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대전·충남 통합, 중부권 미래를 다시 설계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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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대전·충남 통합, 중부권 미래를 다시 설계할 시간

프랑스·일본의 통합 전략이 던지는 시사점
윤기석 사단법인 균형발전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26-01-01 23:0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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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석 사단법인 균형발전연구소 이사장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와 함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 통합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어떤 구조로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대전과 충남은 이미 하나의 도시권처럼 작동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 북부 지역 간 일일 통근·통학 인구는 약 11만 8천 명에 달한다. 소비·의료·교육 활동 역시 행정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주민의 삶은 이미 통합돼 있는데, 행정만 과거의 경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 불일치는 지역 경쟁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산업 구조의 분절도 심각하다. 대전은 전국 연구개발(R&D)의 11.9%를 차지하고, 1,500여 개 연구기관과 약 7만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기술 중심 도시다. 충남은 제조업 비중 14.3%, 수출액 약 1,100억 달러, 제조업 종사자 22만 명을 갖춘 생산 거점이다. 그러나 기술과 생산이 행정 경계에 따라 분리된 구조에서는 연구 성과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렵다. 대전·충남 통합은 기술,생산,물류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한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년의 약 5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일자리·주거·생활 인프라가 광역 단위로 작동하지 못하는 지역 구조의 결과다. 20대 후반에는 일자리가, 30대 초반에는 주거 여건이 이동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전·충남 통합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광역 생활·산업권을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술·연구 중심의 대전과 제조·생산 중심의 충남이 결합하면, 일자리·주거·교통·문화가 연계된 정주 생태계를 광역 단위에서 설계할 수 있다. 지역 기업과 대학 연계, 청년 주거 지원, 강소기업 육성 정책 역시 통합된 도시권에서 훨씬 높은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프랑스는 2016년 ‘레지옹(Region)’을 22개에서 13개로 통합해 산업·교통·교육 정책을 광역 단위에서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일본은 ‘헤이세이’ 대합병을 통해 기초자치단체를 약 3,200개에서 1,700여 개로 줄이며 지방소멸과 재정 악화에 대응했다. 방식은 달랐지만, 두 나라 모두 행정구역 재편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물론 통합 과정에는 갈등과 부담이 따른다. 행정체계 조정, 재정 문제, 중심지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보 공개와 단계별 로드맵, 주민 참여를 제도화한다면 이러한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영역이다. 시민사회와 주민 의견을 존중하는 숙의 과정은 통합의 속도를 늦추는 장벽이 아니라, 통합 이후의 안정성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다.

대전·충남 통합은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설계의 문제다. 통합은 행정구역을 넓히는 선택이 아니라, 수도권에 의존하지 않고도 작동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의 공간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에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없다. 지금 중부권에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숙의 위에 선 정책의 결단이다.

윤기석 사단법인 균형발전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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