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행정은 통합 경제는 분리?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행정은 통합 경제는 분리?

박병주 경제부장

  • 승인 2025-05-21 11:06
  • 신문게재 2025-05-2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2024121801001393700055731
박병주 경제부장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그 중 '누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헤어지냐'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관계는 비단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주변 삶의 모든 일에서도 적용된다.

최근 대전과 충남은 행정통합 통해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또한 애정을 드러내며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도 시·도민 절반 이상이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지역 상공업계는 갈등을 빚고 있다. 법정 민간경제단체로 설립된 대전상공회의소와 오랜 동고동락해온 충남 남부권 8개 시·군(논산, 공주, 부여, 청양, 보령, 서천, 금산, 계룡)이 분가((分家)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충남남부상공회의소(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이들은 산업 구조와 행정 여건상 지역 맞춤형 경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랜 기간 소외됐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관할 자치단체와 독립체제를 구축해 지역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갖고 활동한다는 데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상공업계 위주의 추진이 아닌 관(官) 주도로 진행하는 게 문제다. 충남도가 남부상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을 설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도는 올해 초 충남남부상공회의소 설립 검토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8개 시군 기업인협의회 발송하고 간담회까지 개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8개 시군 경제 관련 부서에 '남부상공회의소 설립추진 설문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해 해당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독려에 적극 협조를 당부했다. 덧붙여 설문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은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성실한 설문조사를 부탁한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기업들은 지자체가 추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충남 남부권 8개 시군에 본사를 둔 한 기업인은 이달 예정된 발기인대회 참여 요청에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다소 불편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미 상의 소재지를 충남 논산에 두기로 하고, 초대 회장에 해당 지역 기업인이 선출됐다는 소문도 돈다.

충남도는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 설립 이후 자치단체로서 지원을 협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대전상의는 94년간 함께한 충남 8개 시군의 분리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오랜 기간 대전상의 회원으로 활동해왔음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분리 절차를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성명을 발표하려다 중단했다.

특히 8개 시군은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공을 들였던 지역이다.

제24대 대전상의 회장 출마 당시 선대 회장들이 돌보지 못한 '충남 시군 상공인의 활발한 참여'를 공약에 넣었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취임 후에는 8개 시·도지회를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계룡을 제외한 7개 지역에 지회를 설립하며 상호교류 확대와 회원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이번 남부상의 설립에서 아쉬운 건 첫 단추부터를 잘 못 꿰었다는 데 있다. 2018년 대전상의에서 세종상의로 분리할 당시 이처럼 큰 잡음이 없었다. 사전 협의를 통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숙원이었던 지역 상의를 출범시켰다.

일각에선 현재 상황을 지역 상공인의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사안으로까지 여긴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에 그치지 않고 지역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상공회의소의 분리는 지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서로 의견 조율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각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실마리를 풀고 문제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박병주 경제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시 낙동강 가을꽃 향연… 3개 생태공원 이색적 풍경
  2. 10월 9일 '한글' 완전정복의 날...'세종시'로 오라
  3. 전국캠핑족들, 대전의 매력에 빠져든다
  4. 24일 대전시 국감... 내년 지선 '전초전' 촉각
  5. '한글날 경축식', 행정수도 세종시서 개최 안되나
  1. '포스트 추석' 충청 정가… 본격 지선 체제 돌입
  2. 대전·세종, 박물관·미술관 전국 꼴찌…'문화의 변방' 전락
  3. 충남 중학교 교사 극단적 선택… 교원단체 "순직 인정 필요"
  4. 대전 중구, 석교동 도시재생대학 8기 끝으로 성공적 마무리
  5.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헤드라인 뉴스


정년 보장에도 중견교사 그만둔다…충청권 국·공립초 명예퇴직자 증가

정년 보장에도 중견교사 그만둔다…충청권 국·공립초 명예퇴직자 증가

최근 충청권 국·공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 교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단을 지탱할 '허리' 연차에서 명예 퇴직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열악한 처우 개선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구갑)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충청권 4개 시도 국·공립 초등학교 명예 퇴직자는 2020년 161명, 2021년 172명, 2022년 205명, 2023년 265명, 2024년 28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충청 여야는 유난히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바닥 민심을 전하면서 뜨겁게 격돌했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소비쿠폰 효과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 부양 노력을 부각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예능 출연 등을 지렛대로 정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지고 있다고 맞섰다. 충청 여야가 극과 극의 민심을 전한 것은 다음 주 국정감사 돌입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정현 의원(대전대덕)은 "재래시장을 돌면 여전히 지역화폐와 민생회복 쿠폰이 도움이 됐다는 이야..

대전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전국 3위`
대전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전국 3위'

대전의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비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전국 노후주택관리에 관한 입법조사를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전체주택 1987만 2674호 중 30년 이상이 지난 노후주택의 수는 557만 4280호로 조사됐다. 전국 노후주택 평균 비율은 28.0%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충북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전의 노후주택 비율은 36.5%(전체주택 52만 3823호 중 19만 1351호)로 전남(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한산한 귀경길 한산한 귀경길

  •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