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산책]⑥대전의 다섯평 집, 한암당 이유립이 지키려한 역사광복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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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사 산책]⑥대전의 다섯평 집, 한암당 이유립이 지키려한 역사광복의 꿈

박찬화 (사)대한사랑 사무총장

  • 승인 2026-02-23 12:59
  • 제2뉴스팀제2뉴스팀
대전 중구 은행동 107번지 . 비바람에 바스러져 가는 5평 남짓한 2층 적산가옥 한 채가 지금도 위태롭게 서 있다. 이곳은 『환단고기』를 세상에 전한 한암당 이유립 선생(1907~1986)이 1963년부터 1976년까지 13년간 머물며 역사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했던 자리다.

그의 호 한암당(寒闇堂)이 뜻하듯, 춥고 어둡고 배고픈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공간. 이 낡은 집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끝내 외면해서는 안 될 역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최근 일부 학계와 매체에서는 이유립 선생을 '태백교라는 신흥 종교의 교주'로 규정하고, 『환단고기』를 '전도용 경전'으로 폄훼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전 은행동의 이 작은 집터는 그들이 덧씌운 '교주'라는 이미지와는 지독하리만큼 거리가 멀다. 권력도, 재산도, 조직도 없는, 다섯 평 남짓한 방 한 칸에서 이어진 사색과 집필의 세월. 이 초라한 공간이야말로, 먼저 직시해야 할 역사적 현장이 아닐까.

환단고기 북콘서트
STB상생방송 환단고기 북콘서트 中
대전 은행동의 자택은 3평 남짓한 소박한 공간으로, 1층에는 부엌과 작은 방 하나가 전부였고, 가파른 목재 계단을 오르면 겨우 몸을 펼 수 있는 2층 서재가 있었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은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오갈 수 없을 만큼 낮았다. 그 비좁은 공간은 우리 역사를 배우겠다고 찾아온 열댓 명의 고등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과 무릎을 맞대고 글자 하나하나를 익히던 배움의 자리였다.

비가 새는 낡은 집에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역사를 가르치며 스스로 가난을 자처한 교주는 세상에 없다. 선생이 말한 '태백교(太白敎)'의 '교(敎)'는 종교적 숭배가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인 신교(神敎)와 풍류를 잇는 '가르침' 그 자체였다. 그는 종교인이 아니라 철저한 교육자이자 사학자였다.

위서론자들이 한암당 선생을 '교주'라는 프레임으로 몰아세우는 의도는 명확하다. 『환단고기』가 지닌 방대한 사료적 가치와 '오성취루(五星聚婁)'와 같은 정밀한 천문 기록을 과학적·학술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워지자, 기록을 전한 '메신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어 메시지 자체를 부정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본질을 흐리는 비겁한 프레임에 불과하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며 비난한다"는 말처럼, 이제는 소모적인 메신저 공격을 멈추어야 한다. 그가 평생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우리 민족사의 원형'이라는 달을 직시해야 할 때다.

1920년, 독립운동가 계연수 선생이 일제 밀정 감영극 일당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 현장을 목격한 천마산대 소년 통신원 이유립은 그 유지를 가슴에 품고 평생 고단한 사학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노학자에게 '종교인'이나 '교주'라는 딱지를 붙이는 일은,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이들의 저열한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1966년부터 고등학생 신분으로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양종현은 선생과 무릎을 맞대고 『환단고기』 초간본을 공부하던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양종현은 종이의 질과 색깔, 책 표지 상태까지 말하였는데 책을 묶은 끈이 떨어져서 여러 번 고쳐 매고 풀로 붙였던 사실도 기억하였다.

또한 양종현과 그의 친구 오선일(오일룡)은 선생이 직접 들려준 운초 계연수의 인상과 특징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 두 점의 초상화를 완성했다. 그 그림은 오늘날까지도 계연수의 얼굴로 전해지며, 기억과 증언이 형상으로 남은 한 장의 역사적 표상이 되었다.

단재와 한암당을 배출한 '역사 광복의 성지', 대전은 독립운동의 거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가 자리한 곳이자,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한암당 이유립 선생이 십수 년간 '역사 투쟁'을 이어간 뜻깊은 땅이다.

그의 평생의 사표는 운초 계연수와 단재 신채호, 이 두 분이었다. 1970년, 그는 제자들과 함께 대전 은행동에서 단재의 탄신지를 향해 50리 길을 도보로 걸어 참배했다. 이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스승의 정신을 삶으로 계승하려는 실천의 행보였다.

1949년 월남 후 대전에 터를 잡은 한암당은 이곳에서 『대배달민족사』를 집필하고 잡지 『커발한』을 발행했다. 전쟁과 가난으로 황폐해진 시기였지만, 그는 대전이라는 공간을 거점 삼아 꺼져가던 민족정신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자 치열하게 고군분투했다. 대전은 단재의 사상과 한암당의 역사 인식이 겹겹이 쌓인, 그야말로 우리 역사의 맥박이 뛰는 장소였다.

한암당이 평생 지키려 했던 것은 개인의 명예나 영광이 아니었다. 식민사관에 의해 난도질당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자존을 되찾는 일, 그것이 그의 유일한 소명이었다. 그는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꺼져가는 역사의 불씨를 살리는 데 삶을 바쳤다.

오늘도 대전 은행동의 한암당 옛터는 폐허에 가까운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개발의 흐름 속에서 이 역사적인 공간이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도록, 기념비 건립과 기념사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제는 필요해 보인다. 그것은 한 인물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우리 스스로의 역사 의식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한암당 이유립
한암당 이유립 (1907 ~ 1986)
이유립은 교주가 아니라, 역사 광복을 위해 스스로를 태운 시대의 스승이었다. 신채호와 이유립이라는 두 인물을 품은 도시로서, 대전이 이들의 자취와 정신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찬화 (사)대한사랑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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