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벚꽃으로 보는 기후변화

  • 오피니언
  • 춘하추동

[기고]벚꽃으로 보는 기후변화

장동언 기상청장

  • 승인 2025-03-05 17:54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붙임 3] 기고문_장동언 기상청장사진 (3)
장동언 기상청장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새싹이 움트고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을 맞이하는 봄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봄이 되면서 형형색색의 여러 가지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설렘을 전하는데, 그중에서도 흐드러지게 피어나 거리를 분홍빛으로 가득 채우는 벚꽃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벚꽃이 만개하면 전국 각지에서 벚꽃축제가 진행되고, 사람들은 꽃잎이 떨어지기 전 그 짧은 봄의 찰나를 즐기기 위해 곳곳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그런데 최근 봄철 날씨 변화에 따라 벚꽃 개화 시기도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벚꽃축제를 주최하는 지자체 등은 축제 개최 시기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만발한 벚꽃을 기대하며 축제장을 찾은 상춘객들은 기대와 다른 풍경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고, 지금 기후변화의 모습들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맞는지, 당장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곤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양상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봄철 벚꽃 개화 시기에 관한 관측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대전광역시의 벚꽃 개화일은 3월 30일로 평년(1991∽2020년) 4월 4일 대비 5일 빨랐고, 최근 5년(2020∽2024년)의 개화 시기도 평년 대비 평균 9일 빨라졌다. 이렇게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이유는 봄철 평균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며, 이 같은 현상은 벚꽃뿐만 아니라 매화, 개나리 등 봄철을 대표하는 여러 꽃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봄은 어떤 모습일까? 기상청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고탄소 시나리오로 진행될 경우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는 것과 함께, 봄이 2월 10일에 시작되고 그 길이도 80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벚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단순히 봄나들이 시기를 고민하게 하는 요소가 아닌 기후변화의 신호이며, 기후변화에 대비하라는 지구의 메시지이자 경고일 수 있다. 우리가 이 경고를 간과한다면, 기후위기는 점점 위협적인 형태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상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기후변화 이해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각 지방청에서는 지역민들 가까이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알리고자 여러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서는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대상으로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기후변화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해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과학 교육을 운영 중이다. 교육은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고, 한글을 깨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동영상도 준비돼 있어 연령대에 따라 적합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콘테스트'를 개최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을 운영해 누구나 기상·기후과학에 대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홍성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은 '한반도의 기후환경', '사람과 기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제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으므로, 방문해 본다면 기후변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 올해는 벚꽃이 지각하거나 서둘러 오지 않고 제때 피어나 모두가 활짝 핀 벚꽃을 보며 봄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기상청에서는 매년 벚나무, 매화 등의 발아와 개화, 만발을 관측하고 전국 주요 벚꽃 군락 단지 13곳의 개화 현황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더 완벽한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따스한 봄날, 벚꽃잎이 흐드러진 거리를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앞에 놓인 이 계절을 더욱 소중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