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삶의 온도, 함께라서 따뜻해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삶의 온도, 함께라서 따뜻해

논산 용남중학교 교사 장예지

  • 승인 2025-02-13 14:48
  • 신문게재 2025-02-14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50213_논산_용남중 교사 장예지
장예지 교사
5년이 지났음에도 해마다 중등교사 임용을 보는 날에는 긴장을 한다. 어김없이 지난 시험일에도 그랬다. 어쩌면 나도 그 시험장의 수험생이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수험생활을 마무리하며 내 삶의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교단 위의 내 삶도 여전히 뜨겁게 달려왔다.

수업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이론과 실제가 달랐기에 부딪히는 벽, 학습자 이해를 미처 다 하지 못해 스스로 만든 불통의 벽 등 해마다 넘어야 할 벽은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분주하고 열심히 지내왔다.



특히나 지금 몸담고 있는 용남중학교에서는 더욱이 열심히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처음 내려왔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았던 시간들, 그리고 참 좋은 학생들을 만나고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게 큰 행운이 된 만큼 열심히 달렸다.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일방적인 수업이 아닌 함께 호흡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2022년부터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아이들과 '음악과 방탈출 게임'을 진행하였다. 감상 수업 시간에 진행한 여러 가지 음악 지식, 키워드를 엮어 나름대로 문제를 만들었고, 아이들이 그 문제를 풀어 최대한 빠르게 맵을 탈출하는 것이다. 한 테마의 수업이 끝나거나 학기를 종료하면서 이벤트성으로 진행하였는데,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생각해 보고 주어진 힌트와 내용으로 브레인스토밍 해보며 답을 유추해가는 과정을 꽤 즐거워하고 태도도 사뭇 진지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더 다양한 메타버스 방탈출 문제를 고안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문제들이 쌓여 내 수업의 브랜드를 만들어갔다.



"선생님, 방탈출 또 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이 느껴진다. 수업에 조금 소홀하던 학생이 방탈출에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더욱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함께 즐기고 집중하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2023년에는 학교 내에서 구성한 STEAM 연구회를 통해 학교 학자특 환경교육과 STEAM 교육을 연계하였다. 단순히 음악만 가르치던 내가 다양한 교과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내용과 방법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모든 차시의 수업 내용을 음악 시간에 활용했던 방탈출 게임에 담아 학생들이 즐겁게 모든 차시의 수업을 마무리하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융합교육에 아직 서툰 선생님들을 오히려 응원하며 따라오는 학생들, 그리고 함께할 때 더욱 빛날 수 있는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풍성한 결실을 얻기도 했다. 모두가 동행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올해에는 음악 교사 몇 명이 모여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수업 사례 나눔, 악기 연주 방법 나눔 등 음악 수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밴드부 지도를 위해 직접 음악을 연주해 보고, 실제로도 올해 상반기 공연까지 진행하였다. 이런 학습공동체 활동이 권태로움이 있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늘 배워야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달리기는 혼자였다면 뛰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하는 이들이 아니었다면 전력질주하다가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이해 못 할 순간이 있지만 그저 예쁘고 소중한 아이들을 만난 것, 마음이 합하는 동료들을 만난 것, 그 힘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주저앉을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단순히 교육만 이뤄지는 현장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터전임을 오늘도 조금씩 깨달아간다.

삶의 온도는 함께해야 더욱 따뜻해진다. 아직 배울 것이 많고, 경험할 것이 많은 5년 차 교사는 오늘도 그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뜨거운 열정 하나로 이 교단 위 삶을 달리려 노력한다. 그 열정으로 뜨겁게 살며 다른 사람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건네 줄 수 있는 그런 동료, 그런 교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다져본다.

그렇기에 오늘도 내 삶은 가슴 뜨겁게 달려간다. / 논산 용남중학교 장예지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2.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3.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4. 국립한밭대 교수 연구팀, 데이터센터 설비인프라 연구 성과 입증
  5. 행복청, 2026년 4월 중앙동 전진 배치...행정수도청 시동
  1. 충남콘텐츠진흥원 지원기업, 데이터 창업대회 대통령상 쾌거
  2.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3.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4.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5. 한밭새마을금고, 취약계층 위한 성금 1000만 원 기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