 전북 군산의 한 주민으로부터 수집했다는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먹으로 덧칠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문양과 4괘가 눈에 띈다. 일제시대 제작된 일장기는 붉은 천으로 만든 홍원을 흰 광목천 위에 박음질해 국내에 뿌려졌는데, 이번에 발견된 태극기 역시 붉은 홍원의 가장자리에 이중으로 박음질된 모습이다. 붉은색 동그라미 안에 태극의 음 부분을 흑색 안료로 그려넣었고, 흰 광목에 색이 번진 것으로 보아 먹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태극을 둘러싼 4괘 역시 먹물을 이용해 손으로 그려 넣었는지 길이와 너비가 조금씩 달랐다.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 중 물과 불을 상징하는 시계의 1시와 7시 방향의 감괘와 이괘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 있다. 태극기를 그리거나 사용하는 게 위험하거나 극도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예시를 보지 못했던 당시 제작환경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태극기2
먹으로 추정되는 안료로 그려진 4괘의 모양이 선명히 보인다.
특히, 깃대에 묶을 때 사용하는 태극기 왼쪽 모서리에 위아래를 의미하는 '上·下'가 각각 표시돼 있고, 약간 찢어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역시 태극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못해 올바른 방향을 모르던 때 거꾸로 게양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위한 표시로 추정된다. 모서리가 살짝 찢어진 상태 역시 공식적인 공간에서나 만세운동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흔적으로 여겨진다.

태극문양에 유독 헐어서 구멍난 부분이 5곳 정도 있고 네 모서리 방향에 심하게 주름진 상태를 보았을 때 태극기가 소중한 물건을 감싸 보호하는 보자기 용도로 보관되었던 것으로도 추정된다. 광복 직후 일장기를 소각하는 대신에 태극기를 만들어 국권을 회복한 기쁨을 나누었던 흔적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태극기를 공개한 수집가 전병근(56) 씨는 일제시대 대전 최초의 조선인 개원의사이자 1919년 3.1만세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김종하 씨의 1935년 대전 중앙의원 흔적을 찾아내 대전시의사회 회원의 손을 거쳐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전 씨는 "충청권에서는 일장기 위에 새긴 태극기가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제에 저항하고 희생을 감내한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임병안·임효인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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