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수해(水害) 뒤에 남는 것은 없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수해(水害) 뒤에 남는 것은 없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5-07-22 17:05
  • 신문게재 2025-07-23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지난 주에 전국에 걸친 폭우로 수십 명이 사망, 실종되는 안타까운 재해가 있었다. 주택, 사업장, 논밭, 차량 등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피해가 참담하다. 시시각각으로 중계되는 폭우 현황과 피해 상황을 보면서 우선 '나 사는 고장은 괜찮은가?' 하는 걱정과 함께 가슴 아픈 현장을 보면서 '이렇게 전국에 걸쳐 동시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는 모습을 과거에 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에서 영호남에 이르기까지 시차를 두고 물폭탄이 터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TV의 자막이 눈에 들어오면서 <온난화의 경고>가 마음 속에 다가왔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내가 사는 고장 금산은 해발 250m 정도로 지대가 높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비교적 안전한 동네라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특히 서해와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비구름을 막아주고 있어 주민들 모두 '우리 지역은 풍수해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세 차례의 수해를 겪었다.

첫 번째 피해는 거대한 비구름이 복수면과 추부면 일부 지역에 걸쳐 머무르면서 물폭탄이 터진 경우였는데, 복수면에 살던 지인은 '빗줄기 사이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장대비라는 표현은 알았지만 이런 표현은 처음 들었고, 이어 집이 통째로 둥둥 떠내려 갔다고 했다.

두 번째 피해는 인재(人災)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폭우에 대비해 용담댐 물을 미리 방류해서 비워 놓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다가 급박한 상황이 되자 갑자기 시간 당 수천 톤의 물을 갑자기 방류해 버리는 바람에 수많은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불행을 겪었다. 그리고 바로 작년에 엄청난 물폭탄을 맞으면서 정말 많은 피해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두 번째 수해 당시 피해 복구를 위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다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천을 정비했기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너무 힘들고 고생하는 피해자들이 많은 데에도 불구하고 나 사는 고장의 지엽적인 얘기를 꺼낸 이유는 겪으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생기는 엄청난 시련이 수해(水害)이기 때문이다. '불 난 뒤에 남는 것은 있어도 홍수 뒤 남는 것은 없다'는 얘기도 있듯이 피해를 당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다. 당장 살 집과 일 할 농토, 가게 및 작업장을 잃어버리고 빠른 복구가 어렵다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

수해를 입힌 물은 깨끗한 물이 아니다. 물이 빠진 뒤에 남는 것은 황토 찌꺼기로 가득찬 바닥 뿐이다. 건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단 물이 들어온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 오물 냄새도 진동한다. 이런 상황을 피해자들 힘만으로 이겨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스스로 기운 낸다는 것은 어지간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이런 불행 중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적십자사를 비롯한 많은 봉사단체들과 마을 부녀회, 새마을회 등의 여러 조직들이 발 벗고 나서 준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공무원, 경찰관, 그리고 소방관들이 나서 주는 모습도 보았다. 땡볕에서, 습하고 냄새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든다.

나도 부여, 논산, 금산 등지의 피해 현장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하고 참여해 본 적이 있는데, 방해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모두들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자원봉사자를 보조하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퉁박 주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생기면 참여하려 한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마음이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이다.

지역 경제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많지만 더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작은 힘이라도 보태지 않으면 내 마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아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괴산고추축제에 32만2천명 찾아···건고추 완판 12억 원 판매
  2. [단독]단양수중보 3억6000만원 소송…관리책임 갈등 다시 법정으로
  3. 외딴섬 '집현동'이 뜨겁다… 9월엔 세종 '공동캠퍼스' 축제로
  4. 대전 선도지구 구역들, 주민대표단 신청 분주한데 승인 지연돼 '발 동동'
  5. 목요경마 신설, 평일 온라인 수요 키웠나…마권 매출로 성과 검증
  1. [중도초대석]복수경 충남대병원장 "사람중심 의료혁신, 새병원 건립·AI전환 착수"
  2. [제일학원] 9월 모평 가채점 충남대 의예 281점·심리 229점 지원 가능
  3. 한밭대 총장 후보 3인, ‘100년 대학’ 미래전략 놓고 열띤 공방
  4. 지역경제계 2차 공공기관 대전·충남 우선배치 요구 힘받나
  5. 대전교육청 결산자료 '부실' 지적…조직 효율성·예산 집행도 도마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이 추진 무산위기에 놓인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에 대해 사업자 측에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편 무산 시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허 시장은 8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들에게 이런(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 무산 위기) 흐름이 알려진 건 최근이지만, 이미 시장 취임 전부터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무산될 위기라는 점을 감지했다"면서 "시가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한화컨소시엄 측에도 명확히 시 입장과 시민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업이 책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태안군의 미래 발전과 체질 개선을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8일 태안군을 방문해 민선 9기 시·군 방문 브랜드인 '충남통(通)행' 두 번째 일정을 소화하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가로림만 해상교량 재도전, 안면도 관광지 개발 연내 결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 지사는 이날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행사를 통해 태안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의 위기를 넘어 '서해안 대전환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성숙 국무총리는 8일 최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관련 부처는 대상기관 확정 등 연내에 발표할 추진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9회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한 총리는 "물론 이전 대상 기관에는 결코 쉽지 않은 변화일 것"이라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고 함께해 주실 거라 굳게 믿는다.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