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시계추(時計錘) 정치의 '도끼'에 망가진 대전시 지역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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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시계추(時計錘) 정치의 '도끼'에 망가진 대전시 지역화폐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4-01-25 17:12
  • 신문게재 2024-01-26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2022년 10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6.1지방선거 직전까지 전임시장이 유치했다는 이유로 총회개최에 시큰둥하며 UCLG 위상을 깎아내리던 이장우 신임시장은 행사 막바지에는 회장 출마에까지 나선다. 결과적으로 입후보한 4개 도시 시장이 1년씩 돌아가기로 합의하면서 이장우 시장은 2025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 시장의 회장직 선택은 정치적 산법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전시정이 '2030 글로벌 의제의 지방화'라는 UCLG 정책 기조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는 매우 회의적이다. '2030 글로벌 의제'는 UN이 2015년 채택한 17개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의미한다. 한동안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세대의 배려뿐만 아니라 개발과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구성원의 포용과 공동체성의 유지와 전승까지도 포함한 개념으로 진화해왔다. 결과적으로 17개의 SDGs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글로벌 의제의 '지방화'란 지구를 지속 가능하고 회복탄력적인 경로에 들어서도록 지방정부가 '2030 의제' 실천을 주도하면서 과감하고 협력적이며 전환적인 스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의제의 지방화와 맞물려 지역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실천 방식으로 주목받는 것이 '지역화폐'다. 지역화페는 지역사회 수준에서 순환되는 화폐로서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에서만 유통되면서 지역주민이 지역에서의 쇼핑을 촉진한다. 주민이 쓴 돈은 글로벌 또는 대형 회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대신 지역사회 안에 머물게 된다. 지역화폐는 지역의 통화량을 증가시키면서 지역의 생산과 고용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활성화한다. 지역주민은 익숙한 지역의 쇼핑을 통해 좀 더 생생한 정보에 기초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지역비즈니스 활성화는 재화의 이동 거리 단축에 따른 '탄소발자국'의 감소와 함께 지역경제의 탈(脫)탄소화에 공헌한다. 지역화폐는 지역주민을 다른 주민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는 장소와 연계하면서 지역 정체성 형성을 돕는다. 결과적으로 지역화폐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사회적·환경적 결과에 대한 지역 인식과 실천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이 된다. 민선 7기 대전시가 도입한 '온통대전'은 전형적인 지역화폐로 지역의 중소상공인을 포함한 시민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은 정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이장우 시장은 '지역화폐는 선심성 정책'이라며 급기야 온통대전 제도를 폐지하고 지역화폐의 경제적 취지와는 거리가 먼 복지정책에 가까운 정책으로 대체하였다. 결과적으로 대전시의 지역화폐 예산 집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국비로 지원받은 60억 원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대전시 '온통대전' 사례는 정책개선을 두고 '의료형 메스 대 도끼'의 비유를 상기해준다. 흔히 적대적 양당제의 권력 교체에 따른 극단적인 정책의 전환을 '시계추'에 빗댄다. 정권교체가 기존 정책의 오류를 발견하고 개선의 기회가 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계추 정치는 정책의 유효성과 무관하게 선임자 정책에 정교한 메스보다 커다란 도끼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지역화폐 사태는 시대정신에 무지하고 이념적 흑백논리의 증오 정치에 물든 이장우 시장이 궁색한 복지 논리 뒤에 숨어 선도적이고 지역 친화적인 경제정책을 도끼로 토막 내면서 불구로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장우 시장의 도끼가 지역화폐로만 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 축소, 사회적자본지원센터 폐쇄를 포함한 지역공동체 정책의 폐기 등은 UCLG 차기 회장의 자질을 의심할 수준이다. 해당 정책들이야말로 UCLG를 포함한 유수의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공유된 처방들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의 논리와 정책 프레임에 갇힌 이장우 시장의 리더십에 맡겨진 대전시의 현재가 암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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