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의 성숙 단계를 향하여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의 성숙 단계를 향하여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 승인 2025-06-25 11:02
  • 신문게재 2025-06-26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목요광장)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장기태 소장
이제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하늘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를 쉽게 마주치고, 도심 곳곳에서도 전기차 충전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전국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75만 대를 넘어섰고, 수소차도 3만 7천 대에 이르렀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 배출이 적은 수소·전기차는 2010년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제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이끄는 핵심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적인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기대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요 측면에서 여전히 다양한 장벽이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충전의 불편이다. 전기차 보급을 선도한 제주도의 EV 콜센터 통계에 따르면, 전체 민원의 83%가 충전 관련 문제였다. 이는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많은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불편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국내 주거 환경에서는 전용 충전시설 설치가 어렵고, 이로 인해 전기차 보유가 일상적인 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이러한 충전 불편은 단순한 인프라 부족을 넘어 충전 시간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급속 충전기 도입으로 일부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속도에 비해 불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충전기 점유, 고장, 접근성 문제 역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프라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개선과 정보 제공 체계의 고도화가 절실하다.

전기차 가격 역시 주요 진입장벽 중 하나다. 기술 발전과 정부 보조금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기 구매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특히 보조금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더욱 약화할 수 있다. 여기에 충전 속도, 배터리 수명,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및 폭발 사고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오히려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이는 기술 신뢰성 확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에 따라 배터리 소재의 혁신, 열관리 시스템의 고도화 등 기술적 대응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현재 기술 수용 곡선상 혁신 수용자에서 주류 소비자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흔히 말하는 케즘(Chasm) 현상이 나타나는데, 초기 수용자는 친환경성과 기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실질적인 효용과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쉽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면 전기차 보급은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후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저가 외산 전기차, 특히 중국산 전기차의 유입은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는 보급 촉진의 기회가 될 수 있으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 부족, 그리고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기술 기반과 산업 자립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저가 경쟁에만 의존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전기차는 기술적으로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사용자 경험과 사회적 신뢰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 이제는 단순한 보급 수치를 넘어, 충전 인프라의 정교한 확충, 배터리 안전 기술의 고도화, 가격 접근성 및 산업 경쟁력의 확보 등 종합적이고 다층적인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전기차를 둘러싼 기술, 산업, 제도, 사회 전반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가 성숙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3.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1.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2.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3.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4. KAIST 대학원생 2명중 1명 "수입 부족 경험" 노동환경 실태조사
  5.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헤드라인 뉴스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미지의 세계로 남은 인간의 뇌, 그중에서 뇌파는 치매와 뇌전증, 알츠하이머 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진다. 활동하는 뇌에서 발산하는 전기적 신호를 측정하고 무수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뇌과학이 발전해 뇌의 기능적 장애를 뇌파로 조기에 파악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뇌파와 뇌과학에 주목하는 이는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지문과 유전자 감식 등의 과학수사 기법을 첨단화해 뇌파 분석을 시작한다. 20일 중도일보가 만난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성욱 경장은 우리 지역 뇌파 분석 특채 1호 수사관이다. 뇌파 분석이란 대상..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의점도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에 하락으로 전환

편리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편의점 수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늘던 편의점 수가 줄어든 것은, 과포화 시장 구조와 24시간 운영되는 시스템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며 폐점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8월 현재 대전의 편의점 수는 1463곳으로, 1년 전(1470곳)보다 7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곳이 감소한 건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매년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줄곧 늘던 편의점이 감소로 돌아서며 하락 국면을 맞는..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 선임 논란… 국감서 3라운드

직원 3명의 징계 처분으로 이어진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 논란이 2025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임명 초기 시의회와 1라운드 논쟁을 겪은 뒤, 올해 2월 감사원의 징계 처분 상황으로 2라운드를 맞이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 을)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공교롭게도 첫 질의의 화살이 박영국 대표이사 선임과 최민호 시장의 책임론으로 불거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12일 이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