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 없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 없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5-03-18 16:54
  • 신문게재 2025-03-19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며칠 전, 대전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하는 조찬강연회에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주원 박사의 강의가 있었다. 차분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명해 주어 자주 듣던 분이라 열심히 들으면서 메모했고, 몇 가지 건진 것이 있다.

첫째는 이렇게 어려운 우리의 경제 환경이 올해 말쯤이면 아마도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이후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요즘 어려운 정치적 어수선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탄핵 직후에 이창용 한국은행장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몇 달 사이에 조금은 안정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고 '작은 희망을 가져도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공자님은 <군자는 항심(恒心)>이라고 하셨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신사는 항상 흔들리지 않는 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 없다'는 말씀도 하셨다. '먹고 살 것이 없는데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 가질 수는 없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국부론'을 저술한 아담 스미스를 우리는 경제학의 원조라고 칭한다. 그렇지만 정작 당신은 도덕철학자였고 국부론을 포함해서 평생 두 권의 책 발간했는데, 다른 저서인 <도덕감정론>을 더 아껴서 죽기 전까지 교정판을 출간했다고 한다. 삶이 어려워지면서 도덕마저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요즘 나라가 너무 시끄럽고 불안하다. 그렇지만 우리만 그렇다면 더 힘들 것인데,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좋아 보이는 나라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미국은 요즘 트럼프 이슈로 더 시끄러워졌지만 그 전에도 '꽃의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좀비 동네가 되었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적은 액수의 절도는 아예 처벌도 하지 않을 정도로 질서가 무너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중국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1억 채라는 둥 험악한 얘기 들은지 오래 되었고, 일본도 물가 올라가면서 서민들 삶이 힘들다고 한다. 유럽 사정도 쉽지 않아 보이고, 그래도 그 중 낫다는 스위스나 싱가포르는 엄청난 물가로 연봉 1억원 받으면 서민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우리 문제도 심각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그래도 조금의 저축은 갖고 있었고,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해 주어서 지금까지는 버텨 왔겠지만 어려운 시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견디기 힘든 시기가 시작된 것 같은 걱정이 크다. 의학적으로 체력을 '저수지에 담긴 물'에 비유한다. 저장된 물이 많으면 가뭄이 올 때 견디는 힘이 있지만 물이 말라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워진다.

우리 몸의 체력도 마찬가지여서 오랜 질병으로 고생하면 저수지 물이 말라간다. 나이를 먹으면서 저수지 물이 말라가는 현상은 자연적이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평소에 많이 걷고 근력을 키우면서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하라는 등의 조언을 듣게 된다.

가정도 기업도 너무 오래 가뭄이 지속되다 보니 저수지 물이 말라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직 정부 부채는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여유가 조금 있다고 해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금리를 내려라'든가 정부가 '돈을 풀어서 경기를 회복시키라'는 등의 조언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테로이드로 증상만 회복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도 걱정이다. 지금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이 우리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것은 아닐까?

우리 체력 회복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기업, 그리고 가정이 모두 한 마음이 되어도 부족할 것 같은데,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도 걱정이다. 빨리 정치적 문제부터 안정되고 훌륭한 지도자가 나서서 IMF 시절 '금 모으기'와 같이 난관 타개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날을 고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2. 인천의 '극지연구소'는 부산 이전 불발...세종시는?
  3.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4.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5.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1. [2026 수시특집-나섬이가 소개하는배재대] 장학금 받고 유학 가고… 공부는 ‘카공족’ 공간에서
  2.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게임 좋아하던 중학생, 게임 개발자가 되다
  3. 집현동 테크밸리, 나성·어진·대평동 공실 지역 연계 필요
  4.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5. 서천 호우주의보 발효…충남 남부 중심 매우 강한 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