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모방과 저작권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모방과 저작권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11-03 10:2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미술공부 초기 권장도서 중 하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다. 아마도 예술의 원리, 구조, 효과 등을 철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책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예술은 인간 본성의 모방 행위이며, 비극의 플롯과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이성을 조화시키려 한 문예이론서로 보기도 한다. 난해한 탓인지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모르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술의 본질이 모방이라는 말조차도 선뜻 다가서지 않았다. 예술은 다른 작품을 모사하면 안 되는 독창적 영역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생명체는 모체나 자연을 흉내 내며 배우고 성장한다. 자연스런 인식의 수단이요, 학습방식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모든 창작 활동에 통용될 수 있는 작문의 삼다(三多)는 많이 보고, 지어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흉내 내고 많이 본다는 것이 모방의 시작 아니랴? 실제 흉내 내든, 머릿속으로 그려보든 모방이긴 마찬가지다. 그로서 작가정신과 안목, 기법이 발전하고 확대된다. 창작활동의 필수과정인 것이다.



모방하는 것은 인간의 창조적 본능이다. 그렇다고 복사기처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정체성, 감정이나 사상이 이입된다. 따라서 보편적 진리를 드러내는 창조적 행위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있어야 할 모습으로 재현' 하는 것이다. 그로서 현실보다 더 본질적 진실에 다가간다. 삶의 본질과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핵심적으로 비극에 대하여 논한다. "비극은 장엄한 언어를 사용하여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켜 이러한 감정들의 정화를 이루는 완결된 행동의 모방이다." 비극의 구성요소로 플롯, 성격, 사상, 언어, 멜로디, 장면(무대장치와 시각적 요소)을 들며 "비극의 생명은 플롯에 있다"고 한다. 구조는 복선과 반전, 인식 등으로 완결성과 통일성을 강조한다. 비극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준다. 공포와 연민의 감정 정화의 과정으로 예술은 감정의 억압 해소, 심리적·도덕적 균형을 회복시킨다. 그는 비극이 서사보다 더 완전한 예술이라 평가한다. 예술은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란 주장이다. 예술의 정서적, 심리적 효과에 대한 체계적 설명이다.



특정 글꼴 사용했다고 저작권침해라며 다투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주변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심지어 아니면 말고 식, 위압적 전화도 있다. 무차별 고소고발, 문제제기에 변호사와 법무사 돈벌이로 활용되는 것 아닌가? 몹시 불쾌했다. 나아가 공권력 소모, 창작 환경의 위축 및 사막화가 걱정된다.

저작권은 예술 및 학술의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자나 승계자가 행사하는 배타적·독립적 권리이다. 물론 자연물이나 AI가 만든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창작의 노고에 비추어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 등 자연인이나 법인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상기한바와 같이 모방이나 감상은 학습방법의 하나다. 즐기고 알 권리이기도 하다. 예술의 속성에 반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새로운 기법이 공유나 보급되지 못한다면 거기서 발전이 멈추게 되고 결국 사장된다.

얼마 전에 명무 한 분이 돌아가셨다. 음악이나 안무가 저작권이 있다며 후손이 지나치게 높은 값을 책정해 논란이 일었다. 예술 환경을 잘 모르기 때문 아닐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계의 수익구조는 최 상위층에 집중돼 있다. 한 단계만 내려가도 적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빈약하다. 명무의 살아생전 공연료와 비교해선 안 된다. 결국, 제자를 착취하는 꼴이 된다. 살아생전 제자 양성에 공로가 크다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제자들 덕에 영광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죽어서라도 제자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지 않으면 그만이요, 다시 안무하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소탐대실이다. 명품의 명운이 다하는 것이다. 즐기는 사람이 많아야 작품이 빛나고 지속됨은 불문가지다.

혼자 하는 것, 숨어있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예술가 스스로도 즐겨야 하고, 누군가 향유해 주어야 한다. 함께 할 때 비로소 예술이 된다.

장르마다 환경이나 방식이 다르다. 저작권법이 예술의 속성상 우려되는 바가 크다. 관련 법규도 광범위하고 애매한 규정도 많다. 일반 국민이 판례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부담이다. 정보통신 환경, 향유 방식의 변화에 따른 법규의 간소화, 명료화가 필요하다. 예술가 스스로 해당 없음을 표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충남 올해 들어 보합 없이 하락만 '꾸준'
  2. '눈물'로 떠나보낸 故 이해찬 총리...세종시서 잠들다
  3. 천안시, 천안사랑카드 2월 캐시백 한도 50만원 상향
  4. 해양수산부 외 추가 이전은 없다...정부 입장 재확인
  5. 천안법원, 예산에서 천안까지 음주운전 혐의 40대 남성 집행유예
  1. 천안시태조산청소년수련관, 2월 7일 '설맞이 전통놀이 한마당' 개최
  2. 천안시, 근로 취약계층 자립에 69억원 투입…자활지원 계획 수립
  3. 천안시농업기술센터, '클로렐라' 시범 무상공급
  4. 천안시, '어린이기획단' 40명 모집
  5. 천안 은지·상동지구, 국비 80억원 규모 '배수개선사업' 선정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통합 이젠 국회의 시간…법안 처리 가시밭길

대전충남 통합 이젠 국회의 시간…법안 처리 가시밭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통합법을 당론 발의하면서 충청권의 이목은 이제 국회에서 차려질 여야 논의테이블로 쏠리고 있다. 여야가 제출한 두 개의 법안을 병합 심사해야 하는 데 재정 등 핵심 분야에서 두 쪽의 입장 차가 워낙 커 가시밭길이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충남대전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로써 대전 충남 행정통합 관련법은 지난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서산태안)이 제출한 법안을 포함해 모두 2개가 됐다. 국회는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이 복수이면 통상 병합 심사에 해당 상임위원회 대안..

6·3 지방선거 4개월 앞… 막 오른 `금강벨트` 경쟁
6·3 지방선거 4개월 앞… 막 오른 '금강벨트' 경쟁

6·3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최대 격전지인 금강벨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된다. 당장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지면서 선거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지선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충남행정통합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여부 등이 변수로 꼽히며 여야 각 정당의 후보 공천 작업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전·세종·충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 120일 전인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현재 행정통합..

한·미 기준금리 동결 기조…대출금리 상승 거듭
한·미 기준금리 동결 기조…대출금리 상승 거듭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고채·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함께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50∼6.390%다. 일주일 전인 1월 23일(연 4.290∼6.369%)과 비교해 상단이 0.021%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혼합형 금리의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040%포인트 오르면서 이번 상승을 주도했다. 최근 시작된 시장금리의 상승세는 한국과 미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일부터 정당과 후보자명이 게재된 현수막 부착 금지 3일부터 정당과 후보자명이 게재된 현수막 부착 금지

  • 추워도 즐거운 겨울스포츠 추워도 즐거운 겨울스포츠

  • 故 이해찬 전 총리 발인 하루 앞으로 故 이해찬 전 총리 발인 하루 앞으로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