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시대 관계와 소통'에 대한 생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 '우리 시대 관계와 소통'에 대한 생각

최주원 대전경찰청장

  • 승인 2025-11-30 16:46
  • 수정 2025-11-30 21:57
  • 신문게재 2025-12-0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51130_170532235
최주원 대전경찰청장
토요일 아침, 모처럼 찾은 도안호수공원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여유로워 보였고,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잔잔한 호수에는 까치와 까마귀가 목을 축이고 나무 위에서 젖은 깃을 말라는 한가로운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호수 주변을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걸으며 말없이 서로 교감하는 이 작은 공동체의 모습에서 평온하고 조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감정의 단절과 왜곡으로 비롯된 '관계성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 교제폭력, 학교폭력 등 인간관계의 틈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반려동물과는 따뜻하게 교감하면서도 정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다. 서로의 주장과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고, 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남녀차별, 계급차별, 신분관계 등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수직적 관계에 익숙해져 있다. 남자라는 이유로, 계급과 신분이 높다는 이유로 희생을 요구하는 구시대적 굴레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와 전문성을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 그리고 눈높이를 맞추어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 이러한 자세는 오늘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지났다. 서로를 포용하는 '온도'와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곧 우리 공동체의 품격을 결정한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경찰에게는 시민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귀 기울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감 능력이 기본 역량으로 요구된다. 40여 년의 경찰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은 아무리 뛰어난 수사력과 대응력이 있더라도 시민의 협조와 신뢰 없이는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만으로는 범죄 예방과 공동체 안전 유지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전을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바꾸는 힘은 바로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 이웃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용기 있는 신고 하나하나에서 비롯된다. 공감과 배려가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경찰에게 주어진 책무라면, 시민 여러분의 연대와 협력은 이 공동체를 지켜나가는 가장 큰 힘이다.

결국 경찰 또한 '제복 입은 시민'이며, 경찰 의식 수준은 성숙한 시민참여와 공동체 성찰이라는 큰 바다 위에서 움직인다. 경찰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도안호수공원을 걸으며 마주한 오늘의 이 작은 평화는, 우리가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법률 위반'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관계의 결핍과 소통의 실패까지 함께 살펴야 함을 일깨워준다. 그 출발점은 경찰과 시민이 함께 걷고, 듣고, 느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보다 앞서 가정, 학교, 이웃 등 일상 속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소통하려는 노력과 관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도시의 안전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하게 연결하는 공동체 분위기가 대전 곳곳에 스며들길 희망한다. 도안호수공원을 감싼 평온한 아침처럼 우리 대전이 더욱 정온하고 따뜻한 도시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시민 여러분 곁을 굳건히 지키겠다. /최주원 대전경찰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연축지구 개발 탄력받나… 공공기관 유치 준비 주목
  2. 천안시, '서북구문화원' 신축·이전 준공
  3. 중도일보 김원식 회장·김현수 대표이사 부자(父子) 아너 소사이어티 탄생
  4. 대전 택시 기본요금 11월부터 4800원… 3년 만에 인상
  5. 잇단 산하기관 잡음… 세종시 관리·감독 문제 도마 위
  1. 세종시민과 기업의 상생 축제… 31일 도담동서 개막
  2. 천안시민한마음체육대회 성료…31개 읍면동 24개 종목 열전
  3. 죽동중·성남중 설립 목소리 커지는데…대전교육청 '해법 찾기' 고심
  4. 충남농기원, '다단 수경 재배 기술' 개발…부추 생산성 강화 기대
  5.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이재명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전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관계로 이전 대상 기관들의 대전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후발 혁신도시 우선 배치 여부도 아직 안갯 속이기 때문이다. 대전은 우리나라 연구개발(R&D) 메카이며 국토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과학기술 및 균형발전 성과를 영호남, 강원 등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대전에 관련 공공기관을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27일 중도일보..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인력 불균형… 전국 최대 11.5배, 충청권 5.9배 격차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인력 불균형… 전국 최대 11.5배, 충청권 5.9배 격차

전국 고용센터별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 인력의 업무 편차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 1명이 관리하는 참여자 수가 전국적으로 최대 11.5배 차이가 났으며, 충청권 내 13개 고용센터에서도 최대 5.9배 격차를 보였다. 27일 본보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고용센터별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인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기준 전국 102개 고용센터의 상담인력은 총 792명으로, 상담사 1명당 평균 126.2명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대전 내 대체 시설 확보를 위한 대전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남과 세종까지 국정자원 유치에 나선 가운데 당초 제안한 2개 후보지 외에도 추가 부지를 발굴하며 대전 내 재설립을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전시의 이같은 행보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신규 기관 유치뿐 아니라 기존 기관 붙잡기에도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민선 9기 자치구 상생투어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구를 방문해 국정자원 본원의 대전 내 재설립 필요성을 강조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 ‘울긋불긋’ 대전 도심 ‘울긋불긋’ 대전 도심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