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내로남불 시대를 살다보니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내로남불 시대를 살다보니

김명숙 수필가

  • 승인 2025-08-12 17:11
  • 신문게재 2025-08-13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명숙 수필
김명숙 수필가
요즘 우리 정치 사회를 보면 '내로남불'의 극치를 이루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내로남불'은 사람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댈 때 사용하게 되는데 요즘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때 사용한다 합니다.

이 '내로남불'에는 '관용'이라는 너그러움이 전혀 내포되어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않고 타인을 비판할 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날 때가 많이 있지요. 그러나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일이지만 말입니다.

저도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인간관계 속에 다름을 용납 못하는 저 자신을 보며 저 또한 상대방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기를 하고 있는지 반성도 해봅니다.김광림 시인이 쓴 '쥐'라는 시는 변 훈 작곡가가 곡을 붙여 가곡으로 많은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김광림 시인이 말하는 세상에는 쥐를 통해 한탄하고 있는데 시가 재미있어 여기에 옮겨왔습니다.

『쥐』 김광림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이 시에서 김광림 시인은 "사방에 갉아대는 소리가 들린다며,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다"고 하며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올라서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시대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도 말을 내뱉는 순간, 상대를 긁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의 업보는 분명히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터키에서는 타조를 '베웨쿠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낙타 새'라는 뜻이죠.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타조는 날아야 할 때는 '나는 낙타'라고 하고, 짐을 져야 할 때는 '나는 새'라고 말한다고 한다네요. 자기합리화를 말하는 것 같아요.

요즘 많은 사람들은 '자기 기준'에는 자기 합리화로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비난하는 이중적 잣대로 불편한 관계를 맺을 때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내로남불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인간관계를 불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본인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며 남을 판단하는 태도는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책임을 다한 후에야 타인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누군가의 위선을 지적하기 이전에 먼저 나의 언행은 일치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내로남불 방지책이 아닐까요?

요한복음 19장 30절에 보면,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시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바침으로 다 이루셨던 것입니다.

이번 홍수로 어수선 했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피해지역으로 달려가 비지땀 흘리며 피해 농촌을 돕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이처럼 피해 농촌을 서로 돕는 일에는 내로남불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단합된 모습을 보인 것처럼 이번 기회에 우리도 내로남불로 서로 헐뜯는 일을 다 이루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명숙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기술 2026년 스마트팜서 상용화 기대
  2. 예산 관광의 새 마루지… 예당호 착한농촌체험세상 개장
  3. [현장] 유학생에겐 외로운 명절 연휴… 전통문화로 정 나누는 대학가
  4. 충청지방우정청, 추석 앞 아동복지시설에 '추석빔' 전달
  5. 한화이글스 2025 포스트 시즌 경기 날짜는?
  1. [국군의날] #아내는 TOD 남편은 육군경비정…충남서해 수호 부부군인의 '하모니'
  2. [추석특집] 긴 한가위 연휴 '고향 사랑' 지역명소 여행은 어때요?
  3. 과학기술 출연연 성과 한 곳에… 국립중앙과학관 '출연연 통합 홍보관' 개관
  4. 볼거리·체험거리 풍성… 긴 추석연휴 충남 방문 어때?
  5. 세종 '데이터센터' 딜레마… '정부부처 이전' 역제안

헤드라인 뉴스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역대급 긴 연휴… '고향사랑' 지역명소 즐겨볼까?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2025년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로 여느 때보다 길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연휴 중 국내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해외로 떠나는 인원도 적지 않지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는 것도 기억에 남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8월 22일부터 28일까지 국민 99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40.9%가 추석 연휴 여행을 계획했다. 이중 국내 여행은 89.5%, 해외여행은 10.5%다. '민족대이동'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뿐 아니라 하늘길도 붐빌 전망이다. 유독..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10월 2일 노인의 날]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어르신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루고 싶어요."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대전 유성구 진잠도서관 디지털배움터. 낯선 프로그램 화면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한 수강생의 말에는 디지털 사회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키오스크와 모바일·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작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지털배움터'는 누구나 쉽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교육을 추진한다. 이곳에서는..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경찰 국정자원관리원·관련업체 4곳 압수수색…계약·고용관계 파악할듯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와 관련해 경찰이 2일 오전 9시부터 국정자원관리원과 배터리 이전사업에 참여한 민간 업체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수사인력 30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화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관계자들 진술조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서류와 데이터 등을 확보해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장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을 실시한 이들의 고용과 하청 계약서를 확보해 정당한 업무가 이뤄졌던 것인지 파악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배터리를 옮..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추석 앞 붐비는 도매시장

  • 열려라 취업문 열려라 취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