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냉정과 열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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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냉정과 열정사이

이상문 기자

  • 승인 2026-02-01 16:43
  • 신문게재 2026-02-02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정치행정부 이상문 기자
"과거를 되새기지 말고, 미래에 기대지도 말고, 현재를 살아가야만 해"

2001년 개봉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남자주인공 준세이가 여자주인공 아오이에게 던진 대사다.

1999년 작가 츠지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가 '하나의 같은 이야기를, 남녀의 두 시선으로 각각 쓴' 작품으로, 오해로 헤어진 연인이 10년 뒤 피렌체 두오모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냉정과 열정은 연애에서 싹트는 감정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감정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그렇다. 지역에서 2026년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두는 단연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지난 1989년 대전직할시가 출범되며 분리됐던 대전과 충남은 37년 만은 다시 하나가 된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 한마디에 잠자던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주도해 지난해 법안까지 만들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던 행정통합이 대통령의 의지 표명 이후 여당 주도로 6월 지방선거 전 통합단체장 선출이라는 데드라인까지 정해 놓고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여당이 대전·충남행정통합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조만간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 체제 타파라는 대의를 가지고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지만, 과정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행정통합 특별시 인센티브로 연 최대 5조 원씩 4년간 20조원 지원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전과 충남은 '자치분권'을 위한 항구적인 재정과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가 양보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부의 재정과 권한을 최대한 가져와야 하고, 중앙정부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과 지자체 견제를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여당이 발의한 특별법안의 '할 수 있다' 문구도 그렇다. 뉘앙스의 차이로 보이지만, 결국은 정부와 상의해 결정해야한다.

정치 시계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광역행정통합은 전례가 없던 실험으로 많은 우려와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지역 주민의 숙의와 구체적 청사진 없이 진행되고 있어 아주 위험하다"는 시민단체의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숙의 과정의 부실은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 모든 일이 정치로 귀결되지만, '왜 6월 전에 해야하나'라는 답을 시민들에게 해줘야한다. 여기에 정부의 달콤한 제안에 타 시도까지 행정통합 이슈에 뛰어들면서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특혜로 비춰지면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현재를 잘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행정통합'이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은 시민 누구나 안다. 정부는 확고한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의지를 확인시켜줘야한다. 여기에 지역은 과연 '행정통합'으로 자치분권과 지역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도 묻고 싶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시민들은 관심이 필요하다. '남'이 아닌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로 다른 이유로 '열정'이 과도해 보인다. 나와 가족, 나아가 지역과 국가를 위한 '냉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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