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액션의 추억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액션의 추억

  • 승인 2025-05-29 16:53
  • 신문게재 2025-05-30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50528_165715532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포스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배우 톰 크루즈의 액션이 전부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시대나 사회적 내용이 없지 않지만 주인공의 액션을 위한 배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에도 그의 수려하고 처절한 액션이 가득합니다. 내러티브 역시 액션이 발휘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정보기관의 비밀 요원 에단 헌트는 1996년 처음 등장해서 무려 30년에 이르도록 시시때때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에 호출되었습니다. 헌트라면 해낼 거라는 호출자의 기대는 지극히 양면적입니다. 그의 영웅성을 극한으로 부각하는 동시에 임무 수행 중 얼마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태로움을 드러냅니다.

아니나 다를까 헌트는 땅 위에서 뛰기도 하고, 바닷속을 헤엄치며, 비행기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어느 것 하나 위험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배우와 배역에 이물감이 전혀 없습니다. 톰 크루즈가 헌트이고, 헌트가 곧 톰 크루즈입니다. 스타성과 영웅성이 이처럼 잘 맞물리는 경우를 이제는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서부 영화의 존 웨인, 누아르 영화의 험프리 보가트, <람보> 시리즈의 실베스터 스탤론,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 전설적인 액션 스타 배우들은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스크린 속 영웅적 활약은 세상 속 남성들의 위상과 역할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악당을 물리치고 공동체를 구해내거나 가족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워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영웅. 그들을 통해 얻는 대리만족이 얼마나 큰지를 같은 제목과 스타일의 작품이 시리즈로 오래도록 만들어진 정황이 말해 줍니다.



서부 영화 속 황야의 마적단, 누아르 영화의 도시의 불법자, <람보> 시리즈의 전쟁터의 적군들을 지나 이제 헌트가 마주한 악당은 사람이 아닙니다. AI와 맞서 싸우는 그의 무기는 여전히 육체입니다. 뛰고, 헤엄치고, 비행기에 매달리는 그의 액션은 처절합니다. 60이 넘은 배우의 공력이 대단하지만 더 이상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원시 시대 수렵으로 가족을 지키던 남성의 빛나던 육체성은 문명화, 제도화, 구조화된 사회 의 보잘것없는 부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추억으로 남게 될 에단 헌트의 놀라운 액션 역시 통쾌함보다는 영웅의 마지막을 예감하는 애처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3.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4.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5.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1.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4.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5.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